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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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1.28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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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업계가 위기다. 어류양식은 물론 김을 비롯한 해조류와 전복, 굴 등 패류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던 양식산업은 지난 2017년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일부 업종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식량 공급원으로 기대되던 양식산업의 침체는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시장 개방과 함께 밀려들어온 수입 수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식업계는 전통적인 생산방식과 시장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국내 최고의 어류양식 생산물인 광어는 연간 10만 톤 정도를 생산해 국내 횟감용으로 출하하거나 활어 상태로 일본 등지에 수출해왔다. 일부 미국 등으로 판매가 늘어났지만 생산량 대비 소비 시장은 증가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잉여 생산물이 늘어나고 과잉 생산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 등의 방어, 참돔이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잠식해나가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전복과 굴 역시 전통적인 소비시장을 겨냥한 생산활동과 높아진 생산원가 탓에 국제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신규 시장을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양식 생산물 중 최대 관심을 받고 있는 김은 3년 연속 5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지만 물김 등의 생산 여건은 날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는 예년 생산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 양식장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등이 가장 큰 생산 변동 요인이지만 국제시장 변화도 만만치 않아 김 양식의 위기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올해 양식산업도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KMI는 대서양연어 등 국제 교역 대표 양식 수산물의 국내시장 잠식으로 활어 소비는 정체되고 중저가 수입 수산물로 수요가 이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노동 여건의 변화로 경영비가 상승해 어가 경영비 상승에 따른 양식어가의 경영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의 변화가 진행된다면 올해도 광어와 우럭, 참돔 등의 양식어류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산물 공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미래 산업으로 성장이 기대됐던 양식산업이 정체에 빠진 데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도 한몫을 담당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양식을 양식정책의 핵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자 3개소가 선정돼 1200억 원이 지원될 예정이며 올해도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KMI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는 세계 양식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환한 한 해였다. 또한 첨단 식량생산 시스템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시화된 해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내 양식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환점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경험이나 전통방식의 양식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이 우리 양식산업계의 필수 과제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양식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양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반산업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자동급이기나 어류 이송기, 수온과 수질 등 양식장 관리의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투자에 의한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 개소당 400억 원이 투입되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 선정지의 목표를 보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경남 고성의 경우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와 대량생산단지, 가공과 유통, 수출, 연구개발, 창업 교육, 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부지 10만㎡ 중 시범양식장 부지는 1600㎡에 불과하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양식산업에 고부가가치 품종을 선정하고 생산원가를 줄이며 생산성을 확대해야 하는데 양식은 여러 가지 사업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수익성은 물론 양식산업에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양식산업 관련 핵심 정책은 그동안 많은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2005년부터 시작한 외해 수중가두리는 2010년경 참치양식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성공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서해안 갯벌을 이용한 갯벌참굴양식은 흔적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곧바로 산업화가 기대됐던 뱀장어와 참치, 명태 양식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해외시장을 겨냥했던 전복과 해삼섬 사업도 이제는 정책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시작 단계에서는 정부의 핵심사업으로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양식산업 발전을 선도하지 못했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보호를 위한다면서 내걸었던 생사료 사용 금지와 배합사료 사용 의무화는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개소당 수백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스마트양식도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지난해 제정된 양식산업발전법이 오는 8월 시행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양식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시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한건주의나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계획을  좀 더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 위기의 양식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느냐는 계획 단계에서의 정확한 방향 설정과 시행방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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