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수출 25억 달러 달성 의의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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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수출 25억 달러 달성 의의와 과제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0.01.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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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산물 수출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5억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2011년 20억 달러를 달성한 지 8년 만의 경사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확산, 경기침체 등으로 국가 전체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수산물 수출이 목표를 달성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일부에서는 억지로 목표를 달성했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수산물 수입이 늘어나고 국내 생산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사상 최고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사실 지난해 수출 목표를 25억 달러로 설정할 당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별로 없었다. 노르웨이산 연어와 고등어, 일본산 방어와 참돔, 아프리카산 갈치 등 우리 밥상을 점령한 수산물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수출 확대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에 생산원가 증가와 국내 소비시장 변화 등 수산물 생산 환경이 나빠지면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이번 수출 목표 달성의 최대 효자는 바다의 반도체라고도 여겨지는 김이었다. 지난해 수출 금액이 5억8000만 달러다. 지난 2017년 사상 처음으로 5억 달러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룬 이후 3년 연속 5억 달러 수출에 성공했다.

부동의 수산물 수출 1위 자리를 유지해온 참치를 제치고 단일품목으로는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다. 참치 역시 어획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해 5억7000만 달러로 간발의 차이로 2위를 기록해 수산물 수출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

차세대 수출 유망 품목으로 육성 중인 굴(7668만 달러)과 어묵(5503만 달러)도 전년보다 10% 이상 수출이 증가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26억 달러로 높여 잡고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불과 1억 달러 증가에 불과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020년 대내외 수출 여건은 비관세 장벽 강화, 수산 자원·어획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수산물 수출 25억 달러 달성을 위해 ‘수산물 신(新)수출전략’을 수립하고, 해외시장 개척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민관 합동 수출점검회의를 분기별로 개최해 수출 업계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고 업계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과 참치, 굴, 광어 등으로 대표되는 수산물로는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 어묵을 새로운 수출 효자상품으로 개발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소득은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물 또는 활어 상태의 제품을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활어 상태의 전복으로는 갈수록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활어차를 이용해 광어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시대도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어나 가공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다면 수출 목표 달성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 김 역시 국내 생산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량 증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의 조미김으로는 한계에 달할 수 있다. 안주나 과자류 등 김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과 홍보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양식 생산물에 대한 가공품 개발과 제품 다양화는 시급한 일이다. 국내 대표적인 양식 품목인 전복, 광어는 가공품 개발이 전혀 없으며 굴은 생굴이 대부분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품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 개척이나 소비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한 가지는 수출 상대국의 비관세 무역 장벽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해줘야 한다. 비관세 무역장벽은 자국 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언제든지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생물이나 활어 상태로 판매되는 광어와 굴 등 패류는 항상 안전성 문제로 수입검사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일본이 지난해 7월 광어, 패류 등 5개 품목에 대한 수입검사 강화조치를 내려 광어 수출에 애로를 겪기도 했다. 새로운 질병이나 약제에 대한 규정을 강화할 경우 예상치 못한 수입 규제와 제한 조치에 수출이 급감하거나 중단될 우려가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성을 문제로 수입 부적합 품목으로 지정할 경우 꼼짝없이 수출이 중단된다. 이러한 수출 중단은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가격 폭락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대내외 수출 여건은 비관세 장벽 강화, 수산 자원·어획량 감소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수산물 수출 26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보다 국제 무역이나 국내 생산 여건은 호전될 기미가 별로 없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수산물 육성, 수출 구조 개선, 업계 역량 강화 등이 필요하다.

관행적으로 해온 정책이나 수출 활동에 그친다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수출 정책과 지원 역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수용하고 정책에 반영할 때 새로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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