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에 부친다
상태바
바다의 날에 부친다
  • 남달성
  • 승인 2007.05.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
오는 31일은 12번째 맞는 바다의 날이다. 이 날은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당시 해상에서 날뛰는 도적 떼를 소탕하고 완도에 해상무역거점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추정해 법정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이 같은 바다의 날 제정 근거는 1992년 11월 유엔 해양법 발효에 따라 해양이 분할되고 각 국간의 경쟁시대가 전개됨으로써 우리 해양을 보존하고 개발하기 위한 해양경영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선진 해양국으로 자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819년 5월 22일 사바나호가 증기추진으로 첫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날을 기념해 이 날을 바다의 날로 선포했다.

영국은 1992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지구회의에서 해양의 부흥과 보호촉진을 위해 6월 8일을 해양의 날로 정한 것을 받아들여 해마다 각종 행사와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1876년 7월 20일 메이지천황이 메이지마루로 요코하마 항에 돌아온 날을 기억하기 위해 1941년 바다의 기념일을 제정한 것이다. 중국역시 1405년 7월11일 명나라 때 무장 정화가 대 항해에 나선 날을 기념해 2005년 이 날을 항해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우리도 때늦었지만 바다의 날을 정해 선진해양국과 어깨를 겨누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러한 바다의 날 제정은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진취적인 해양개척정신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12개 시도에서 무려 1백28개 행사를 갖는다. 그러나 이들 행사내용을 면면히 훑어보면 수산관련 행사는 수산종묘 방류를 비롯, 선상 싱싱회 고래서식지 탐사 어업지도선 공개 등 겨우 2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얼토당토 않는 것들이다. 서울권 8개 행사 가운데 수산관련 행사는 하나도 없고 부산권 10개 행사 중에는 중복된 것도 많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해양수산부가 해운 항만 위주로 각종 행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양은 단순히 해운 항만분야에서만 이용하거나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어업인들도 일찍이 바다를 개척, 그 곳에서 갖가지 식량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들이 험난한 파도를 헤치면서 개발한 어장은 우리의 문전옥답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동안 이 같은 어장을 찾아 바다의 풍요를 누리려던 어업인들 가운데 수중고혼이 된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전국 각 어촌이나 항 포구에선 풍어와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풍어제가 열리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과 남해안 별신굿 서해안 띠뱃놀이 제주도의 칠머리당굿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풍어제를 지내고 있음에도 불구, 이러한 어촌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행사는 하나도 없다. 또 울산 반구대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래 그림을 음각 또는 양각한 52점의 그림이 있으나 관리소홀로 평소에는 물에 잠겨있고 갈수기에만 그 형체가 반쯤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고래관련 그림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는 이와 관련, 세미나 한 번 제대로 열지않고 있다.

특히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해마다 1월 초순에 거행하는 띠뱃놀이는 국내에선 푸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나 유럽 등지 인류학자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다음에야 겨우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해양수산부는 이같이 귀중하고 보배스런 어촌민속을 고스란히 내 팽개칠 것인지 되묻고 싶다. 특히 올해는 원양어업을 개척한지 50돌을 맞는 해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얼마 전 한국원양어업협회(사)와 국회바다포럼이 관련 세미나를 갖고 열띤 토론을 벌이긴 했지만 해양수산부는 팔짱만 끼고 있었지 않은가.

원양어업사를 기록하든지 아니면 관련행사를 별도로 가져야 한다. 어장개척은 항해와는 또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선장은 선실 문을 잠근 채 혼자 흐느낀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의 날을 맞아 다른 행사에 앞서 인적이 없는 외로운 바다에서 외로운 투쟁을 하는 이들 어업인들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행사를 갖고 이들을 격려하는 게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