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를 만나다] 청어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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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시를 만나다] 청어의 저녁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19.11.1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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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의 저녁

김윤식

저녁 찬거리로 청어를 샀습니다.
등줄기가 하도 시퍼래서
하늘을 도려낸 것 같았습니다.
철벅철벅 물소리도 싱싱합니다.
정약전(丁若銓)은 어보(魚譜)에 무어라고 적었던가요.
청어를 앞에 놓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르긴 해도 누운 자세가
그대로 눈빛 고운 수평선이란 말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문득 그 위 하늘에 가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이미 청어가 되어 헤엄쳐 간 정약전 같은 사람들.
잠시 생각하는 만큼 저녁이 늦어지겠지요.
그래서 하늘에 푸른 물소리로 먼저 등불을 켭니다.
바다가 헤엄쳐 내 집에 와 있습니다.

 

※ 김윤식 작가는…
인천 출생. 198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고래를 기다리며>, <청어의 저녁>, <길에서 잠들다> 등. 인천문인협회 회장 역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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