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조속 체결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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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조속 체결은 금물
  • 남달성
  • 승인 2007.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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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개최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FTA 조기협상 개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낮 열린 한중우호협회 초청간담회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고 지난 5일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과의 회견에서도 역시 강한 의지를 밝혀 중국으로서는 우리와의 FTA협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양국은 FTA협상을 놓고 미묘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한미 FTA체결로 선수를 빼앗긴 중국은 논의의 가속페달을 밟자는 적극적 입장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반면 이제 막 한미 FTA라는 대사(大事)를 치른 우리 측은 대외적으로 동시다발적 협상을 강조하면서도 면밀한 검토가 우선이라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노대통령도 이날 회담에서 양국간 FTA체결에 대한 원칙적 의지를 강조한 후 지난 3월 산관학 공동연구 결과가 내년 2월 보고서로 나오는 만큼 이를 토대로 협상에 들어갈 것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타결은 한중일 역내 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소지가 있기 때문에 차분히 추진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미 FTA를 중국견제론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한국과의 FTA체결을 가장 정치적 부담이 적고 경제적 실익이 큰 대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더더욱 적극적이다. 우리 역시 지난 2003년 중국을 3~5년내 FTA논의 대상국으로 찍어놓은 상태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통상장관 회담 때 한중FTA 산관학 연구작업에 합의한 양국은 김한수(金漢秀) 외교통상부 국장과 유지안후아(愈建華) 상무부 국제경무관계사장을 대표로 하는 1차 회의를 지난달 22일 베이징에서 열었고 오는 6월에는 서울에서 2차 회의를 갖기로 돼있다.

이처럼 국제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양적으로 따져도 우리의 최대 경제파트너로 부상했다. 삼성과 현대차 LG 등 재벌그룹과 한국전력 등 대형공기업은 물론 국내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영세 제조업체까지 포함하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모두 3만개에 이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 누적 액은 모두 3백50억 달러나 된다. 특히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대중(對中) 수출규모는 6백95억 달러로 대미 수출액 4백32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 총생산(GDP)규모가 2조6천9백억 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 역시 머지않아 GDP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2,3년내 FTA가 체결되면 양국을 합한 시장규모는 4 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산 수산물 수입규모는 37만6천t, 금액으로 따져 9억1천4백만 달러나 된다. 물량은 전체 수입규모의 36%, 금액 면에서는 38%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FTA가 체결된다면 국내 농수산업은 고스란히 파산하고 말 것이다. 사후 대책을 세운다고는 하지만 농어촌은 그야말로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빚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강한 의지와 한국 정부의 동시다발적 전략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협상이 성사된다고 낙관하기에는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농수산물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쌀이나 채소류는 물론 한약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재배되는 거의 전 품목을 재배, 수출하고 있다. 또 수산물 가운데 조기와 갈치 고등어 등이 대부분 동중국해의 같은 어장에서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인접성 때문에 선도유지가 가능해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국내시장은 초토화 될 것으로 많은 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도 지난 9일 국회에서 농어업 피해액이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결과를 내놓으면서 농어업부문에 상당한 예외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어업에 대한 애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중 FTA 체결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농어업인이 파산할 우려가 있는 그런 협상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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