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향 은은한 香魚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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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향 은은한 香魚 은어
  • 하주용
  • 승인 200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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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어의 대표적 어종인 은어는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여울목에 사는 깔끔한 물고기다. 간디스토마 균이 없으며, 고인 물에서는 살 수 없다. 하천에서 태어나 치어기는 바다에서 자라고 다시 하천으로 돌아가 성장 후에 산란한다. 산란기는 보통 10~12월로 하천 중하류의 모래바닥에 알을 낳고 죽는다. 부화 후 체장이 3cm 정도 자란 은어는 바다로 내려가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다. 겨울을 바다에서 난 약 6~7cm가 되는 은어는 3~5월경 하천으로 올라오면 식성이 달라져 조류(藻類)를 먹고 자란다. 이 식성이 은어가 독특한 향을 내는 요인이다. 조류의 향이 은어의 체내로 옮겨가 베인 것이다. 은어는 이끼의 향을 갖고 있으므로, 향어(香魚)라고도 부른다.
은어는 여름에서 겨울에 걸쳐 20cm 전후로 성장한뒤 하류의 하구에 가까운 산란장으로 옮겨간다. 최근에는 해산 치어 은어를 양식해 방류하는 증식방법 외에도 인공수정으로 은어 치어를 부화하고 있다. 자연산의 급감으로 양식산 생산량이 크게 늘어 1998년 은어 생산량의 대부분(97% 이상)은 양식산이다.

자연산 은어와 양식산 은어의 성분 특성

자연산 은어 특유의 향은 내장 및 피부에 많고, 먹이가 되는 조류의 향과 일치하지만, 인공사료로 키운 양식산 은어에는 이 향이 없다. 또한 자연산 은어는 향이 좋고 육질이 단단하며, 단맛도 풍부해 맛이 좋다. 양식 은어는 육질이 연하고 지방질 함량이 대단히 많은 느낌이며, 특히 내장에 지방질이 많아 맛이 자연산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 은어의 맛은 근육의 맛뿐만 아니라 내장을 포함하는 풍미가 중요시 된다.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진 소금구이특유의 떫은맛과 향은 내장을 제거하면 반감한다.
자연산과 양식산은 성분에 꽤 차이가 있다. 양식산은 자연산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지방질 함량이 많으며, 계절, 산지에 따라서 차이가 적다. 그리고 양식산 은어는 특히 등지느러미 아래에 특유의 지방조직을 갖고 있어 구우면 지방질 냄새가 나고 먹어도 맛이 짙어 자연산 은어와 같은 상쾌한 식감이 없다. 그리고 자연산은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풍부한 반면, 양식산은 당질 및 글리코겐 양이 대단히 많은데 이것은 사료에서 오는 것이다.
은어의 감칠맛은 엑스분의 함량과도 관계되지만,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는 타우린과 안세린의 영향이 크다. 타우린은 양식산의 엑스분 중에 많고, 자연산은 제철에 증가한다. 또 안세린은 자연산에 많아 은어 맛에 크게 영향을 주는데 안세린은 약한 단맛과 약간의 떫은맛 및 수축성이 있으므로 이 성분을 많이 함유한 엑스성분은 짙은맛이 난다.

은어 소금구이 맛의 비밀

은어는 맛이 담백하기 때문에 은어의 향미를 살려서 먹는 방법은 소금구이가 가장 좋다. 은어를 통째로 씻고 꼬챙이에 끼워 소금을 뿌린 뒤 각각의 지느러미에 화장 염을 해 통째 굽는다. 소금구이의 원칙은 선도가 좋은 은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어시장에서 빙장해 하는 것은 어획 후 하루 정도 경과한 것이므로 성숙기에 들어 있어 소금구이에 최적이다. 소금을 뿌릴 때는 지느러미에도 가볍게 화장 염을 뿌리면 좋은 향을 내면서 구워져 맛이 좋아진다.
은어는 내장에 향미가 있으므로 옛날부터 내장을 제거하지 않는 먹는 것이 기본이다. 은어요리는 장의 향미와 쓴맛도 동시에 느끼는 것이 특징. 소금구이를 먹을 때 여귀초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비린내를 막을 뿐만 아니라, 초의 맛과 여귀의 매운맛이 상쾌한 은어의 육질을 수축시키므로 한층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말짱 도루묵

옛날 임금님이 난리를 피해 동해안 바닷가로 와서 당시 많이 잡혔던 도루묵요리를 먹고서는 맛이 좋고 배 쪽이 은빛인 고기의 이름을 은어라고 붙였다. 서울로 되돌아간 임금님이 그 맛을 잊지 못해 은어를 구해 오도록 해 먹어보니 그때 먹던 맛과는 천지차이이므로, 임금님이 “에이, 도로 물려라”고 호통을 친 데서 유래돼 생선이름이 도루묵으로 바뀌었다. 신하들 입장에서는 동해안까지 가서 도루묵을 구해온 수고는 아랑곳없이 공든 탑이 무너지고 도로 물리는 처지가 돼서 생긴 속담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임금님이 이름을 붙였던 은어는 담수어인 은어와는 다르며, 서울로 되돌아와서 먹었던 도루묵의 맛이 피난길에서의 맛이 달랐던 것은 제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판단된다.

(생선회 100배 즐기기 250페이지, 은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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