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일본의 해삼양식기지 구축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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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본의 해삼양식기지 구축 사례
  • 윤창훈
  • 승인 201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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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석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글로벌수산연구실

수산업이라고 영세한 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 굴지의 글로벌 수산기업들의 매출은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2010년 기준으로 총자산 6조6000억 원, 총매출 11조 원에 달하는 세계최대 수산기업 중 하나가 일본 거대 수산기업인 ‘마루하니치로’이다. 2010년 한국의 수산물 총생산금액이 7조4000억 원임을 감안한다면, 단일 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이 일본의 조그만 어촌에서 해삼 양식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 해삼의 종묘 생산에서 육성, 수매, 가공, 판매(수출)까지 수직적 일괄 체제를 갖춘 ‘마루하니치로카미노구니’라는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일본의 해삼 생산량은 전체 수산물 수급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2007년부터는 기타수산동물류에 편입돼 공식적인 생산량은 알 수 없지만 2006년에 최대 1만t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시장에 거대 수산기업이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기만 하다.
‘마루하니치로카미노구니’는 해삼의 종묘를 생산해 바다에 방류하고, 지역의 어업인이 어획한 해삼을 수매한 후에 건조 가공하여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전 세계의 해삼 생산량은 13만t 전후로 이 중 약 8만t을 중국이 생산하고 있다. 교역 규모는 약 2억6000만 달러이며, 건조 염장 염수장이 92%를 차지하고 있다.
해삼을 주로 수입하는 국가는 홍콩을 비롯한 화교권 국가들이며, 건해삼 수입은 홍콩이 연간 5000t 이상으로 가장 많다. 이를 원어 수율(20%)로 환산하면, 2만5000t 정도에 달한다.
결국 중국과 홍콩에서 10만t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중국의 건해삼 시장은 세계 최고가격을 보장하고 있어 거대 수산기업인 ‘마루하니치로’도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마루하니치로’는 중국으로의 건해삼 수출을 위해 우선적으로 수출 물량 확보를 목표로 해수양식 수조 32기를 확보하고 약 100만 마리의 해삼 종묘를 육성하고 있다.
이들 해삼은 모두 건해삼으로 가공되며, 수출가격은 ㎏당 3만~5만 원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해삼 산지가격이 ㎏당 1만 원 정도인 것에 비해 대중국 수출용은 3배에서 5배까지 높은 셈이다.
‘마루하니치로’는 거대 수산기업으로서 이에 걸맞은 중국의 해삼 시장을 향후 주요 사업으로 인식하고 종묘 생산에서 판매까지 일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거대자본과 어업인의 공생공존의 역할이 합리적으로 구분되어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루하니치로’는 대중국 해삼 수출을 하기 위해 많은 자본이 필요하거나 고도의 경영 노하우가 요구되는 종묘 생산, 방류, 가공, 판매를 담당한다. 대신에 어업인은 ‘마루하니치로’가 방류한 해삼이 성어가 되면 이를 포획하고, ‘마루하니치로’는 어업인들로부터 이를 수매한다. 어업인은 기존의 생산활동에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수산업계도 중국 시장 등 새로운 해외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을 선순환 궤도로 올리는 데에 가장 큰 장애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취약한 자본력이다. ‘마루하니치로’의 대(對
)중국 해삼 수출사업이 주는 시사점은 우리의 수산업 성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일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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