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경영 혁신은 수협이 주도해야 한다
상태바
수협 경영 혁신은 수협이 주도해야 한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6.15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협의가 끝나 시행을 앞두고 있는 ‘수협 경영 혁신 방안’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밝힌 수협 경영 혁신 및 합리적 지원방안에는 수협중앙회와 단위수협, 어촌계 활성화 계획이 담겨 있다. 즉 △수협중앙회는 조직 혁신과 시스템 인사 운영, 경영 개선 △단위수협은 조합원 자격과 임원 자격 개선, 인사 운영 및 경영 개선 △어촌계 활성화에는 개방형 어촌계 인센티브 부여를 중심으로 한 조직 혁신, 어촌계 지원제도 마련과 어촌계 관리 강화를 위한 어촌계 통계 신설 등의 경영 개선방안이 담겨 있다.

논란의 핵심은 수협의 경영 혁신 방안을 왜 해양수산부가 주도하고 있느냐다.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업 종사자들이 중심이 돼 공동사업을 경영함으로써 조합원의 영리 증진 및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그리고 수산업 생산력의 증강을 꾀하는 협동조직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수산업 종사자들의 이익 증진과 복리후생 지원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수협인 것이다.

수협중앙회의 설립 목적도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어업 및 수산물가공업의 경쟁력 강화로 명시돼 있다. 수산업 종사자들의 자생적인 협동조합이 수협이며, 이들 수협을 회원으로 하는 것이 수협중앙회다.

이러한 수산 종사자들이 만든 자생단체의 경영 혁신을 정책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주도한다는 것은 관치이며 내정 간섭이다. 비록 수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조직과 경영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권한 남용일 수 있다.

수협은 IMF 외환위기 여파로 1조1581억 원의 공적자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공적자금 상환을 시작해 지난해 1280억 원 등 총 2547억 원의 원금을 상환해 잔액이 9000억 원 정도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지난해 수협 창립 57주년 기념식에서 “공적자금 상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하고 임기 내인 향후 4년 안으로 모두 정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협의 수익도 개선돼 지난해 중앙회와 은행 등 자회사 및 회원조합 등 전체 조직이 거둔 세전이익 규모가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수협에 지원된 공적자금은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협에서 거둔 수익을 수산 분야 지원에 사용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는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공적자금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각종 규제 등을 도입해 자체적인 경영 혁신조차도 정부의 의중대로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지원으로 수협중앙회의 주요 보직을 해양수산부 공무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통제 아닌 통제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수협 경영 혁신 방안 중 수협 감사위원회와 조합 감사위원회 통합은 진작 추진됐어야 할 사안이지만 관련법 개정이 미뤄져 실현되지 못했다. 수협은행 명칭사용료 확대는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해양수산부가 선제적으로 해소했어야 하는 일이다. 사업부문별 책임경영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중앙회장은 비상임으로 묶여 있다. 정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을 수협에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수협 경영 혁신 방안 중 또다른 논란은 조합의 내부 문제를 경영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규제와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 수렴이나 논의가 부족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도입할 전환고시 폐지는 오히려 지역 인재의 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단위수협의 수도권 상호금융 점포 개설 제한은 한정된 지역 경제만을 대상으로 운용돼 오히려 경영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가장 민감하면서도 초미의 관심사인 회장 선출 방식도 직선제 도입이 회자되고 있다. 직선제를 못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 정부 측의 의중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원금 상환을 해야 하는 수협이 어느 정도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중앙회를 비롯한 일선 수협의 경영 상태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수협은 자발적인 협동사업보다는 정책자금, 어업기자재, 면세유 등의 업무를 취급함으로써 정책자금 수탁에 따른 정부 감독의 범주에 깊숙이 빠져든 상태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과 수협의 경영 부실 등으로 정부의 감독이 더욱 강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어업인과 어촌이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수협의 기능과 활동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단체의 자생조직으로서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협의 경영 혁신을 수협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