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연 제목소리 내주길 기대...정병호 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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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제목소리 내주길 기대...정병호 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 윤창훈
  • 승인 200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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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균형적 참여 민주주의를 기대하고 있다. 여러 사회단체들이 제각기 자기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특정 단체만 가운데 자리 잡고 많은 단체들이 주변에 내몰려 있어서는 안 된다. 마치 베어링 모양으로 불균형을 이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난 개발의 연대에 이러한 불균형시스템을 경험했다. 가진 것이 없고 제도가 불비했을 때 정부주도에 의한 성장이 ‘발전국가 이론’에 따라 움직여 왔다. 이 때 농수산관련 단체들은 주변에 내몰려 있었다.
그러나 사회변동의 물결은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균형적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외치게 됐다. 여기에 수산업경영인들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단합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1989년 1만5천여 수산업경영인들은 시군연합회 조직을 바탕으로 도연합회와 중앙연합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실로 수산업경영인들은 우리나라 수산의 중심적 존재로서 수산업 발전을 위해 큰 힘을 발휘해야 할 사람들이다.
주지하다 시피 우리나라는 해양수산국가로 발전할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원감소와 환경오염, 원양어장 상실, 그리고 WTO(세계무역기구)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 의한 수산물 수입자유화와 수산보조금 지원축소 등의 어려움도 없지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장기적으로 수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여기에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 정답이 해양수산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대학의 수산관련학과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정답을 내놓고 실천함에 있어서는 수산업경영인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특히 수산업경영인들의 모임은 해양수산부의 관련 정책과 국회의 관련 입법활동, 그리고 수협의 조합원에 대한 봉사활동 등에 있어 시비곡직을 가려 지지할 것은 지지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NGO(비정부기구)로서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성장하는 사회세력으로 자리매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4.15총선 결과를 보면 여야 각 당에 각 직능단체의 대표들이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에 농민대표가 자리 잡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어업인 또는 수산인 대표는 없었다. 여야에 수산관련 인사는 보이지만 진정 어업인 또는 수산인은 아니다. 수산업경영인연합회의 활동은 이런 문제와도 관계있다고 본다. 분발할 과제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4.15총선이후 당선된 국회의원 중에는 과거처럼 학력이나 관직의 경력이 중시되지 않고 오로지 한길을 걸어온 전문인이나 옳은 길에서 싸워온 투쟁경력이 중시됐다는 사실도 발견된다. 어떤 당선자의 프로필을 보면 학력난이 미기재로 소개된 사람도 있다. 불우했던 시절에 남들처럼 학교에 다니지 못했으니까 미기재로 비워뒀을 것이다. 그 아픔을 헤아릴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력 중시의 낡은 눈으로 세상을 읽지 말자는 새로운 기호가 탄생한 것이다.
어업인과 수산인은 자칫 쓰라린 과거를 가질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금 세상이 달라졌다. 전문지식과 경험, 그리고 출중한 투쟁이 새롭게 평가되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맥퍼슨은 ‘전환기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첫째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방어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고, 둘째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를 축적한 발전적 민주주의를 성취한 다음, 셋째 다양한 이익집단의 활동이 보장된 균형적 민주주의가 보장되고, 넷째 정치적 명목가치와 사회적 실천가치가 일치하는 참여적 민주주의를 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균형적, 참여적 민주주의를 성취하려 한다. 이것은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민주주의로 이행한 후 민주주의 공고화를 성취하려는 논의와 일치한다. 원컨대 수산업경영인들의 연합체가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을 위해 이 시대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 주기를 기대한다. 수산업이 베어링시스템의 주변에서 제집집단의 균형시스템으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주어진 소임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균형과 참여, 그리고 공고화가 추상이 아닌 실질의 가치로 손에 안겨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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