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기초자료 확보 시급...엉터리 어획실적 보고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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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기초자료 확보 시급...엉터리 어획실적 보고제도
  • 남달성
  • 승인 2004.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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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정책은 대통령 개인의 철학과 이념에서 묻어나온다. 그러나 비전이 비전다우려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보편성은 대통령과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모순과 한계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그려내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시대적 가치와 정책대안을 제시할 때 생겨난다. 현재의 한국에서 그러한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시대적 가치는 정직성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않는 사회속에서 정직성이 확산되면 신뢰가 자라나고 신뢰가 회복되면 순조로운 국정운영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국민의 믿음이 따라주지않으면 대통령은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렇듯 정부는 정책결정과 집행의 주체 이긴하지만 때론 권위있는 정책을 펴지못한채 정책의 오류를 범하고 어느때는 행정윤리마저 깡그리 망가뜨리기도 한다. 수산계의 한 사례를 들어보자. 1999년 1월 발효된 신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할 무렵 우리실무진들이 제시한 제주도 남쪽 00해구의 어선투입척수와 어획량은 뒷날 일본측이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함으로써 허구로 끝나버렸다. 국가간의 신뢰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소위 ‘쌍끌이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또 어류양식파동이 났을때 정부가 내놓은 전국 어류양식장 규모와 일선 수산기술관리사무소측이 제시한 그것이 일치하지 않아 많은 정책의 실패를 거듭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이처럼 통계는 정책을 수립하는 가장 기초적 요건이다. 통계는 사실과 숫자를 해석하고 조직하는 일련의 방법과 규칙을 체계화한 것이다. 통계는 언뜻 드러나지 않는 환경현상을 단순화 또는 체계화, 과학지식의 일부를 형성한다. 이같은 의미에서 통계방법은 과학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또 통계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국가정책 결정의 전제조건이 되기도 한다.

통계조사를 근거로 정책이 입안되고 법안이 제출되기 때문이다. 일단 이것이 수치로 표현되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간주돼 권위를 갖는게 통계의 마력(魔力)이다. 그래서 통계는 권력의 원천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 해양수산부가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연근해 어획실적 보고제도는 수산정책을 세우는데 가장 기초적인 문제인줄 알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려 온 것도 사실이다. 우선 각종 어선의 보고율이 저조한데다 보고된 내용 역시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 이를 검증할만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작년말 현재 연근해어선 6만9천여척 가운데 5t이상 어선 1만2천의 보고율은 25%에 이르지만 5t미만 어선 5만7천척의 그것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또 보고된 내용도 신뢰도가 낮아 이를 토대로 정책을 세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수립할 경우 결과는 보나마나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보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선장들이 고기가 잘 잡히는 어장을 비밀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짙은데다 조업구역과 조업금지기간 등 불법조업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이를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획량 노출에 따른 과세 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상존하고 현행 수산업법98조와 관련 시행령 76조에 명시된 과태료부과를 일선 시군과 구가 기피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태료부과도 본법에는 5백만원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는 50만원으로 못박고 있어 처벌에 다소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어획실적 보고제도 개선에 따라 수산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수산자원과 어업생산관리 등에 활용하고 TAC(총허용어획량)제도 등 정책결정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5t이상 무선통신시설을 갖춘 어선을 의무보고대상으로 범위를 축소하되 보고율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한 각종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5t미만 어선의 보고의무는 관리대상범위가 5만7천척이라는 점을 감안, 조기실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표본조사로 어업생산통계를 잡기로했다. 문제는 표본추출을 통한 통계를 조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표본에는 언제나 왜곡의 경향이 없지않다. 그래서 사물엘 존슨은 ‘어림수는 항상 속임수’라는 말로 통계의 함정을 요약하고 있다. 이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같은 어획실적 보고제도 개선에 따라 어획실적 확보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말하자면 과거의 경우 관련법이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야무야 한 형태를 벗어나 이젠 보고의무를 다하지않거나 보고내용을 부실하게 기재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되 참뜻으로 자료보고에 협력할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 수동적 보고를 받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산하 조직과 관련기관을 통해 능동적으로 자료수집에 나설 뜻을 비치고 있다. 특히 보고내용의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해양수산부가 TAC(총허용어획량) 정착을 위해 활용하려던 승선옵저버제도 대신 양륙항 옵저버제도를 도입, 보고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최장현(崔壯賢) 해양수산부 어업자원국장은 “자원관리와 수산정책을 세우는데 기초자료를 확보하는게 시급하다”며 “모든 어업인들이 정부의 이러한 뜻에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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