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판단 잘못 책임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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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판단 잘못 책임 떠넘기기
  • 장승범
  • 승인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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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에 따른 문책과 관련, 해양수산부가 정책판단 오류에 무게를 두지 않고 지엽적인 실무자들의 잘못만 조사하고 있어 본말(本末)이 뒤바뀌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특히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고 발 빠르게 움직이던 청와대 공직기강위원회는 20일 현재 최종보고를 받지 않아 책임소재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선언한 한나라당의 당초 방침이 주춤하고 있어 자칫 수산부문의 피라미들만 희생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종합국정감사가 끝난 지난 10일 이후 자체감사에 나섰으나 정작 국내산 송어와 향어에서 검출된 말라카이트 그린을 놓고 발표시기 선택 잘못과 말라카이트 사용금지에 따른 지도 등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채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따라서 양식어업인과 유통업계 종사자 및 관련 음식점업주들은 출하중단과 소비부진 등으로 개점휴업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불구, 책임지는 고위공직자는 없고 국장급 이하 실무자들에 대한 책임소재 따지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특히 말라카이트 그린은 약물동태학적 연구가 급속히 진전함에 따라 종전 ppm(1백만분의 1) 단위에서는 불검출되던 것이 최근 기기발달로 ppb(10억분의 1)단위에서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만 이의 사용금지 또는 기준치 설정 등을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직 법적 규제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에 대해 사용금지 등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수산과학원에 전적으로 책임을 떠 넘겨서는 안 된다고 수산과학원 한 관계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또 말라카이트 사용을 권장한 새우질병관리와 꽃게양식 등 대 어업인 지침서는 과학원 산하 연구원이 집필했지만 해수부 이름으로 발간했기 때문에 외려 해수부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03년 7월 중국산 민물어류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첫 발견됐을 때 2년 동안의 시간적 유예를 주어 어업인 스스로 이를 사용하지 않도록 계도했으나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고 책임소재부터 따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따라서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장관은 이번 말라카이트 그린 파동이 과거 30~40년 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것을 관련법을 제정하지 않은 채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갑자기 책임소재를 가려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관련자 문책 최소화를 위해 청와대 등 관계기관에 관용을 베풀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들은 최근 김명주(金命柱)의원을 주축으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서명을 받는 등 절차를 밟고 있었으나 20일 현재 이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동으로 피해를 본 양식어업인 등은 정책판단 잘못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데 대해 피해보상을 하고 고위직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한발도 물러설 채비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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