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위기극복 현장을 가다-④부산동부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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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위기극복 현장을 가다-④부산동부수협
  • 윤창훈
  • 승인 2010.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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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개척에 승부 걸어…수협개혁 모델 제시

수협조직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장 오는 10월이면 새 수협법이 발효되면 수협중앙회장이 비상근 명예직화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또한 일선조합도 인사추천위원회 설치 등 고강도 구조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아직 협동조합 개혁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협을 조합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만 요란하다. 일부에선 지금까지 비리 온상이라는 오명 속에 조합원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경제사업보다는 수지가 맞는 돈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모두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산물 가공과 유통을 넘어 수출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조합이 있어 화제다. 조합 본연의 역할인 경제사업에 충실하면서 조합원이 바라는 수협을 가꾸고 이끌어 가고 있는 부산동부수협(조합장 박주안)을 통해 수협개혁의 해법을 찾아보자.

#1-불리한 여건, 돌파구를 찾다

우리나라 미역 다시마 멸치의 본고장 하면 부산 기장군을 꼽는다. 하지만 이곳을 업무구역으로 하는 부산동부수협은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 탓에 속병을 앓아왔다.
우선 위치적으로 위로는 울산시수협이 운영하는 연간 위판액 300억 원에 육박하는 방어진공판장이 있고, 아래에는 연간 위판액이 3000억 원을 웃도는 전국 최대 연근해 수산물 집산지인 부산공동어시장이 버티고 있다. 더구나 대내외적인 여건 모두 부산동부수협에 우호적이지 못하면서 연간 위판액은 100억 원 수준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이와 함께 부산동부수협은 다른 지구별 조합들과 달리 변변한 위판시설이 없다. 이 때문에 해변 근처 노상에서 위판을 할 정도로 기반시설이 열악하다. 실제로 기장군 대변항에서조차 해변 근처 노상에서 위판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2007년까지 제빙 시설과 가공 시설 등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만해도 전국 최상품의 미역 및 다시마 수출로 한때는 활황기도 맞았지만 고리원전 가동 이후 온배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져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동부수협은 과감히 가공과 유통사업에 눈을 돌렸다. 수협 측은 어업인대표들이 어업권 보상금으로 한국수력원자력 측으로부터 받은 100억 원과 수협이 공유수면 매립 비용으로 투입한 35억 원으로 지난 2008년 1월 기장군 대변리에 1500여 평 규모의 가공냉동공장을 준공했다. 5층 규모의 이 건물은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을 충족하고 있으며, 그해 3월부터 학교 단체급식과 수출 수산품을 가공하고 있다.
가공냉동공장 1층은 냉동수산식품 보관창고, 2층은 사무실 및 휴게실, 3층은 해조류 소분작업장, 4층은 해조류 세척 및 건조장, 5층은 미역·다시마 등 건해조류 작업장 및 보관창고로 구성된 이 가공공장은 위생적이면서도 분업화된 생산라인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2-해외시장 개척에 눈뜨다

부산동부수협은 2008년 7월 한인이 100만명 거주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장군 특산품인 미역과 다시마 등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첫해 6개월간 수출금액은 1억89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수출금액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부산동부수협 제품을 사용해 본 한인들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수출품목도 늘었다. 초창기에는 미역 다시마 진미오징어 멸치 등 네 가지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된장고등어 조기 굴 마른오징어 된장삼치 등 다섯 가지가 추가되면서 9종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박주안 조합장은 “위판보다 가공과 유통을 강화한 것이 수산물 판로개척으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수익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지긋지긋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탈출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동부수협은 냉동공장 옆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젓갈 가공공장을 마련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캐나다와 호주 등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3-MOU 조기졸업 해답을 얻다

부산동부수협은 지난해 5월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일선조합 경영평가에서 당초 예정(2010년)보다 2년 앞당겨 MOU를 졸업했다. 이로써 부산동부수협은 경영에 따른 족쇄가 없어져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동부수협이 이처럼 빨리 MOU를 탈출한 것은 조합 임직원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단합된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더구나 MOU 졸업이라는 달콤한 열매에 만족하지 않고 가공 및 유통사업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원천은 지난 1월부터 조합을 이끌어 있는 박 조합장의 젊은 폐기와 리더십이 한 몫 했다.
박 조합장에 따르면 기장지역 어업인들은 고리원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오면서 그동안 다른 지역 원전 주변 어업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 지난 1979년 고리원전 가동 초기에는 서슬이 퍼랬던 시절이어서 생업에 지장을 우려한 어업인들이 생태계 변화 및 어패류에 대한 악영향이 있어도 문제제기 자체를 금기시했다.
이 지역 어업인들이 구체적인 피해보상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고리원전 1호기가 준공된 지 18년이 지난 뒤였다. 이때부터 어업인들은 자체적으로 피해상황과 원인규명을 위한 현장조사 및 자료 분석을 실시, 1999년 2월 부산동부수협 명의로 한국수력원자력에 1025억여 원의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온배수 배출이라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 포함되지 않아 어업인들은 이후 8년간에 걸친 지루한 공방 끝에 2005년 6월 고리원전 어업 피해에 대한 재조사를 하기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합의했다. 이 용역은 제대로 된 어업피해를 반영하지 못해 어업인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박 조합장은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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