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 단독 표기는 안 된다
상태바
일본해 단독 표기는 안 된다
  • 남달성
  • 승인 2007.05.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
한 일 양국이 또 한 차례 국제무대에서 대결을 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모나코에서 열리고 있는 제17차 국제수로기구(ILO)총회에서 세계 해도(海圖)제작의 지침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 4차 개정판을 놓고 피 터지는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서 78개 회원국들은 전래의 동해 명칭을 현행대로 일본해로 단독 표기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주장대로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할 것인지를 놓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동해표기 문제는 1992년 10월 우리가 처음 제기한 이후 이를 분쟁화하고 이슈화하는 성과를 거양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총회 첫날 분위기로 미뤄 어느 회원국도 이와 관련,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제안서를 사무국에 제출하지 않아 이번 총회에서 표결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양국이 서로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동해 단독표기를 확정하기 위해선 회원국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일본이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로비가 워낙 거센 상황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도 이런 분위기를 시인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도 표결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감히 제안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 관계자는 “회원국이 합의할 경우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 해도집은 1929년 초판이 발간된 이후 1953년 개정판이 나왔으나 당시 한국은 일제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 발발 등으로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참석도 하지 못해 동해는 일본해로 표기된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530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최초로 이 해역을 동해로 표기하고 있다. 또 문헌상이나 한국 고지도상에 동해로 일반화된 것은 1712년 조선 숙종(肅宗)이후였다. 외국 지도상에 동해가 표기된 것은 1440년 몽골을 방문한 이탈리아 수도사가 쓴 몽골견문기의 세계 지도였고 16세기 이후 대다수 해도에서 동해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근거에도 아랑곳없이 일본은 1923년 동해를 일본해로 명칭을 바꿔 국제수로기구에 등록해 회원국들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1929년 모나코회의에서 이를 합법화한 것이다.

국제수로기구는 1919년 6월 런던에서 전 세계 21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탄생했다. 본부는 모나코에 있다. 이 기구는 통일성있는 해도와 수로서지에 대한 표준화를 위해 수로측량기준과 국제해도 제작기준 전자해도 제작기준 등의 기준제정뿐만 아니라 해양과 바다의 경계 등 간행물과 해마다 수로기술연보와 수로기술논문집 등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 2002년 4월 제16차 총회에서 동해냐 일본해냐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표결에 들어갔으나 일본의 거센 압력으로 한 달 만에 중단된 채 지금까지 이 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제수로기구 등 유엔관련기구는 분쟁해결을 위한 한 일 양국간 협의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합의 전 까지는 국제적으로 빈번히 사용되는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양국간의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럼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귀착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현재 5년전 표결이 중단된 일본해 표기 삭제문제가 의제로 올라있다. 한 일간 협의에서 이렇다 할 결과가 없으니 회원국들의 의견을 묻는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수로기구가 직접 결정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 더욱 많은 지지국들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일본은 이러한 표면적 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총회에서 있을 이사진 선거에 니시다 히데오(西田英男) 일본 수로협회 전무이사를 내보내 당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이 문제도 등한시해선 안 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