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자료, 정책오류 화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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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자료, 정책오류 화 부른다
  • 남달성
  • 승인 200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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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미래 쇼크’와 1980년 ‘제3 물결’을 저술한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는 해양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예언 한 바 있다. 그는 해저개발과 관련, 첫째 전통적 어업의 과잉어획에 따른 자원남획을 우려하면서 양식산업을 통해 식량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언했다. 그 다음 유전개발과 해저광물을 언급한데 이어 세 번째로 해저도시와 해상공장 건설 전개와 아울러 해양생물을 활용한 신의약품이 선보일 것이라고 갈파했다. 따라서 독일의 경제학자 라이프치거 역시 ’앞으로 기업들은 마치 옛 서부의 농장주들처럼 더 넓은 바다를 점유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1976년 펴낸 ‘불확실성 시대’에서 비관론에 빠진 1950~1970년대의 상황에 따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 것이었다면 앨빈 토플러의 이 같은 저서는 보다 넓은 사회 문명 비평가의 안목으로 한 시대의 위기상황을 분석하고 낙관적인 미래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ADL이 해양수산부 용역을 받아 내놓은 ‘2016 미래국가 해양 전략’ 보고서를 놓고 주위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도 그렇지만 대내외적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 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이번 보고서는 관련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도출한 전망치에 불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와 관련, 전문적 식견을 갖지 못한 기자의 눈에도 석연치 않은 수치들이 제시돼 당혹감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한국은행이 발간하고 있는 산업연관표와 통계청의 운수업통계조사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부가가치산정기준이 각각 다르다. 한국은행은 최종산출물 가치에서 원재료비와 전력비 용수비 등 직접 생산비와 운영비 광고비 등 갖가지 비용을 제외하고 부가가치를 산정한다. 그러나 통계청은 최종산출물 가치에서 직접 생산비만을 빼고 부가가치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결과물 수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통계청 방식에 따른 부가가치율은 한국은행의 산정방식보다 부가가치율이 상회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통계청 방식에 의존할 경우 모든 산업의 부가가치를 합산할 때 국내 총생산액(GDP)을 크게 웃돌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부가가치율 산정은 한국은행 방식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000년 기준으로 내놓은 산업연관표상의 어업 및 수산가공업 부가가치율 가중평균치는 0.325다. 그럼에도 불구, ADL이 근거로 삼은 부가가치율은 0.25 밖에 안 된다. 이런 잣대라면 수산업의 최종 경제적 부가가치를 제대로 산출할 수 있겠는가. 수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보다 부가가치율이 높은 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만약 통계청의 방식을 수산업에 적용했다면 한국은행의 부가가치율보다 훨씬 큰 값을 얻었을 것이다. 기자는 이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또 수산유통종사자들만 해도 전국적으로 3만 여만 명을 헤아린다. 연간 부가가치만 해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수산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수산업의 미래전망치를 산출하면서 이를 제외한 것 역시 납득할 수 없다. 당장 노량진수산시장을 가보라. 그들은 남들이 잠자는 새벽1시부터 일한다. 이들이 붉은 태양을 맞이하고 서울의 아침을 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L이 조금만 더 머리를 조아렸다면 수산유통인들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충분히 산출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수산업과 어촌의 다원적 기능을 가치로 산출해야 한다. 산업마다. 특성이 있다. 비록 수산업이 환경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산성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국경감시와 해난구조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기능 및 보양 학습기능 등을 가치로 산출한다면 좋이 연간 47조6천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는 유무인도를 합쳐 모두 3천1백67개의 섬이 동서남해안에 산재해 있다. 이들 세대주의 99%가 어업에 종사한다. 1980년대 초반 전남 신안군 가거도 주민들은 패망한 월남의 보트 피플 60여명이 표류하던 끝에 이 섬에 상륙한 것을 알고 그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 후 해양경찰에 넘겨주었다.

이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소위 글로벌 컨설팅회사라면 이 정도는 계산해야 옳다고 본다. 이 뿐 아니다. 1998년 6월22일 오후 4시반 강원 속초시 동쪽 11.8마일 해상에서 자망으로 꽁치를 잡던 동일호(4.99t)선장 김인용(金仁龍․당시38)씨가 북한 잠수정을 발견, 속초어업무선국에 타전했다. 이를 보고받은 해군은 초계정과 구축함을 내보내 현장에서 표류하고 있던 북한 잠수정을 찾아 밤늦게 속초항으로 예인했다. 해군함정이 발견하지 못한 북한 잠수정을 어업인이 찾아 낸 것이다. 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이외에도 해난이 났을 때 꺼져가는 생명체를 구한 것은 어디 한 두 번인가.

기자가 이 점을 지적한 것은 해운업은 부가가치율을 과도하게 기준치를 정하면서 수산분야는 적게 계상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2000년 기준 산업연관표상의 해운업 부가가치율은 0.099이고 2004년 기준, 통계청의 운수업통계조사보고서 상의 해운업 부가가치율은 0.198로 돼있다. 그러나 ADL이 작년 기준 해운업 부가가치율은 0.39로 상향조정한 것은 어느 근거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를 떳떳이 공개해야 한다. 특히 산업분류를 할 수 없는 항만과 해양관광분야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산출한다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해운과 항만 해양관광부문에선 국내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기준치를 외국의 잣대로 재단했다면 수산업과 어촌의 다원적 기능을 가치로 계상하지 않는가. 일본은 이미 이를 적용,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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