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재원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장
상태바
인터뷰-하재원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장
  • 안현선
  • 승인 2016.05.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
‘수출역군’ 오징어…어업인 功으로 지켜온 성과

한국의 오징어 수출 역사는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다. 이 시기 한국은 ‘수출제일주의’를 채택하며 이른바 팔 수 있는 물건은 모두 내다 팔았다. 1차 산품 외에는 내다 팔 것이 없는 척박한 시절이었기에, 오징어는 단연 수출 주력품목으로 꼽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수출품목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참다랑어와 김에 다소 빛이 가려지긴 했지만, 오징어는 국내 수산물 수출실적 3위를 기록하며 ‘수출역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오징어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 중에서도 국내 오징어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의 공을 빼 놓을 수 없다. 지난달 중순, 하재원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신임회장을 만나 오징어산업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오는 7월부터 러시아 입어…48척 가량
“임기 동안 전국 근해오징어채낚기 어업인의 권익보호에 힘쓰는 한편 오징어 자원보존과 수급 등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3월 1일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 수장에 오른 하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국내 오징어산업 발전과 어업인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6월 출범한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는 현재 8개 지부, 14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동·서·남해 먼 바다는 물론 일본 EEZ, 러시아 수역 오징어어업을 민간차원에서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 회장은 최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7월 15일~20일 사이 러시아 어장 입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올해 러시아로 들어가는 배는 48척 가량. 한때는 100여척이 넘는 배가 러시아로 향했지만, 2011년 90척, 2014년 87척 등으로 해마다 숫자가 줄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러시아 진출은 한때 오징어잡이 소득의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와 많은 어업인들이 이곳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도 옛말이라는 게 하 회장의 설명이다.
하 회장은 “7월부터 10월까지 90일간 조업에 나서지만 실제 조업일수는 80일도 채 안 된다”며 “중국, 일본어선과의 경쟁이 심하고, 예전만큼 자원도 많지 않다보니 러시아 어장 입어를 요청하는 어업인들의 숫자가 해마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러시아 출어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외국인선원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는 것. 근해오징어채낚기어선에는 선장, 기관장, 갑판장을 제외하곤 4~5명의 외국인선원들이 탑승한다. 특히 3달 간 러시아 어장으로 떠나는 배는 선원이 더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하 회장은 “러시아로 떠나는 어선에만 92명가량의 인원이 필요한데, 현재 수협중앙회와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간 협상에 진척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외국인선원이 들어와야 서로 손도 맞춰보고, 일도 가르치는데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현 광력으론 해외어장서 조업 어려워
(사)전국근해오징어채낚기연합회는 또 다른 현안도 안고 있다. ‘집어등 광력 상향’이다.
러시아 수역에선 중국, 일본, 한국 세 나라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배만 광력이 턱없이 낮아 어획량이 부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 회장은 “러시아 바다에서 중국어선은 1500Kw, 일본어선은 250Kw의 광력으로 오징어를 잡고 있는데, 우리 어선들은 141Kw의 광력을 사용하고 있다”며 “두 나라와 비교도 안 되는 집어등 광력 차이로 인해 경쟁에서 도태되고, 생산량 또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채낚기는 산재한 오징어를 불빛으로 모아 낚시로 한 마리씩 낚는 어법이기에, 어획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요소는 어군의 밀집력 유지다. 그런데 밀집력은 광력이 도달하는 수심과 범위에 비례하므로, 적정한 세기의 빛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주로 먼 바다나 해외어장에서 조업하는 근해오징어채낚기 선박들은 생산량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집어등 광력이 어획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타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업계의 현실을 반영해 광력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연합회 될 것
오징어가 국내 수산물 수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자품목이라지만, 문제는 해마다 생산량이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10년 새 오징어 어획량은 3분의 1이나 줄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어획량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오징어 어획량은 지난 2003년 23만3254톤에서 2006년 19만7084톤, 2008년 18만6160톤, 2011년 17만1642톤, 2013년 15만4555톤으로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근해채낚기 어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크다. 지난 2014년 업종별 오징어 생산동향을 보면 대형트롤이 7만5030톤으로 가장 많고, 동해구트롤이 3만5081톤, 근해채낚기가 3만4974톤, 연안복합이 2924톤이다. 1996년과 비교하면 대형트롤은 어획 감소량이 15% 수준이지만, 근해채낚기는 64%, 연안복합 생산량은 84%나 줄었다.
해외어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우리나라가 러시아 어장에서 잡을 수 있는 오징어 쿼터량은 3500톤. 지난해 배정받은 쿼터 5500톤보다 2000톤이나 줄었다. 이는 작년 쿼터 소진량 부진에 따른 것이다.
하 회장은 근해채낚기의 경우 연중 오징어를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수역 입어와 금어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연중의 절반만 조업에 나서는 꼴이어서 생계에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업 기간 동안 꼬박꼬박 지급돼야 하는 선원 인건비와 선원·선체 보험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하 회장은 본인의 생업에 더욱 소명감을 가지고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하 회장은 “어업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연합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오징어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