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영도매시장, 거래제도 실험장 이용 안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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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영도매시장, 거래제도 실험장 이용 안될 말
  • 윤창훈
  • 승인 201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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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중표 전국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장

도매시장법인은 약정을 체결한 산지 출하자로부터 물품을 출하 받아 상장거래를 하는 유통주체다. 생선회의 재료로 쓰이는 고급 선어와 활어부류는 신속한 분산이 이뤄지지 못하면 가격하락과 상품감량 등 거래 당사자에게 위험부담이 가장 많이 전가되는 품목이다. 또한 통상 영하 45℃에서 급속 냉동한 원어상태의 생선어류는 냉동 수산물로 분류된다.
냉동 품목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대량운반이 용이치 않으며 외부와 접촉시 해동되거나 상품의 고유빛깔이 훼손되기 일쑤다. 이 같은 특성으로 출하물량을 우선 상장해 냉동창고에 입고한 다음 이를 중도매인이나 매매참가인에게 사전 열람해 경매 입찰 또는 정가 수수매매 방법으로 판매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냉동수산물의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선 최소한 180일분 이상의 물량을 사전 확보해야 성수기 가격폭락과 비수기 가격폭등을 방지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도매시장인 가락동시장의 수산부류는 냉동수산물의 상장물량 보관시설이 없어 출하주 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구매자도 저장 공간이 없어 급변하는 유통시장 가격변동에 대응이 곤란하다. 반면 일본 도쿄에서 수산물시장으로 유명한 츠키치도매시장은 대형 냉동창고시설 7동을 도매시장법인에게 배정해 사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선상에서 매매되는 소량을 제외한 원양수산물은 양륙항구에 도착 즉시 모두 냉동창고에 저장되며, 1, 2차 업자에게 소유권이 바뀐 경우 냉동창고에 저장된 상태에서 화주 명의만 변경 처리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1, 2차 업자는 원양수산물을 냉동창고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거래대금을 최개 70%까지 대부해 원양어업자에게 대불을 지불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이런 거래 특성으로 원양어획물 보유자는 과세부담으로 자신의 인적사항은 물론, 거래규모와 가격 노출을 꺼린다. 도매시장 출하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출하자 실명과 거래실적이 공개되고 세무보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수입 수산물은 대부분 수입대행업체인 수입업자에게 위탁해 통관절차를 마친 이후에야 수입업자와 화주가 분리된다.
이처럼 부패 및 변질성이 강한 수산물은 최종 소비지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심하고 공급의 비탄력성으로 가격조절이 어럽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유통과정에서 탐색비용과 거래비용을 줄이려는 유통인의 본능적 행위로 허위 출하자 논란이 따르고 있지만 도매시장법인으로선 사전에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모든 문제의 책임을 도매시장법인에게 전가해 해마다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선 적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목적으로 농안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중앙도매시장에 지정 도매법인을 ‘청과부류’로 제한, 수산을 배제시킨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개정된 농안법(제32조)은 정가 수의매매를 경매제도와 동등한 거래원칙으로 해 경매의 경직성을 탈피, 출하선택권을 다양화 하고 있다.
정부와 시장 개설자는 중앙도매시장을 거래제도 실험장으로 이용하기 이전에 수산물 유통실정에 맞는 시장도매인제의 검증되고 실증적인 자료를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인 모두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공영도매시장의 본질적 기능을 살려 농어업인에게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수산물 유통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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