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구매에 울고 웃는 수산물 유통
상태바
소비자 구매에 울고 웃는 수산물 유통
  • 김용진
  • 승인 2004.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
수산물도매시장에 종사하는 유통인들이 불안감이 날로 쌓이고 있다. 제도권 중심의 물류유통이 시대변화에 소비자 구매장소와 상품규격과 포장 등의 선호가 달라지면서 ·탈도매시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특히 도매시장은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서울 강동구 소재, 삼성 홈 플러스할인점에서 만난 장예희(강동구 신답동․ 39)주부는 할인점 이용에 대한 기자 물음에 “편리성과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 구입할 수 있는 이점과 신선도가 좋아 자주 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으로 재래시장 성격을 띠는 도매시장들이 소비자 외면으로 매년 매출이 줄어드는 등 침체 늪에 빠져들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이처럼 유통이 소비자 구매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환경변화라는 도전에 도매시장 유통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기존 수산물유통체제는 관행과 정부가 정한 규정(농안법)이라는 두개의 시스템에 의해 어업인은 산지 수협위판장을 거쳐 도매시장 경매에 의해 대량 소비처나 재래시장에 공급되는 단계가 전부였다. 이와함께 도매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판매장소와 소비자들의 다이나믹한 변화요구에 오랜 수산물유통체제가 정부의 거래제도개선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생산자와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물길을 뚫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요구는 도매시장 약화는 물론 공동화현상까지도 몰고 올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분야는 지난 89년 정부의 도매업 기술도입 및 투자확대 조치, 91년 소매업 투자제한 완화에 힘입어 대기업의 유통분야 진출이 확산되면서 백화점과 외국기업 할인점 개설에 이어 국내 대형할인마트 싹이 돋아났다. 초기 이들 대형할인점과 백화점들은 수산물구매를 산지 구입보다는 구매가 편리한 도매시장과 중도매인들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데다 한곳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구매장소로 선택했다는 것이 할인점측 견해다. 그러나 소비자의 다양한 구매를 충족시키고 업체간 경쟁시대를 맞아 상품조달처가 중요한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측은 과거 수산물과 같은 1차상품은 다른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유인(미끼) 취급으로 간주해왔다.
이와관련, L백화점 K구매담당자는 “이러한 시대는 지났다”며 “1차상품도 고객이 늘어나면서 경영전략을 바꾸어 수익운영방식으로 전환하게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매시장 중도매인들의 납품구매와 산지에서 직접구매 등의 방식을 채택, 소비자 구매충족과 및 경비절감 등 경영합리화 방안으로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 백화점과 대형할인점들의 구매상품은 소비자 구매패턴에 민감하게 반응, 소포장과 선도관리 및 포장 등 상품과 중량단위도 고려한 대중성어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량소비처의 구매변화에 힘입어 생산자들도 이들 요구에 직접 납품하거나 소비자와 직거래를 위한 시도가 잦아지고 전략상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유통체제를 바꾸는 현실이다.
제주도 C수산 M대표는 “제주특산물인 갈치와 옥돔 출하를 도매시장 및 위탁상인을 통해 의뢰했으나 최근엔 대형할인점과 직접 거래하고 있다”며 “도매시장은 판매하다 남는 잔품처리를 출하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생산자들도 대형유통업체와 소비자 구매변화에 대응해 분산다변화에 적극 모색하는 실정이어서 수익확대를 위한 탈도매시장 및 새로운 유통채널을 구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수산부분의 유통시스템은 정부의 규정과 제도권 중심으로 펼쳐졌던 시스템의 제동장치가 이제는 유통단계와 체계 및 가격형성까지도 소비자 구매중심에 의해 좌우되는 등 유통 과도기적 상황을 맞고 있다고 유통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산물 유통체계 변화는 지난 97년 7월 산지자유판매제 도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종전 생산자들은 수협 위판장을 강제적으로 이용했으나 판매자유화 선언으로 위판은 물론 산지에서 직접판매할 수 있고 수집상에게 넘길 수 있게 됐다. 또 대형할인점과 직거래 및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등 판매처가 크게 달라졌다.
