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안전조업법, 어업인 안전과 생존권 함께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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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안전조업법, 어업인 안전과 생존권 함께 보장돼야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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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어선 사고 예방과 어업인 안전을 위한다며 어선안전조업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8월 28일 시행을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동절기인 11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31일까지 30톤 미만의 어선은 풍랑주의보 발령 시 출항을 금지하는 것이다. 기상 특보 발령 시 인명사고 발생이 높아 어업인 안전 보장을 위해 구명조끼 착용과 출항 금지 대상을 현행 15톤 미만에서 30톤 미만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는 바다에서의 안전사고는 항상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나 항공기보다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과 어업인들의 사고 예방을 위해 어쩌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풍랑주의보 시 어선 사고로 인한 사망, 실종 등의 인명사고 비중이 15∼30톤 어선이 74%를 차지하고 있다. 총 23명의 인명 피해 중 17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 제정의 배경이다.

최근 열린 어선안전조업법 하위법령 설명회에서 다수의 단체, 협회 등에서 출항 제한 강화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쏟아지면서 해양수산부가 일부 수정안을 내놨다. 풍랑주의보 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연근해 전 해역 실시간 위치 확인이 가능한 위치발신장치를 설치·작동하고, 2척 이상 선단을 편성해 조업할 경우 예외적으로 출항을 허용하는 완화된 안을 마련했다. 규제 법제 심사를 거쳐 8월 중 관보 게재 후 추진하겠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어업인과 관련 기관, 단체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어업인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법령이 어업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반대 및 반발의 가장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어업인들의 의견 수렴이 없이 마련되는 법령이 정책 당국자들의 면피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있다. 기상 악화로 인한 인명사고보다는 부주의에 의한 화재, 충돌이 어선 사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수연)는 성명서를 통해 어선 30톤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만일 이 법이 시행된다면 조업일수 부족 등에 따른 어업인 손실 보상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업 현장 실정과 맞지 않는 규제라는 주장이다. 지금도 20톤 정도의 어선도 안전 장비 발전 등으로 비교적 안전한 조업을 하고 있으며 안전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겨울철 풍랑주의보가 자주 발령되는 경북도도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동해안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해양수산부에 30톤 미만 어선 출항 금지 조항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채낚기 어선 절반이 30톤 미만인 경북지역 어선들은 발이 묶이게 된다. 특히 구룡포, 감포 등지에는 기준보다 1톤이 부족한 29톤 어선들이 많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아예 조업에 나서지 못하며, 현장 조업 때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면 돌아와야 한다. 조업일수가 줄어들고 출어경비는 올라가게 된다. 겨울철 동해안은 풍랑주의보 발령이 잦아 많으면 3개월 이상 조업이 금지될 수 있다.

어선 안전 사고를 막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는 데 반대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현장과 현실을 무시한 규정이라면 규제 강화, 책임 회피라는 질타를 받게 된다.

해양수산부가 일부 내용을 수정해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높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 시행도 현장의 상황이 충분히 반영된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 설명회에서 나온 반대 의견을 일부 보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설명회나 간담회 등을 개최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풍랑주의보 발령 시 출항 금지 대상이 왜 30톤 미만으로 규정됐는지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경북지역의 채낚기 어선들이 대부분 29톤이다. 이럴 경우 1톤을 증톤하려는 어업인들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또한 29톤 어선보다 전장이 짧은 24m 미만인 30톤 어선도 있다.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지역별 바다 기상 상황에 맞는 규정 도입에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지역별 주의보 발령과 사고 현황, 어선 세력을 면밀히 파악하고 조업 여건도 함께 감안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남해안과 거친 동해안의 규정이 동일할 필요는 없다.

또한 조업 금지에 따른 어업 손실을 보전해 줄 장치도 명문화돼야 한다. 직불제 도입도 한가지 방법이다.

풍랑주의보는 자연재해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보상은 당연히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자원 보호를 위한 자율적인 휴어나 금어기를 설정해 시행할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직불제도 내년 도입된다.

어선안전조업법 하위법령은 어선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어업인들의 안전 보장과 함께 생존권도 보호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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