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 어업인, 폐어망 수거 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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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어업인, 폐어망 수거 솔선
  • 윤창훈
  • 승인 200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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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 투기장으로 전락한 바다를 살리기 위해 강원도 양양군 어업인들이 생업을 뒤로한 채 팔을 걷고 뛰어들었다. 이들 어업인들로서는 조업도중 함께 올라오는 각종 폐기물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어업의 생존기반마저 무너질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강원도 양양군통발협회(회장 이병문·李炳文)는 지난달 25~27일 사흘간 크고 작은 배 41척에 나눠 타고 양양군 앞바다 수심 30m지점까지 폐어망과 양식시설 등 바다쓰레기를 수거했다. 어업인들은 수심 30m 이상에 대해서도 3일간 두 번에 걸쳐 추가 수거작업을 실시해 모두 50t의 쓰레기를 처리할 예정이다.
이러한 어업인들의 폐어망 수거 활동에 양양군과 양양군수협이 적극 거들고 나섰다. 양양군은 우선 바다 속 쓰레기를 찾기 위해 8백20만원을 들여 끌개(갈고리) 87개를 제작해 어업인들에게 나눠줬다. 또 수거한 쓰레기를 육상에서 처리하는데 1천5백만원을 투입했다. 이와 함께 양양군수협은 작업로프를 지원했으며, 어업인들도 노동력과 수거선박 기름값을 자발적으로 부담했다.
통발협회 李회장은 이와 관련, “어업인 자신들부터 앞장서서 폐어구를 바다에 버리지 말자는 의미에서 수거작업에 동참하게 됐다”며 “바쁜 조업 시간을 쪼개가며 힘이 많이 드는 작업 특성상 앞으로 3일간씩 주기적으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태(金正泰) 양양군수협조합장은 “정부에서 용역업체를 선정해 쓰레기를 처리할 때는 바닥이 깔려있는 폐기물을 찾아내는데 애를 먹어야 하지만 어업인들은 이들 폐기물의 위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효율적 작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50t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처리하는데 용역업체에 맡기면 5천4백만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한달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지만 어업인들은 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에 수거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과거 어업인들에게 침체어망 인양 또는 양식장 정화사업을 위임했을 경우 무성의한 작업과 허위보고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유종변(柳鍾邊) 한국수산업경영인 강원도연합회장은 “앞으로 바다 생태계 훼손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폐어망 수거 등 해양쓰레기 처리에 지역 어업인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강원도의 경우 이번 양양군의 사례를 토대로 어업인, 어촌계, 수협 등에 이 사업을 맡길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조사결과 연안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만도 1천3백여톤으로 나타났으나 정작 바다 속에 방치된 양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수거되는 폐어망과 로프는 불에 녹여 플라스틱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통발 등 다른 쓰레기는 특수 폐기물로 분류돼 처리에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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