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제도에 살아남을 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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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 제도에 살아남을 자 아무도 없다
  • 김용진
  • 승인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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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거래제도가 지속된다면 제도권에서 살아남을 유통인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최근 가락시장 수산부류 중도매인 S씨는 상장경매의 부당성을 이렀게 강조한다. 노량진수산시장 P수산 J대표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을 정부가 만들어 이대로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실을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정부는 거래투명성과 가격 결정방식에서 이보다 합리적인 대안은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또 법인측도 법으로 정한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불변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처럼 시장도매인제(도매상제) 도입과 반대를 놓고 이해주체자간 대립각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또 이를 둘러싼 분쟁과 갈등도 더해가고 있다.
수산물의 생산과 유통 및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손을 걸쳐야 한다. 특히 제도적으로 상품 전달을 맡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은 먹을거리 안정공급과 가격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정부측 입장이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이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임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아래 원활하게 성립돼야 할 수산물유통이 제도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수산물은 상장경매제도란 규정에 따라 도매시장이 건설되고 도매법인이 산지 출하물량을 받다 중도매인들의 중개와 도매분산에 의해 소비자들에게 전해진다. 이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유통분야에 혼선이 일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대안으로 지난 2000년 12월 농안법을 개정, 2001년6월 지방도매인시장부터 도매상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또 서울은 2004년부터 시행하되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2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도매시장 수산부류 L중도매인은 정부가 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시장업무를 개설자에게 맡기면서 개설자들이 법인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한다. 대다수 중도매인들은 해수부가 농안법 규정에 명시된 도매상제 도입을 외면하는 것은 법인입장만 옹호했기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도매법인측은 현행 정부규정과 86년 가락시장을 개장한 이후 오랜 경험과 실질경매를 추진하면서 정착단계에 들어갔다고 보고 새로운 방안이 오히려 수산물유통을 혼란시킨는 것이라고 반론을 펴는 것이다.
중도매인들은 도매법인들이 현실성이 결여된 농안법을 토대로 기득권 유지하기 주장을 펴고 있다며 도매시장 거래의 가장 기본인 수탁능력마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말하는 것은 독선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서울권 수산물도매시장은 올해부터 시행할 수도 있는 도매상제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시설공사를 마친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소재,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 올 2월중 개장을 앞두고 도매법인제와 시장도매인제를 병행하기로 확정, 이미 52명의 도매상인들을 선정하고 6월부터 본격 가동할 전망이어서 수산물유통업계도 외면만 할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해양수산부도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실정이어서 신뢰를 주지못하고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첨예한 대립이면에는 유통학자간 진단과 대책이 제각각인 것도 혼란을 주는 실정이다. 유통학자들은 거래방식과 가격결정 등 투명성보장을 위한 제도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장경매제를 주창하는 충북대 권원달(權源達)는 “도매시장 개설은 공정거래와 합리적 가격을 유도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목적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조병찬(趙炳燦)동국대교수는 “농안법 제정 목적은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있다”며 “도매시장거래방식은 상장경매가 원칙으로 중도매인의 주장에 따라 정부가 단 한번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고 강조한다.
이에비해 김완배(金完培)서울대교수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 이를 강요하는 것과 같은 실정이라며 거래제도를 정부가 강제적으로 제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물류유통은 “객주제가 제격으로 국민성에 맞는 도매상제가 일본의 거래제도를 그대로 모방한 농안법 규정보다는 더 합리적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물류의 경제적 개념은 시장내 유통비용절감과 수급균형 및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함께 거래에 만족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정부와 학계, 업계의 공통된 주문이다. 이러한 현실이지만 양측의 불만과 생산자와 소비자들도 반기는 점이 없어 올해 벽두부터 개정논쟁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는 해양수산부에 일단 책임론을 제가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모든 유통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 탓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최근 경매제도를 완화하겠다며 정가 및 수의매매제 적용을 검토하고 수탁기능을 높이기 위해 매출상장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도매시장에 들어오는 상품은 대부분 산지위판장에서 1차 경매를 거쳐 반입되는데다 산지 출하주들의 재포장 상품이 유통에 주류를 차지해 현행규정을 고치지 않고서는 수의 및 정가매매제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중도매인들은 이같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맞지않는 제도를 거론하는 것은 현행 수산물유통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김석순(金碩順)내륙지전국중도매인연합회회장은 “해양수산부가 수산물유통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농림부의 경우 지난 2000년 10월 도매시장의 도매상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를 끝난 실정이다. 해수부와는 상반된 자세를 보였다. 농림부가 마련한 운영지침을 보면 시장규모에 따라 도매상인수와 자본금을 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대규모시장은 법인 40개이하, 자본금 10억원이상 △중규모시장 법인 20개이하, 자본금 7억원이상 △소규모시장 법인 15개이하, 자본금 5억원이상을 이미 밝힌 상태이며 이번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 처음 적용했다. 이렀듯 농림부의 경우는 도입은 개설자 사항으로 돌리고 있으며 적용모델을 천명한 상태이나 해수부는 여지껏 아무런 대책을 밝혀오지 않고 있어 상반된 자체를 취하고 있다.
