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양식 혁신 성장, 스마트양식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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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양식 혁신 성장, 스마트양식이 능사가 아니다
  • 탁희업
  • 승인 2019.06.2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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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수산과학원이 제1회 수산양식 혁신성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수산혁신 2030 계획의 성과 달성을 목표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식분야의 스마트양식화를 위한 구체적인 동력을 찾기 위한 행사였다. 정부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고 업계의 현안 사항을 찾아 연구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그동안 신품종 개발이나 양식기술 개발 등 생산에만 집중된 수산과학원의 연구 동력을 다양화시킬 수 있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산분야 연구기관이 미래 수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양식산업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뒤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과제가 무엇인지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혁신 성장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여겨졌다.

이날 주제 발표 내용도 정부의 정책이나 수산과학원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주제발표 대부분이 현장을 경영하는 대표들의 생생한 현안울 중심으로 진행돼 공감를 얻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넙치를 비롯한 어류가두리, 송어, 전복, 뱀장어, 굴, 숭어 등 국내 양식업을 대표하는 품종들이 발표돼 양식산업의 디양힌 문제들이 드러났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를 알아낸다면 비교적 쉽게 대책이나 대안을 찾을 수 있다.

한데 이날 행사에서는 아직도 정부 정책과 현장의 요구와 대응이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해양수산부의 수산분야 주요 정책은 수산혁신 2030 계획과 어촌뉴딜300 사업이다. 이들 사업에 수산정책 대부분이 연관돼 있고 예산도 수백억원이 넘는다. 문성혁 장관은 얼마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산과 해양부문 모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화를 강조했다. 스마트양식으로 수산업을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복철 어촌양식정책관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양식업의 규모화와 스마트화 예방양식을 강조하면서 올해 첨단스마트양식 확산을 위해 15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부산에 조성 중이며 2022년까지 2곳을 더 선정한다.

그러나 업계가 진단하는 양식산업의 미래화는 차이가 있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을 어떻게 해양수산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까,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까 보다는 현장의 문제점만 개선해도 양식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최근 노르웨이 연어와 일본산 방어 수입 증가로 위기를 맞고 있는 넙치는 기본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의 국가 정책이 양식산업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활어회를 위주로 한 넙치 소비시장이 감소됐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다. 더 이상 활어시장에 머문 마켓팅으로는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였다. 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시설 개선을 추구해 온 것도 공감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원가를 절감하는 양식경영 개념을 도입하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넙치양식업계가 공감하는 사항이다.

송어양식업계는 소비형태의 다양화와 차별성이 필요하며, 노후화된 시설의 현대화 사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전복양식업계도 불법면허지와 환경악화, 고수온으로 인한 대량 폐사가 성장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숱하게 제기돼 온 사항들이기도 하다.

간단한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도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최근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일본산 방어에 원산지 표기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양식생산물의 수출을 위해서는 상대국과의 상호위생약정이 필요하며 수출입품목으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는 넙치만 수출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삼이나 수출 가능성이 높은 터봇, 능성어류는 수출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10대 수출 전략품목으로 선정된 품목조차 상대국에 수출 품목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수출을 포기해야할 지경이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양식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국내외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식품 개발과 공급도 필요하다. 이를위해 기업화, 규모화는 물론 첨단 양식장 확대는 미래 양식산업의 성장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 성장도 기약할 수 없다. 양식 현장이 활성화된다면 생산자들은 스스로 자동화 시설을 갖춘다. 필요하다면 최대 규모의 생산 시설도 직접 투자에 나선다. 양식 산업의 혁신 성장은 첨단화된 시설이 아니라 현장의 현안이 해소될 때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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