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직거래의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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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직거래의 나아갈 방향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0.05.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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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조직화로 직거래 기반부터 탄탄히 다져야

수산물 직거래 추진사업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어
양식수산물,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10%도 안 돼
직거래 위해 다양한 상품 정보 충분히 제공해야 
식품인증제 도입하면 수산물 안전성 문제 해결돼

 

이창수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10여 년간 우리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가운데 소비자의 상품 구매행태 변화는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소비자들은 각종 상품을 전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간단히 주문한다. 그리고 상품은 택배를 통해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비단 공산품뿐만 아니라 식품에서도 이런 형태의 구매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식음료, 쌀, 잡곡, 조기, 김, 미역 등 취급하는 품목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에서의 구매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기존 유통채널뿐만 아니라 로컬푸드 공급망을 통해 양질의 식품을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소비환경, 수산물 유통 변화 요구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는 이렇게 인터넷과 물류시스템의 발달에 따라 더 확대됐으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반적으로 온라인이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직거래도 상당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산물을 그 지역에 먼저 공급하고, 지역민은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식품을 구매·소비하는 로컬푸드가 자리 잡았다. 곳곳마다 직거래매장이 설치되고 장터가 열리고 있다. 수산물 역시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유통되고 있지만 농산물과 비교해보면 그 수준은 아주 낮은 편이다.
사실 수산물은 생산과 유통이 다른 품목에 비해 무척 까다롭다. 생산 자체가 자연에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어획물이 쉽게 부패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산물 유통은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발전도 더디다. 같은 식품인 농축산물에 비해서도 더 빨리 부패되며, 가공을 한 수산물보다 원물, 특히 생물 상태의 가치가 가장 높은 모순적 특징도 있다. 공급적인 측면에서 보면 여타 식품에 비해 확연히 나타나는 계절성과 공급의 불확실성 등은 직거래를 포함해 수산물 유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소비환경 등은 수산물 유통도 변화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유통채널 중 하나로 직거래가 부각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의 일이다. 당시 정부에서는 유통단계를 축소시켜 유통비용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농산물부터 정책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거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개별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는 상품 정보를 각 개인들이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탐색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유통비용을 감소시키겠다는 애초의 정책 목적은 달성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직거래는 더 많은 판로를 개척·확보해줌으로써 농업인의 수취가격 상승, 판로 확보로 경영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수산물 유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산물은 일반적으로 산지와 소비지 두 곳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소위 이중경매라는 것인데, 이를 두고 유통단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농산물에서와 같은 이유로 유통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즉 수산물 유통에서도 직거래는 어업인에게 판로 확보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직거래 유통 비중 확대를 위한 방안
최근 정부는 직거래 확대를 통해 수산물 유통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도 수산물 유통발전 시행계획’에서는 새로운 유통경로로 직거래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존 로컬푸드 직매장에 수산물의 입점을 추진하고 위판장에 캠(Cam)마켓을 개장·시범운영한다. 그리고 온라인 입점을 지원하고 ‘스타 온라인 업체’를 육성하며 수산물 직거래 촉진센터도 설치한다.
하지만 그간 정부가 수산물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한 노력치고는 추진사업들이 기초 단계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특히 수산물 직거래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직거래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둘째, 직거래의 대상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셋째, 직거래의 유통 비중을 얼마로 가져갈 것인가? 등이다.
먼저 수산물 직거래의 범위는 기존 농산물 직거래, 유럽·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직거래의 주체를 생산자, 생산자단체, 소비자, 소비자단체, 그리고 중도매인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산자에서 소비자 사이의 유통단계 중 1단계까지만 허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산물 직거래의 형태는 8가지로, ①생산자-소비자 ②생산자단체-소비자 ③생산자-소비자단체 ④생산자단체-소비자단체 ⑤생산자-중도매인-소비자 ⑥생산자단체-중도매인-소비자 ⑦생산자-중도매인-소비자단체 ⑧생산자단체-중도매인-소비자단체이다.
다음으로 직거래 정책의 대상으로 ‘살아 있는 상태의 수산물’을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활어의 유통은 별도의 유통시설 및 물류를 필요로 한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즉 활어 유통은 별도의 범주로 구분해 다루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직거래의 유통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2018년에 발표한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연근해수산물은 87%가 산지 중도매인, 나머지 13%는 중간 유통업자에 의해 유통된다. 양식수산물은 산지위판장과 산지수집상을 통하는 비중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5~10%의 양식수산물은 산지의 활어 전문 음식점으로 바로 출하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며, 1~3%의 물량은 음식점, 호텔, 대형 소매업체 등으로 유통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즉, 수산물 유통에서 직거래는 주된 경로 중 하나가 아닌 보조적인 경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직거래를 통한 거래의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먼저 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 수산물 직거래의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산지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회센터, 지역특산물 판매장, 수산물 판매장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온라인의 경우도 전화주문 등의 통신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취급하는 품목은 전복과 같이 활어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건어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지에서 유사한 품목을 취급함으로써 그 지역만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지역 수산물의 상품화, 생산자 조직화의 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팔거나 사고 싶어도 아이템이 마땅찮다면 거래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직거래의 유통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이러한 기초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산지 조직화, 직거래 아이템 발굴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 구축 필요
소비자의 입장에서 수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 소비자의 탐색비용이 절감될수록 직거래도 더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온라인 직거래 포털의 운영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통신판매처 등의 정보를 하나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거래가 점점 더 확대될수록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 구축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품의 이동, 신용을 매개로 한 거래가 온라인 거래의 중요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금의 결제, 배송, 배송 후 사후 관리 등 안전한 거래를 위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정부가 보증하는 통합적인 결제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상품에 대한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도 수산물 직거래를 확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믿을 만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며, 이러한 소비자의 믿음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면 거래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방법이 식품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에서 강원 원주시의 ‘원주푸드’인증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자체인 원주시가 지역 내 로컬푸드 직매장, 공공급식 등에 공급되는 식품에 대해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인증제는 비단 중앙정부나 지자체만이 아니라 일반 민간에서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협 등에서의 역할이 강조된다.
수산경제연구원의 수산물 직거래에 대해 일선 수협과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 수산물 직거래가 필요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업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생산한 수산물의 판로 확보와 경영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서이며, 조합에서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최근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경제와 관련해 어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수산물 직거래를 활용한 어촌 비즈니스이다. 즉, 수산물 직거래는 수산물 유통경로의 하나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직거래정책도 수산물 유통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어촌정책과 연계해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향후 직거래에 대한 수요는 소비자의 구매행태 변화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 사업의 확장을 위해서도 직거래를 더 많이 이용할 것이다. 따라서 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사업의 발굴, 정책 목표의 수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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