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상제 전면시행은 기존도매시장 법인이 없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장경매를 규정한 것과는 달리 시장도매인들에게 생산자들이 위탁해 판매한 제도에서는 도매법인이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현행 제도가 사라져 법인도 문을 닫거나 영업을 위해서는 도매상인으로 전환해야 하다.
중도매인들은 법인들의 상장경매제 주장에 대해 실질경매제 시행이후 과연 법인측 노력에 의해 산지에서 직접반입되는 상품이 과연 얼마 되느냐고 따져 묻고 있다. 상거래관행과 거래방법 및 경매장소마저 없는 현실에서 더 이상 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도매시장 한 중도매인조합 관계자는 실질경매이후 거래가격 및 투명성보장에도 불구, 유통의 한 단계가 늘어 선어는 대판상인과 패류는 주재하주란 중간역할자가 생겨나 유통비용만 확대시켰다고 말했다.
상장예외품목제도 문제는 적지 않다. 이를 취급하는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 경매진행이 어렵고 이들 취급물량이 월최저거래한도액에 포함돼 자격제한에서 제외되는 등 중도매인으로서의 기능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통단계 축소에도 상장예외품목의 경우 시장사용료는 거래규모의 0.5%로 줄었으나 중도매인 위탁수수료는 5~9%로 상장경매수료 4%보다 높은 실정이어서 유통비용이 높은 현실도 발생되고 있어 출하주들은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또 노량진수산시장은 다른 도매시장의 경우 상장예외품목 취급수수료가 0.5%인데도 민간시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반과 상품과 똑같이 4.3%를 징수하고 있어 정책변화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다.
수산물유통업계의 유통다변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상장경매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경우 당분간 도매법인은 유지될지 모르겠으나 중도매인들이 외부와 경쟁에서 실패, 자연히 무너질 수 밖에 없어 결국 도매법인도 피해는 피할 수 있는 입장은 못된다는게 유통업계의 주장이다. 지방중도매인들 입장은 좀더 단호하다. 수원과 대전수산 등의 중도매인들은 반입전품목을 중도매인 위탁에 의존하면서도 거래대금의 5%이상을 상장수수료로 거둬들이는 실정으로 자본금 1~2억원으로 연간자본금의 2배이상을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도매인들의 의식도 문제다. 대다수 중도매인들은 도매상제도가 도입되면 유통업계 전통거래방식인 위탁상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다. 마치 도매상제가 객주제와 같은 거래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위탁방식만 달라질 뿐 정산과 어대금 지급방식은 크게 차이점이 없다. 또 같은시장에서는 도매인간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엄격히 통제한다.
따라서 상장경매제와 도매상제 채택은 생산자와 소비자와는 관계없는 유통인들의 이해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여론도 강하다. 수산물유통의 도매시장(소매상포함)에서 발생되는 유통마진율은 모두 46%에 이른다는 것이 강종호(姜鍾浩)해양수산개발원책임연구원의 분석이다.
일본의 경우 상장경매제는 점차 쇠퇴하고 있다. 90년대초까지 반입물량의 90%이상을 상장경매에 의해 분산됐으나 최근엔 경매시간과 유통비용 절감 및 선도관리차원에서 경매비율이 30~40%로 줄어든 대신 정가와 수의매매 형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또 최근 일본 농수산성 산하 식품유통 효율화 연구는 도매시장 상장수수료 규제를 완화, 경쟁을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매시장의 반입과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왕성우(王成宇)한국시장유통연구원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간의 공존의 방식으로 상장경매제도를 유지하되 상장수수료 및 수탁과 위탁부문을 손질해 경쟁체제를 유도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통전문가들은 각 도매시장들이 대형 및 할인점 등에 물량유치와 가격선도권을 빼앗긴 현실에서 이해다툼보다는 제도권시장을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도록 자발적인 경쟁을 벌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김용진기자 susa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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