기존 도매시장은 중도매인과 친분 및 연관이 없는 처녀 출하자들은 일반 출하자들에 비해 경락가격이 턱없이 낮아 산지 판매가격보다 헐 한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막대한 유통비용 발생이다. 때문에 도매시장과 거래를 상대적으로 꺼려, 현지 판매량 잔여분을 출하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경북 죽변수협 한 중도매인은 이곳에서 도매시장 이용자들은 4~5명에 불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문배(朱文培)해양수산개발원연구원은 서울지역 수산물유통물량의 30%정도가 도매시장을 경위하지만 나머지 70%는 유사도매시장과 할인점 등을 경위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와함께 소비패턴과 구매장소 변화이다. 수산물의 소비량은 생산량과 직결돼 있어 과거 연근해 생산량이 3백50만t을 상회하고 80년대 중반까지는 수산물이 중산층이하의 단백질 충족수단이었고 배고픔을 달래 주는 주요 먹을거리에 불과했으나 90년대 경제성과 함께 건강식품으로 자리잡아 90년 일인당 소비량이 36.2kg이던 것이 2002년 45kg으로 크게 증가했다. 더욱이 최근들어 소비자들이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으로 몰리면서 전체구매물량이 도매시장과 경쟁체제에 들어가 가격 선도 및 유통 지표가격도 점차 할인점과 백화점에 빼앗기는 현상도 나타나는 실정이다.
김미경(金美慶)경원대학교수는 지난 2001 수산물기호도와 구매장소에 대한 연구에서 수산식품의 주구매처는 슈퍼마펫이 30.2%, 재래시장 28.1%, 백화점 20.3%, 수산전문시장 16.0% 순이다. 또 생선은 손질상태 71.3%, 집에서 손질 24.3%에 그쳤다는 조사결과를 밝혔다. 이에따라 소비자와 출하주들의 도매시장 이용율은 점차 낮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또 수입수산물 완전개방이다. 국내 수산물 연간소비량은 2001년 3백26만t, 2002년 3백43만3천t등으로 97년7월 완전 개방된 수산물수입은 연근해 생산량이 감소되면서 2001년 1백80만6천t, 2002년 2백22만6천t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도매시장의 수입수산물 취급물량은 날로 늘어 지난해엔 전체거래물량의 27% 수준이었던 것이 올해 11월말 현재 34%을 넘고 있거나 일부 지방도매시장에서는 수입수산물이 반입되지 않으면 거래가 중단될 위기로까지 취급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입업자와 원양업자들은 반입물에 대해 1차도매상과 직접 중간유통인들에게 판매하고 있어 굳이 상장수수료를 주면서 반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근해 어획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대신 수입수산물의 취급비율 날로 높아지고 있어 상장가격이 수입가격 및 도매시장 유통비용을 상회하지 못한 사례도 많아 수입상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대중선어 및 냉동물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청량리(구 수협서울공판장 뒤편) 유사도매시장의 경우 노량진수산시장과 가락시장에 비해 냉동명태 등 각종 수산물 유통가격이 상자당 평균 2천원이상 낮게 거래돼 중간상인과 소매상인들이 이곳을 선호하고 있다. 또 이같은 낮은 가격에도 수입상인들은 유통발생비용이 적어 이용도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는 등 연간취급고가 1조2천억원에 이른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기존 도매시장들은 더욱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의 공격적인 유통망 강화는 기존도매시장 정체(停滯)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대형 소비처에 몰려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과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외국조달은 물론 산지직거래와 아예 조업선단과도 직접계약거래를 하는 실정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락시장의 B수산 S대표는 “최근까지만 하더라고 백화점과 대량 소비처 구매담당자들이 도매시장에서 구매하는 물량은 반입물량 30~40%에 이르렀으나 최근엔 20%대로 떨어지고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노량진수산시장의 N상회 L대표는 “이러한 현상은 가락동시장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며 “소비자 구매 및 상품선호에 따라 시장은 변화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대해 한 소매상인은 “최근 도매시장 반입물 분산형태가 새벽 대량소비처에 납품하는 수산물이외엔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물량이 눈이 띠게 줄고 있다”며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소비처들이 종전 입점 수수료 징수방식에서 직영체제로 전환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납품위주의 중도매인들이 판매처 확보에 나서 출혈경쟁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21세기를 맞는 도매시장은 소비자 요구가 다양화돼 변혁은 종래의 것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생산자들의 출하시스템과 제도 및 구매장소 등이 대표적이다. 그 원인은 크게 4가지를 들수 있다. 수산상품의 변화와 도시환경 및 수산물생산기반 약화, 상품 및 기술개발에 대한 변화로 존립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그동안 안주한 도매시장이 시대의 변화 앞에 도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