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으로 전락 우려...서울 3대시장 중도매인 정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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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으로 전락 우려...서울 3대시장 중도매인 정원 증가
  • 김용진
  • 승인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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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20 강동 100 가락 25명 늘어
형식적실질경매 수준 여전히 정책표류
가격경쟁으로 소비자가격만 올릴 수도

서울시 3대 수산부류 도매시장내 대중선어류 취급 중도매인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앞으로 수산물 유통변화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노량진수산시장과 강동수산 및 수협가락공판장측이 지난달 20일 신청한 중도매인후보자 1백45명에 대해 전원 허가권을 내줬다. 이에 따라 노량진수산시장은 기존 대중선어류 취급 중도매인 57명과 신규증원 20명으로 77명으로 불어났다. 또 강동수산시장은 기존 대중부류(일식자재 및 냉동포함) 80명에다 늘어난 인원 1백명을 합하면 1백80명이나돼 수도권 최대 중도매인 보유 법인이 됐다.
아울러 수협가락공판장은 대중선어류 중도매인들이 없었으나 이번 신규중도매인 25명과 매매참가인 10명으로 실제 취급자는 35명 등 수산부류 도매시장 관련품목 취급자는 모두 2백92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각 도매법인의 속사정도 가지각색이다. 우선 강동수산은 시장내 중판상인(분산상인)과 대판상인(위탁전문상인) 등 무적상인 1백9명 전원을 제도권 중도매인으로 흡수, 시장내 유통질서를 바로세우겠다는 의도가 크다.
또 수협가락공판장은 그동안 대중선어류 상품이 다른 도매시장과 경쟁에서 떨어져 취급자가 파산하면서 냉동물 위주의 거래가 관행화된 지난해 9월부터 실질경매 시행에 따라 매매참가인 15명을 긴급 투입해 운영해오다 이번에 정식 중도매인을 선발하게 됐다.
그러나 노량진수산시장은 다른 도매법인과 상황이 다르다. 신규 중도매인 규모가 20명으로 가장 적은 이유는 실제 선어류 취급중도매인 57명이 이미 존재하고 이들의 활동과 구매력을 감안하면 이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수산부류 각 도매법인들이 중도매인을 늘리는데 앞장선 것은 상장경매 참여자가 적어 구매경쟁이 떨어지고 이로인해 상장가격도 낮게 형성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선어류 실질경매는 지난해 9월과 11월 두차례에 이어 올 1월까지 모두 세차례에 걸쳐 추진됐으나 정부측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 종전과 같은 형식경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채 정책수행이 여전히 겉돌고 있다. 이번 중도매인 증원은 단순히 수적 개념으로만 살펴본다면 각 시장 문제점을 완전히 보완함으로써 실질 상장경매가 당장 이달부터 모든 출하상품에 대해 중도매인 구매경합과 가격상승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특히 강동수산은 현재 29명에 이르는 대판상인(위탁전문상인)을 중도매인으로 전환시키고 이들과 거래해온 출하주를 직접 접수, 관리함으로써 수탁률을 높이고 중판상인(분산 전문상인)을 끌어들인 만큼 시장내 반입과 분산이 조화를 이뤄 가장 원활한 유통체제를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노량진수산시장과 수협가락공판장측도 경매참석 인원확충으로 판매가격에 80% 수준을 1백%로 끌어올려 대중선어류 경매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생산자 가격보장과 정상가격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도 마련됐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동안 산지위탁업자를 중도매인으로, 분산담당 소매상인을 중도매인으로 단계를 올렸을 뿐 시장 유통질서를 변화시켜 외부분산을 확대와 기존 유통체계 정비와는 동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도매법인측과 중도매인들이 상장경매에 맞는 실질적인 체제를 갖추지 않고서는 위탁업무를 해왔던 중간상인이나 분산을 맡았던 상인들을 흡수해도 현재의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각 도매시장의 위탁전문 중도매인들이 코드를전환함에 따라 이를 도매법인이 대행하지만 실제 위탁 거래행위는 오랜 산지유통인과 상거래 관행 탓에 근절되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더 강하다.
현행 각 도매법인들의 수탁률이 평균 7~8%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법인측은 1백% 수탁을 담당하고 중도매인들은 상장된 상품을 직접 구매토록 했으나 30여년간 이어져 온 상거래가 바로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도매법인측이 수탁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지로부터 반입을 유도하는 출하지원금과 중도매인들이 대행하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갖춰야만 한다. 또 반입물품의 선도관리 및 물량조절 과 가격조절 등을 직접 담당하는 인원을 보완하는 등 체제변화가 기본이지만 막대한 경매지출로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도매인들은 현행 도매시장 거래가격이 일반 유사도매시장과 할인점 등의 유통가격보다 높아 도매시장 구매에도 불구, 외부 판매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불어난 중도매인간 가격경쟁이 일어날 땐 상장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가격만 올라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구매력도 떨어지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도매법인과 약정을 맺은 거래한도도 걸림돌이 된다는 것. 신규 및 대다수 중도매인들이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한 실정에서 구매력을 기대한 계획자체가 탁상공론격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유통전문가들은 중도매인이 늘어도 종전 정가·수의매매 방식에서 실질경매로 정착은 쉽지 않다며, 산지중도매인들이 왜 법인 수탁보다 중도매인 위탁을 선호하는지를 파악, 물류비 절감과 지나친 경쟁을 막아 외부유통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도매법인측도 당분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각 시장에서 소비할 수 있는 물량이 대체적으로 정해진데다 시장 상인들을 흡수해 내부적 물량변화는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상당수 신규 중도매인들도 자금확보가 어려워 구매변화에 기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부 유통인들은 시장내 중도매인 정원 확대로 시장이 재래시장화 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질경매를 정착이 후퇴한다면 자칫 물가상승과 형식경매를 합법화하거나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도 올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진기자 susa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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