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가치사슬 구축과 수산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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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가치사슬 구축과 수산업 혁신
  • 탁희업 기자
  • 승인 2019.11.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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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걷어 올린 어획물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시킨 지능형 CCTV 기반의 인공지능 옵서버(Observer)가 어획량을 식별한다.

인공지능 옵서버를 통해 어종·어획량 등의 정보가 해상에서 실시간으로 입력되고, 어획물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되면 양륙 전에 경매하는 선상 온라인 경매가 이뤄진다. 소비자는 ‘캠(Cam) 마켓’을 통해 온라인에서 수산물 영상을 확인하고 바로 주문한다.

양식장에서는 사물인터넷 센서 등으로 수질·사료·질병 관리 등 양식 전 과정이 데이터화되고, 빅데이터 센터를 통해 실증 데이터가 축적되며, 민간 양식장 기술이 공유된다.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스마트화는 유통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신선도를 높일 수 있게 한다. 양식 생산량 조절은 물론 기술 공유로 생산원가도 절감할 수 있고 판매도 용이해진다. 어업 현장의 자원량 파악은 물론 유통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어획물의 신선도를 높일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육안 관측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수산업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 성장동력은 물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서의 수산업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발표한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해양수산 분야 혁신성장을 가져다줄 방안으로 제시됐다.

수산 분야는 수산업 전 과정에 스마트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지속가능한 스마트어업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건강하게 기르는 스마트양식을 확산하며, 믿을 수 있는 수산물 유통·가공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실화 및 성공 여부를 떠나 미래 전략을 마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수없이 반복되는 현장의 문제를 겪으면서도 발전 속도가 정체되거나 아예 쇠락의 길에 접어들 상황에 직면해 있는 수산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어업인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또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실화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용어조차 낯선 실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옵서버 시스템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으로 연근해어선에 위치추적발신기 등이 장착돼 있다. 정부 지원도 있지만 어업인들이 절반 정도 부담했다. 갈수록 어업 여건이 악화되고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어업인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주인 없는 무주물에 대한 무한경쟁을 펼치는 어선어업의 경우 치열한 경쟁이 상존하고 있다. 가장 문제인 어업 형태별, 지역별 어업 분쟁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어획량 보고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선도 유지와 유통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한 온라인 경매를 실시할 경우 중도매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디지털 기반의 신(新)수산업 구현을 추진한다는 전략이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선(善)을 위한 혁신이 악(惡)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소를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것은 곧 법이나 규제가 강화될 수 있는 것과 같다.

양식 분야의 스마트화를 위해서는 각종 장비와 기자재가 자동화돼야 한다. 그러나 자동화를 위한 자료조차 불완전한 수준이다. 수중드론이나 24시간 무인관리가 가능한 정밀 제어모델 개발은 아직 시작조차 못한 실정이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스마트양식장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해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가치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 창출을 위한 적정 품종조차 선택이 모호한 상황이다. 개소당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스마트양식장이 보여주기식 모델이나 플랫폼에 그친다면 스마트양식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해양수산 분야 혁신성장을 가져다줄 ‘해양수산 스마트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장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시행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의 원인이 되는 자원량의 과학적인 조사가 실시돼야 한다. 동해안의 특산어종인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대량 어획되는 근거도 제시돼야 하며 어업인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TAC를 근거로 한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원양어선들은 위치발신기가 의무적으로 장착·작동되고 있다. 세계 어느 바다에 있더라도 국내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국내 연근해어선들 역시 위치를 알 수 있는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어업이 성행하고 있다. 어획 강도가 높은 근해어선만이라도 장착 및 작동 의무화를 실시하고 이들을 감시하는 조업감시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불법어업 근절을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을 제쳐두고 인공지능 기능을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가치사슬의 구축은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30, 40년 된 낡은 시설에서 수익성을 제고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양식인들의 문제를 먼저 해소하지 않으면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들 역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원할 수 있다. 이들이 혁신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 혁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입안자가 아니라 현장의 어업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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