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수산물 부가가치 높일 수 있는 제2의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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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수산물 부가가치 높일 수 있는 제2의 생산
  • 안현선
  • 승인 2015.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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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연구실장

수산물유통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
자원관리형 선택적 어법으로 어획된 수산물이 냉각해수 장치를 장착한 미래형 어선의 선창에 보관되어 일정한 온도대역을 유지하면서 운반되고, 위판장에서는 피쉬펌프와 자동양륙선별기를 이용해 위생적으로 설계된 처리장에서 포장을 기다린다. 그리고 각 어종별로 샘플경매나 온라인 해상경매를 실시한 후, 전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소포장된 후 냉장탑차에 실려 각 거점의 저온물류센터로 출발하게 된다.
위판장에서는 위생상자에 부착된 RFID 칩을 통해 출발에서 물류센터 입고까지 자동으로 입출고 관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저온물류센터에서 분배된 수산물은 다시 냉장탑차에 실려 소매점으로 배달된다. 소비자는 소매점에서 선도를 바로 알 수 있는 스마트라벨을 통해 품질을 확인하고, 잘 손질된 생선을 바로 소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전산화되어 실시간 전송과 분석이 이뤄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자동 수발주 시스템과 재고관리, 소비자구매정보 등의 데이터관리가 중앙에서 총괄적으로 이뤄지고, 여기에서 얻어진 빅데이터는 소비자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정부의 자원관리 및 수급관리, 개별업체의 유통관리에 활용된다.
앞으로 수산물유통이 지향해야할 미래상의 한 모습이다. 이 중의 일부는 이미 실행되고 있는 것도 있고, 연구개발 중인 것도 있다. 그리고 수산정책으로 도입되어 시행중인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에서 아직 완성도는 낮다.

새로운 유통기술과 기자재 개발 필수
흔히 미래산업으로서의 수산물유통을 생각할 때, 첨단기술의 도입과 타 산업분야와의 융복합 등을 언급한다. 당연히 미래방향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미래의 수산물유통이라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발달된 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경우도 있다. 다만, 실현 방법이나 수단이 재래식을 벗어나 첨단기술에 대한 의존도와 비용 및 시간적 효율 등이 높아지는 것이다.
수산업의 근본은 자원관리에서 출발하여 이를 어획해 양륙하는 단계까지를 생산으로 보고, 이후의 단계를 유통이라 한다. 물론 양식산업의 경우라면 육종에서 출발하여 양성하는 것까지를 생산이라 하고, 출하 이후 단계를 유통이라 부른다. 분류방법에 따라 양륙부터를 식품산업으로 보기도 하는데, 예전의 유통과 가공업으로 분류하는 방법에서 좀 더 확대된 개념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수산물유통의 개념으로 보면, 그 출발점이 어획 혹은 양성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연속된 과정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수산물의 특성상 어획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이후의 단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획 수산물의 경우라면, 어획 수단과 선상에서의 보관 혹은 처리방법에 따라 품질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수산물이 활어와 활패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죽어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어획 이후 사후강직이 발생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기소화가 일어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되돌릴 수 없다. 그리고 활어와 활패류라고 해서 시간의 경과에 따른 품질저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흔히 수산물유통은 배분에 중점을 두고, 수산가공은 부가가치 제고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통을 ‘제2의 생산’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유통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어획 직후부터 품질관리를 하게 되면 수산물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므로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갈치의 예를 들면, 제주도의 은갈치와 목포의 먹갈치, 부산공동어시장의 저인망 갈치는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세 가지의 갈치는 동일한 어종이지만, 어획방법이 낚시인지 그물인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당연히 품질은 좋지만 단위노력 당 어획량이 많지 않은 은갈치가 가장 높은 가격을 받고, 대량어획이 되지만 외형적인 품질(그물 때문에 갈치의 비늘이 벗겨진다)이 낮은 먹갈치 등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어획방법에 따른 고유의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어획량을 다소 줄이더라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그리고 선창에서의 온도관리도 매우 중요한데, 사용하는 냉각수단의 질에 따라 수산물의 품질도 큰 차이를 보인다. 제일 좋은 수단은 냉각해수이고, 얼음은 결정이 가늘고 고울수록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어선에서부터 품질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시해 온 생산과 유통방법이 ‘양’의 측면이었다면, 더 나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질’적인 측면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유통기술과 기자재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R&D에 더 많은 투자 이뤄져야
여기에서 어획방법을 제외하면 핵심적인 품질관리 수단은 ‘저온유통(cold chain)’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이점이 ‘유통시간의 연장’이다. 저온유통은 이미 낡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므로 굳이 말할 것도 없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수산물유통에서 이것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유통시간의 연장은 말 그대로 선도 즉 품질을 유지하면서 상품으로서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을 더 길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소매점의 입장에서 보면, 품질관리가 잘 되어 있는 수산물은 그렇지 않은 수산물보다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유통할 수 있게 되므로 손실률이 적고 이윤이 높다. 여기에 선도가 좋으니 맛도 좋고 비린내도 거의 안나게 되므로 소비자도 선호하게 된다. 당연히 소매점주는 더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구매를 원하게 되므로 어업인의 수취가격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공원료로 사용되는 수산물이라면, 좋은 품질의 원료를 사용할수록 가공품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선에서 잘 관리된 수산물을 양륙하는 산지시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선에서 수고를 들여 어획물을 잘 관리하였는데, 막상 위판장에서 이를 제대로 이어 받지 못한다면 헛수고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속적이고 연속된 관리이다.
예를 들어 저온유통이라면 ‘항온’관리가 중요하다. 어선에서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온도대역에서 관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물류과정에서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과 기술이 동반돼야 한다.
지금까지 간단히 언급한 것은 수산물유통에서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 나가야할 방향이다. 수산물유통의 기본을 다시 정립하고, 여기에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품질을 관리하고, 비용과 시간적인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수산물유통 기술의 R&D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수산물유통의 선진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더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효율적이라도 현장에서 이를 외면한다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현장에 적용될 때 어업인들과 관계자들의 자세도 지금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대로 누군가가 나은 가격을 받아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좋은 기술일 이용하여 수고를 더 하고 좋은 가격을 받기를 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향후 10년 뒤에 우리 수산물 유통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는 지금부터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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