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리는 양식 인식전환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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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살리는 양식 인식전환이 살 길이다
  • 윤창훈
  • 승인 2012.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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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민 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장

우리나라 수산물 생산량 중 양식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6%에서 2010년 43.9%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연근해어업과 원양어업의 생산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수입 수산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수산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잡는 어업이 아니라 기르는 어업일 수밖에 없다. 결국 양식어류가 자연산을 밀어내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 온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수산물을 공급 할 수 있는 방안은 양식어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장환경 오염이 양식어업의 성장을 발목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식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가두리 양식장 저질의 심각한 오염과 밀식으로 질병 발생 시기가 아닌데도 질병이 발생하는 등 양적 성장이 가져온 양식어업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연을 의지하며 발전을 거듭해 온 우리나라 양식어업은 이제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양식어업은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어장정화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더라도 과감히 어장환경을 복원시키고, 그 이후에는 법과 제도로 오염원 발생을 원천 봉쇄하는 노르웨이를 벤치마킹하여 양식어업인 스스로 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양식어업에서 퇴출되게끔 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식어류가 살기 좋은 사육환경을 만들어서 양식해야 하고, 어장환경의 오염 주범으로 꼽히는 생사료 대신 배합사료로 양식어류를 키워야 한다.
비록 당장은 생산량이 줄어들더라도 생태계와 공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훨씬 이익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목표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과밀하게 수용해 ‘죽이는 양식’을 하는 것보다 적절한 밀도로 양식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살리는 양식’을 하는 것이 양식 수산물의 품질과 어장환경에도 기여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양식어업인의 인식전환 없이 지속가능한 양식이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양식을 위한 또 다른 조건은 양식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전환이다. 미국에서는 양식어류가 자연산보다 비싸고, 노르웨이 양식산 연어는 자연산보다 최대 4배까지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넙치와 같이 일본,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양식어류가 늘면서 검역이 까다로운 이들 나라를 통관하는 것만으로 이들 양식어류에 대한 안전성과 품질은 검증되었다 할 수 있겠다. 품질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양식 수산물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산물 선호도 조사 결과 자연산을 선호하는 사람이 57.5%로 양식산의 5.5%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한 때에는 너무 귀해 아무나 먹지 못하던 넙치와 전복, 참돔 등이 양식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쉽게 먹을 수 있게 됐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자연산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자연산 선호는 양식 수산물의 가격에 영향을 미쳐 자연산 활어의 풍흉에 따라 양식산 어류의 가격이 좌우되는 불안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남보다 빨리 키워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사료를 공급하게 되고, 어장환경은 악화된다. 또 한꺼번에 출하해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양식어업인과 어장환경 모두 피폐해져 지속가능한 양식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양식 수산물에 대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하겠다.
자손대대로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양식어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길은 양식어업인과 정부, 그리고 국민이 함께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자연과 공존하는 양식으로 의식을 바꿔야 한다. 이는 연구개발은 물론, 법과 제도 개선 그리고 양식수산물에 대해 애정을 쏟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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