TAC 제도 보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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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 제도 보완 시급하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7.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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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근해유자망 어선들이 남·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에 나서면서 오징어를 주로 잡는 어업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 근해유자망 어선들은 평소에는 조기를 주로 잡으며 7월에는 금어기로 조업에 나서지 못한다. 유자망을 사용할 경우 금어기는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이다.

그동안 유자망 어선들은 금어기 동안 조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져 오징어 집중 조업을 위해 유자망 어구를 개발해 오징어 조업에 나서고 있다. 몇 년간 극심한 어획 부진이 이어지던 오징어가 남·동해안에 어군을 형성하면서부터다.

서해 유자망 어선들이 남·동해안에서 오징어 조업에 나서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동해안 채낚기 어선들과의 분쟁이 가장 심하다.

근해유자망 어선들은 동·서·남해안 어디서든 조업이 가능하다. 현재 법률에 의하면 불법이 아닌 것이다. 실제 동해안의 채낚기 어선들도 5월부터 9월까지 오징어 조업기간 동안 남·서해안으로 진출해 조업하고 있다. 남해안의 연안선망 어선들도 동해 북단까지 조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자망 어선들이 어구를 새롭게 개발해 오징어 조업에 대거 나서면서 채낚기 어업인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장 큰 이유는 오징어 자원 고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근해유자망은 그물로 대상 어종을 대량 어획하는 방식이다. 낚시로 한 마리, 한 마리 잡는 채낚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획량이 많다. 중국 어선들이 동해안 북한 수역에서 싹쓸이 조업에 나서면서 몇 년간 극심한 어획 부진에 시달린 동해안 어업인들은 이러한 대량 어획은 자원 고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유엔은 유자망 어법 특성상 각종 해양 생물 등을 마구 어획하는 등 해양 환경에 큰 타격을 준다는 이유로 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 공해상에서 오징어 유자망 조업 금지를 결의하기도 했다.

근해유자망 어선들이 주 타깃 어종으로 오징어를 어획하는 것이 업종 분쟁으로 비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총배정량을 산정함에도 불구하고 자원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조업 형태를 방치함으로써 자원 고갈 우려는 물론 해당 업종의 생존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미참여 업종이 TAC 대상 어종을 대량 어획하는 것은 해당 어종의 자원 고갈은 물론 해당 업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는 근해채낚기, 대형선망, 대형트롤, 동해구중형트롤,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5개 업종이 TAC 규제 대상 업종이다. 자망어업은 규제어획방법에 해당되지 않아 오징어 어획이 가능하다. 오징어 금어기만 준수한다면 얼마든지 어획할 수 있다.

자원관리를 통한 어업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완전한 제도를 시급히 정비·개선해야 한다.

과도한 어업자원 이용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수산자원량을 유지하기 위해 매 어기마다 TAC를 설정하지만 TAC 미참여 업종이 TAC 대상 어종을 어획하는 데에 대한 규정이 없다. 또한 대상어종이 금어기일지라도 어구를 사용하지 말라는 규정도 없다. 근해유자망 어선들이 어구를 개조·개발해 오징어 조업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어구 사용 금지기간이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TAC 미참여 업종의 TAC 어종 타깃 조업은 참여 업종 어업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자원 보호를 위해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TAC 어획물은 지정된 판매장소에서만 매매·교환이 이뤄져야 하나, 미참여 업종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의 허점은 업종 간 분쟁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극심한 어획 부진이 이어지던 오징어는 최근 생각지 않았던 어군이 형성되고 어획량이 대폭 늘어났다. 몇 년만의 오징어 풍어로 TAC에 참여하거나 미참여하는 업종 가릴 것 없이 오징어 조업에 몰려들고 있다. 한정된 어장에서 어군이 형성돼 업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유자망 어선들은 채낚기 어선들이 집어등으로 오징어 어군을 형성해두면 바로 가까이까지 접근해 조업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채낚기 어구 훼손과 조업 방해, 오징어 어군 해체 등의 피해를 끼쳐 업종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동해안 오징어 채낚기 어업인들은 최근 생존권 확보를 주장하며 오징어 자망어업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해양수산부에 제출했다. 제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실력행사는 물론 TAC 및 금어기 제도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9일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14개 업종, 12개 어종에 대한 TAC 설정량만 결정했다.

하지만 TAC 관리어종을 연근해 어획량의 50%로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구멍 뚫린 제도를 먼저 고쳐야 한다. 품종이나 대상 어종 확대보다는 드러난 현장의 문제들을 개선해야만 자원관리형 어업구조 정착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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