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어부에서 어촌사회 리더로 발돋움...이정규 가두리양식어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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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어부에서 어촌사회 리더로 발돋움...이정규 가두리양식어업인
  • 윤창훈
  • 승인 200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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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바닷물 속에 시꺼먼 물결무늬가 선명하다. 다시 봐도 고등어란 놈이 분명한데 선망어선이 끌어올린 그물도 아닌 가두리 속에서 고등어 떼가 이리 저리 헤럼쳐 다닌다. 사각형 틀 안에서 뛰노는 모습이 물속 그림자로 반사되며 장관을 이룬다. 고등어들의 군무(群舞)도 잠시뿐, 물위에선 그 그림자 사이사이로 먹이를 주는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노대리 앞바다에 떠 있는 가두리 양식장. 태풍과 적조 피해에다 몇 년째 계속돼온 어가하락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청색혁명의 꿈이 영글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육지의 녹색혁명에 견줄 만큼 바다농사를 지어 많은 고기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끔 하는 현장이다. 10년 전 어선어업을 접고 기르는 어업에 뛰어들어 21세기 바다개척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이정규(李正奎․48)씨. 가두리 양식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품종개발을 위해 씨름중인 그를 만났다.

가두리에 청색혁명의 꿈 키워

통영항에서 뱃길로 약 30km, 한 시간 남짓 거리의 욕지도가 이씨의 고향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친이 여위면서 부터 고기잡이배에 승선, 꼬마 어부가 됐다. 지난 1970년대 당시만 해도 욕지도는 연화도 두미도 거칠리도 노대도 우도 국도 좌사리도 등 크고 작은 30여개 섬들로 둘러싸인 면 소재지답게 1만4천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며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한 곳이다. 이처럼 욕지도가 방어 등을 주로 잡는 연안 채낚기어업의 모항역할을 담당하면서 이씨도 자연스럽게 어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 1990년 어업인후계자로 선정돼 1천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모두 큰 배를 구입하는데 쏟아 부었다. 또 1999년에는 전업어가로 발탁돼 받은 5천만 원도 고스란히 어선어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차츰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어획강도가 낮은 연안 채낚기어선은 경쟁력이 떨어졌다. 결국 지금은 몇 척의 채낚기어선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어업세력이 위축됨에 따라 지금은 고작 2천5백여 주민들이 욕지도를 지키고 있다.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된 욕지도 어선어업인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가두리양식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정부의 기르는 어업 육성정책도 한 몫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씨도 멀리 인천 앞바다까지 진출하던 추억을 몇 장의 빛바랜 사진으로만 남긴 채 어쩔 수 없이 전업을 해야만 했다.

어선어업 대신 선택한 양식업

지난 1995년 이씨는 양식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욕지면 노대리 앞바다에 5m×5m 기준, 가두리 8조, 0.6㏊의 개인소유 면허어업권을 인수해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구입자금과 시설투자비는 대부분 농협이나 수협 등에서 융자를 끌어다 모두 2억여 원을 이곳 가두리에 집중 투자했다. 처럼 자신의 전부를 가두리양식업에 전력투구한 이씨는 지금까지 참돔 조피볼락(우럭) 돌돔 감성돔 등 국내에서 키울 수 있는 품종을 모두 양식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사료비 등 제반 경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이후 떨어진 활어가격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출금 이자를 막기도 빠듯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씨는 고민 끝에 성장이 빠르고 안정적 판로가 보장된 새로운 양식품종을 찾던 중 지난해 초부터 고등어 시험양식에 착수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활고등어의 경우 통영일대 가두리에서 축양을 통해 출하되고 있는데다 지방함량이 높은 저가의 사료로도 좋은 성장을 보이고 있어 잘 만 하면 승산이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고등어새끼를 대부분 자연산 채집을 통해 조달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경우 인근 정치망 등에서 잡은 새끼를 구입, 충당할 계획이다.

