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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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업유산의 가치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5.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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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경관적 측면-갯벌, 관광자원이 되다

어업인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소득도 높아지고 도시 생활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갈 기회만 엿보고 있다. 자녀 교육과 문화적 욕구가 가장 큰 이유다.

이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수산시장이 개방되면서 중국산, 북한산은 물론 전 세계 수산물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어촌은 수산물 생산보다는 체험, 휴양, 관광 등 다원적 기능을 강화하면서 적극적인 어업 외 소득원 개발을 중요시하게 됐다. 정부는 어촌관광 기반 조성과 어가소득 향상을 위해 어촌 체험마을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서남해안에 있는 어촌 체험마을 프로그램 중 으뜸은 갯벌 체험이다.

농촌관광은 물론 어촌관광도 신선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관광 패턴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갯벌 체험이 어촌 관광자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대 초반인 것을 감안할 때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어촌마을은 정부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어 관광객을 맞기도 하지만 원래 어촌을 그냥 그대로 두고 생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체험과 관광이 쇠락해가는 어촌마을 발전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모든 섬이 관광지가 될 수 없듯이 모든 갯벌이 체험장이 돼서도 안 된다.

소득 증대와 주 5일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어촌에서 보내는 ‘5도 2촌’형 라이프 스타일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어촌관광 등 해양관광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어촌관광의 핵심은 갯벌 체험이다. 도시민들에게 갯벌은 매력적인 볼거리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갯벌 체험’까지 곁들인다면 아이들 등쌀에 다시 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갯벌 생태계가 소중하기 때문에 보전해야 한다는 말은 필요 없다. 제대로 보고, 그 가치를 느끼는 자체가 교육적 효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갯벌은 지역축제는 물론 생태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요 갯벌 지역에는 방문객센터와 같은 교육과 관광 지원시설이 이미 조성돼 운영 중이거나 건립 중에 있다. 시흥의 갯골문화축제, 보령의 머드축제, 전남 섬·갯벌올림픽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은 갯벌과 연안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전후해 수많은 체험객이 갯벌 체험, 어촌 체험, 바다 체험의 이름으로 갯벌을 찾고 있다. 이와 같이 어업인들이 어촌 체험을 통한 어촌관광 또는 어촌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악화된 어업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소득원 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체험 중심의 어촌관광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질 좋은 숙박과 음식 등의 기본적인 요소는 물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관련 연구기관, 투자기관 등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관광객들은 갯벌을 보면 파헤치고 돌을 뒤집어 어떤 생물이든지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험관광이 잘못 정착된 대표적인 사례다. 바다에 가면 낚시도구와 밑밥을 꼭 챙기고, 갯벌에 가면 호미와 바구니를 갖춰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진정한 어촌 체험관광을 원한다면 오히려 섬과 어촌의 역사, 문화, 그리고 삶의 이야기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면 마구잡이로 호미를 들고 갯벌을 긁지 않아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체험과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다와 갯벌을 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어업인들이 그들의 삶에 자긍심을 느끼며 관광객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갯벌과 바다가 살아날 것이다.

<자료 제공=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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