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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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치삼?
  • 탁희업
  • 승인 2015.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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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대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아버지가 같은 이복자매의 41년만의 재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자매의 이야기다. DNA 검사가 있었기에 확인될 수 있었다. 과학은 빠르게 발전한다. 하지만 과학은 사람의 두뇌로 발전하기에 사람에 뒤진다.
해삼. 사포닌을 함유하는 바다의 인삼이다. 대량양식만 가능하다면 한중 자유무역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수산물이다. 국내 판매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수출할 수 있고, 가공기술만 확립되면 부가가치를 수십 배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대량생산이 어렵다. 동면과 하면을 하는 해삼의 생리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해삼양식은 바다에 방류할 어린해삼 (치삼)을 생산하는데 그친다.

과학이 사람에 뒤진다
어촌계의 사업신청서가 접수되면 지자체는 해삼양식장에서 치삼을 구입한다. 1g 짜리 한 마리당 500원이니 kg 당 500,000원에 이르는 비싼 값이다. 입찰을 통해 구입된 해삼은 자원증식용으로 바다에 방류되고 (씨뿌림이라 한다), 어촌계 어민들은 2년 후 앞바다에서 이들 해삼을 수확하여 소득을 올린다.
치삼의 가격이 고가이고, 양식생산이 까다롭다 보니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치삼이 있다. 이름하여 밀수 치삼이다. 비행기를 타고 온 어린해삼들이 양식장에서 입찰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친삼 (부모 해삼)과 치삼의 DNA 대조작업이 행해진다. 양식장에서 직접 친삼의 방정과 산란을 통한 수정으로 생산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직접 생산된 소량의 치삼으로 그 대조작업을 통과한 후 대량의 밀수 치삼을 팔아먹는 짓을 한다. 사람이 과학보다 더 진보하기 때문에 이런 교묘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왜? 치삼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수출 유망 품종이란 덕분에 수많은 연구자들이 국가 연구비를 받아 해삼관련 연구를 성공적으로 (?) 수행하였지만 양식현장에는 그런 결과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사료도 없고, 육상에서 출하시까지 사육되는 사례도 없다. 방류한 후 하면하고 동면하며 그저 자연스레 자라길 바랄 뿐이다. 수출 유망 품종이란 단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은 사양가의 몫일 뿐이다. 사양가들은 비싼 가격으로 사료와 펄뿐 아니라 사육기술자까지 수입하고 있다.

상업적 해삼사료 개발 시급
치삼가격을 마리당 100~200원으로 떨어트리고 육상 대량사육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1000원대 배합사료를 개발하고, 펄을 대체할 소재를 개발하고, 동면과 하면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화 후 1년 내 출하할 수 있는 사육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수출 유망 품종’이란 용어로 바람만 불어넣고, 배 불린 사람들은 뒷짐지고 애 궂은 사양가만 땀을 흘리고 있다면 “네 사업은 네가 알아서” 하란 말에 다름 아니다. 미래의 투자는 수산양식 분야이며, 해삼양식이 그 중요가치 분야의 하나다.

창의적 사고로 양식업 경쟁력 기르자
해삼양식 인프라 구축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선발육종을 통해 우량종묘를 개발하는 것이고, 중기적으로는 가두리식 및 축제식 사육기술을 확립하는 것이다. 더불어 고부가가치 종과 함께 복합사육 기술도 개발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동면과 하면을 피할 수 있는 육상사육 기술은 가장 단기적으로 구축해야 할 사안이다. 여기에는 먹이의 공급이 용이하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동물의 성장은 급여되는 먹이의 양과 질에 좌우된다. 자연환경이 열악하여 사육이 어렵다면 적절한 먹이를 개발하여 인공적인 환경에서 사육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낙관적 사고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었고, 비관적 사고는 하늘에서 떨어져도 살 수 있는 낙하산을 만들었다. 이런 창의적 사고로 수산양식의 경쟁력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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