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조력댐 건설 백지화 온몸으로 막아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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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 조력댐 건설 백지화 온몸으로 막아낼 터
  • 장승범
  • 승인 201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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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섭 가로림만 조력댐 반대투쟁위원장



지는 석양을 뒤로 한 채 만선의 배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나에겐 언제나 가슴 벅찬 설레임이었다. 그 설레임은 내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도 느꼈던 설레임이었을 것이고, 내 아들과 손자, 손자의 손자들도 누려야할 설레임이다.
그런데 2006년인가 가로림만을 댐으로 막아 조력발전소를 만들 계획이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의 삶터가 사라져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 학교에서의 배움은 짧지만 평생 바다에서 나고 자라면서 바다가 가르쳐준 정직함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바다가 내게 건네는 땀의 댓가를 가지고 아내와 부족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을 길러냈다. 생각에 이쯤에 미치니 바다는 단순한 삶터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 바다는 내 인생 그 자체이다.
이대로 가로림만을 내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어촌계장들의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되었고, 내가 반대투쟁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이 후 출조하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어 가족들에게는 많이 미안한 가장이 되었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로림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나는 타협을 모르는 옹고집이 아니다. 그러나 타협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이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문제의 경우는 절대 타협이란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보상금을 얼마 이상 받으면 우리의 바다를 내어줄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라. 농민들에게 농토를 내어 놓으라거나 제조업 사장에게 공장을 내어 놓으라고 하면 그것이 타협이 될 문제인가. 나와 우리 어업인들은 끝끝내 우리의 삶터를 지켜낼 의무와 권리가 있다.
어업인들이 절대 바다를 내어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조력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발전업계에서 대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태안화력발전소 발전량의 2.7%에 불과한 경제성에도 맞지 않는 조력발전소를 강행하는 이유가 교토의정서에서 합의한 이산화탄소배출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토의정서에 서명한지가 언제인 데 아직까지 그 비율을 맞추지 못해 의무대상국이 되는 2013년이 목전인 지금에 와서 부랴부랴 조력발전소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더더욱 자신들의 무책임함에 대한 댓가를 왜 어민들이 대신 짊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업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통해서 신재생에너지 쿼터를 맞추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소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해 나가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 이와 아울러 1조원이 넘어서는 조력발전소 건설 비용을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사용하는 방향과 LED 기술과 같은 절전 기술을 연구하는 비용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 조력발전소를 건설해야겠다면, 이미 댐이 설치된 지역, 예를 들어 시화나 새만금 지역에 건설해 볼 것을 권고한다. 시화나 새만금 지역에서 일정 기간 시험 가동한 조력발전 결과를 통해 지금 서부발전이 주장하는 것처럼 갯벌 환경이나 수산업 환경에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우리 어업인들도 몇 년 간의 손실은 있겠지만 기쁘게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할 것이다. 그렇지않고 지금처럼 터무니없는 환경영향평가를 드리밀면서 조력댐을 강행한다면 서부발전이 상상할 수도 없었을 만큼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생각해보라 조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어떤 미친 관광객 500만 명이 유치될 것이며, 누더기 난 바다에서 수산물 편익이 연간 548억 원 증대된다는 이 엄청난 뻥을 어떤 사람이 믿을 수 있겠는가.

요즘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천막 농성을 1호광장에서 한달 동안 이어오고 있다. 주말에 천막에 앉아있다보면 수산물을 사려고 동부시장을 방문하는 ‘서울’ 손님들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대하나 꽃게, 바지락, 낙지는 우리 지역 전통 시장이 타 지역 전통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경쟁력을 가지게 하는 상품들이다. 다른 지역에서 우리 서산과 태안을 바라볼 때 공장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바다 먹거리가 있는 도시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서산과 태안을 감싸고 있는 바다와 갯벌은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가로림만은 2007년 기름유출 사고 때 정부와 지자체에서 만 내로 기름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봉쇄했던 곳이기도 하다. 2000ha에 달하는 어장이 있고, 그 넓은 해안선을 따라 어업인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부와 지자체도 가로림만의 중요성에 대해서 깊히 공감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대해서 ‘불가’입장을 견지했다.


나는 조력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는 그날까지 우리 어업인들의 삶터이자,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죽을 각오로 덤비면 못 이룰 것이 없다. 인간의 생은 유한하지만, 바다의 생명은 무한하다. 사즉생의 각오로 조력댐 건설을 기필코 막아낼 것이다.

끝으로 조력댐 건설 반대 투쟁을 해 나가면서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오고 있다. 1호광장에서 매일매일 릴레이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충남시국회의 회원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그리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등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서산ㆍ태안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34개 단체 분들과 또한 특히 가로림만 조력댐 반대 투쟁에 대해 호의적인 보도를 내 주시는 언론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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