고등어 대체품종으로 시험양식

활고등어는 현재 5백g크기 한 마리당 4천~5천원선에 산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금은 출하하기가 무섭게 산지 수집상들이 서로 물량을 가져가는데 혈안이 돼 있어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먹이는 주로 생사료를 공급하고 있지만 배합사료를 줘도 잘 먹는다. 물론 아직은 인공종묘 생산을 못하는 불완전 양식인 탓에 매년 수급량 편차가 큰 게 사실이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간 3만마리 이상 꾸준한 소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밝은 전망을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10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이 활고등어 시판에 나선 것을 필두로 수협 바다마트와 유명 횟집들이 경쟁하듯 고등어회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고등어는 회를 썰다보면 칼에 기름기가 묻을 정도로 기름져 입안에 들어가면 살살 녹으면서 퍼지는 맛이 아주 고소하며 달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더구나 고등어는 봄에 치어를 입식, 여름철 고수온기에 집중 육성하면 가을철에는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가두리에 적합한 품종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따라서 그는 적조에 고등어가 잘 견디는 방법만 터득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욕지도 특산품으로 정착되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고등어도 지금은 물량이 달리지만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홍수출하와 가격하락의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일본의 사례처럼 그 지역에 맞는 양식품종을 발굴하고 생산에서 유통까지 지자체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특산품 개발 및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욕지도 특산품으로 개발 ‘파란불’

요즘 고등어 양식에 푹 빠져 하루해가 짧기만 한 그는 지난 1월 한국수산업경영인 통영시연합회장직을 맡아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이씨는 “4년 전부터 연합회 부회장으로 수산업경영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터라 몸이 힘들다는 이유로 회장직을 고사(固辭)했으나 주위동료들의 줄기찬 권고를 뿌리칠 수 없어 맡게 됐다”고 솔직하게 심정을 털어놨다. 난 1983년 3월 발족한 통영시연합회는 작년말 현재 10개 분회에 모두 6백여명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전남 완도군연합회에 이어 지역단위로는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지만 단결력 하나만은 전국 최고라고 이씨는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연합회장 재임기간 동안 자체 사무실을 반드시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임 연합회장 때 이미 통영시 항남동 연안여객선 터미널 부근 항만부지 2백50여 평을 임대받기 위해 관계당국과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따라서 조만간 부지만 확보되면 통영시와 경남도에서 예산을 따와 자체자금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통영시연합회는 지난해 경남도대회 유치로 건너뛴 체육대회를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다. 이씨는 매번 대회 때마다 수협 등의 협조를 받아오던 관행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자체 수익기금 조성을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자체 회관건립 이뤄낼 것”

“어촌사회에서 수산업경영인들의 위상이 날로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역의 여러 기관이나 단체장들이 종전에는 불필요한 경쟁의식으로 수산업경영인들과 다소나마 불편한 관계가 형성돼 있었지만 시대변천에 따라 최근엔 좋은 인식들을 하고 있다는 이씨의 설명이다. 와 함께 현재 욕지도에서 가두리 양식업에 종사중인 2백여 어업인들은 대부분 이씨처럼 어선어업에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부의 기르는 어업 정책을 믿고 막대한 자금을 대출받아 시설 투자를 한 것.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어가하락에 따른 경영압박이 가중되면서 이들 양식어업인들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와관련, 이씨는 “신용보증기금 대출규모가 종전에는 1인당 5천만 원이었지만 최근엔 3천만 원으로 줄어 그만큼 양식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전제, “정부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자금지원을 해놓고 다시 회수한다면 영세한 양식어업인들은 대부분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씨는 정부가 수협 경영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국내 어류양식의 메카인 통영에 있던 해수어류양식수협을 퇴출시킴으로써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수급조절기능이 중단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 수협이 사라지고 민간 업체들이 우후준순처럼 난립하면서 양식어류 유통질서가 붕괴돼 가격하락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했다. 결국 정부도 양식업이 직면한 위기를 양식어업인들의 자발적 노력을 통해 해결하라는 식의 처방을 내리고 있다며 정부정책에 반기를 들고있다. 이에 따라 그는 “어업인들도 정부정책을 무조건 믿고 따를 것이 아니라 내용을 꼼꼼히 따지고 조령모개(조령모개)식으로 자주 바꾸는 정책에 대해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 정책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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