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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新) 노량진수산시장 입주에 나서는 직판상인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시장 내에 돌고 있는 이른바 ‘현대판 노예계약서’ 소문 탓. 수협노량진수산(주)은 최근 신 시장으로 이전을 원하는 상인들을 위해 상담실을 마련하고, 이들이 시장에 입주할 수 있게끔 전사적으로 나서 127명이 합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상인들에게 받은 ‘책임이행각서’가 문제가 됐다.
본지가 입수한 책임이행각서에는 △현대화시장 입주와 관련된 모든 제반비용 본인부담(3항) △가입주 이후 비대위의 시위·집회 등에 절대 참여하지 않으며, 미 이행할 경우 현대화시장에서 강제 퇴출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6항) △2016년 3월 16일부터 현대화시장 가입주 전일까지 구 시장에서의 점포사용료(부당이득금)를 회사에 납부하는데 동의(8항)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기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내용이 문제로 불거져 상인들이 입주를 꺼리자, 회사 측은 기존 책임이행각서를 ‘현대화시장 입주동의서’로 바꾸고 세부조항을 수정했다. 3번과 8번 조항은 아예 삭제했으며, 강제퇴출 및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문구도 지웠다.
회사 측은 입주를 위해 필요한 약정사항을 기재했다고 하지만 고민 끝에 이전을 결심한 상인들도 그렇게 받아들였을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상인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세심치 못한 일 처리로 상황을 다시 원점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것. 어렵게 튼 물꼬를 제 스스로 막아버린 그들의 안일한 일 처리가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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