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괴리 법리상 모순 논란...수산법제 정비방안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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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괴리 법리상 모순 논란...수산법제 정비방안 이대로 좋은가
  • 남달성
  • 승인 2005.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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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제연구원이 이번에 내놓은 수산법제 정비방안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저 하는 수산업법과 수산자원 관리법 등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전초전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조목은 수산업법 제2조 제6호(어업권의 정의)와 제15조(어업권의 취득과 성질)다. 현행 수산업법에서 ‘어업권이라 함은 제8조(000000)의 규정에 의해 면허를 받아 어업을 경영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라고 돼 있는 것을 ‘일정 종류의 수산동식물을 한정된 구역에서 특정한 기간동안 일신(一身) 전속적으로 포획 또는 채취할 수 있는 공공의 이용권’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또 제15조2항의 ‘어업권은 물권으로 하고 이 법에서 정한 것 이외는 민법 중 토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 한다’는 현행법을 ‘어업권은 헌법 제120조의 규정에 의한 자연특허권으로 본 다’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재산권 행세를 하던 어업권이 이용권으로 전환될 뿐 아니라 어업권의 물권성(物權性)을 삭제하고 어업권의 한계를 명시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다는 게 어업인 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달 26일 부산소재 수산과학원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어류양식수협 관계자들을 배제한 채 공청회를 개최, 말썽이 많았다.

이에 앞서 지난 1998년 12월에는 현행 수산업법 제13조(어업면허의 우선순위) 폐지와 제14조(면허기간) 연장 불허에 대한 개정안을 놓고 전국에서 몰려든 7천여 어업인 들이 서울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끝내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도 했다. 이번의 경우도 그때와 별 다름없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면허어업권으로 어업을 영위하는 어류양식어업인들을 비롯, 정치망어업인 등이 속한 8개 수협소속 조합원들이 이해관계자들이다. 그러나 전국 95개 조합 가운데 75개 지구별 수협 소속 조합원들이 이에 가세한다면 사회적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업권에 대한 조문 개정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한국법제연구원은 이번 수산법제 정비방안과 관련,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는 했으나 현실적 괴리와 법리상의 모순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번 공청회 때 제출한 자료에는 제 15조에 있는 ‘어업권의 성질을 물권으로 본다’는 간주조항을 삭제한 것과 관련, 다소의 논란이 일자 다시 여러 판례들을 구체화시켰다. 예컨대 물권의 내용에 해당하는 저당권을 비롯, 방해제거청구권과 방해예방청구권을 예시하고 보상준용 규정으로 보완한 것이다.

또 자원특허권에 대한 보강도 있었다. 이용권 개념으로 전환될 경우 어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정법과 판례들을 예시하고 앞으로 있을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 법 제정 때 이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어업인들은 헌법 제120조의 규정에 따라 물권성을 인정한 현행 수산업법이 위헌(違憲)이라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10조 및 제34조에 따라 모든 국민들은 최저한도의 인간다운 생활보장을 통한 복지국가 실현과 사회정의 구현을 경제질서의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

헌법은 경제적 약자인 농어업인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어 국가는 농업과 어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농어촌 종합개발과 그 지원 등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돼있고 제123조 제2항에는 농어업인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 육성을 의무화하고 제123조 제5항에는 그의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산업과 어업인들의 생존배려 차원에서 어업권에 물권성을 부여한 사실을 되짚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법 제185조에서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 이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는 물권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물권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한 법률 또는 관습에 따라 창설될 수 있는 것이지 결코 헌법에 근거하는 성질은 아니라고 수산관계자들은 맞서고 있다. 예컨대 법률 또는 관습법이 인정하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당사자들이 임의로 만들 수는 없으나 수산업법과 같은 법률에서는 당연히 이를 창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광업법과 관행에 의한 어업권이 위헌이라는데 상당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광업법 제34조에는 광업권을 물권으로 전제, 공유를 인정하고 있고 제 43조에는 이를 위해 부동산 등기와 같은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광업권이 물권으로 보장받고 있는 상황에서 광업권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어업권을 물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관행에 의한 어업권을 오래전부터 인정하고 있다. 특히 88다카14256 판결에서는 관행어업권도 독립한 물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심지어 민법 제185조에 따라 관습법상의 물권까지 인정하고 있는 터에 그렇다면 관습법상의 물권가지 위헌이라면 문제는 더 확산된다는 것이다. 1999년 5월14일 대법원이 98다1430 사건과 관련, ‘어업권이란 어업면허에 따라 어업권이라는 물권을 창설하는 특허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어업권을 이용권으로 바꾸면서 물권성을 삭제할 경우 ‘어업권이란 어업면허에 의거, 공유수면을 이용할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업권의 재산권적 성질은 반감되거나 형해화(形骸化)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업권에 불권성을 부여한 것은 1910년 일본 명치어업법이 그 효시로 보고있다. 명치어업법 제7조에 ‘어업권은 물권으로 간주하고 토지에 관한 규정을 준요한다’고 규정했으며 그 후 일제 강점기였던 1929년 제정된 조선어업령 제15조에 바로 이 같은 규정을 넣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수면은 일반관념상 유체물임은 우리들의 감촉에 있어서나 또한 미세한 분자의조성체인 점은 토지와 별반의 차이가 없고 나아가 물권의 본질에서 물건을 지배하는 권리로서 제반 학설들이 정의하는 이유를 고찰할 때 물권이란 우리들이 실력으로 지배할 수 있는 상태의 물건을 자기의 주장과 자기 또는 인간의 결합체의 협력 등에 따라 지배해 인간생활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권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성질을 가진 권리를 민법상 물권으로 하고 물권적 권리를 부여,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법에서 물권법정주의를 채택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한국법제연구원이 물권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저당권과 방해예방청구권 등을 신설한 것은 물권(저당권)과 물권의 실현방법인 물권적 청구권(방해예방청구권)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막연히 동격의 권리로 혼동해 예외적 보충적 적용을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결과적으로 물권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유권의 권능을 후퇴시킨 결과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또 이번 수산법제 정비방안은 전체 법률체계와 역사적 배경 및 타법과의 관계에서 모순을 빚고있다는 것이다.

현행 수산업법 제25조는 어업권의 경매를 인정하고 있다. 경매는 물건의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를 인정함을 전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법제연구원은 개정안에서 이용권을 내세운 것은 앞뒤가 맞지않을 뿐 아니라 어떤 법에도 이용권 자체를 경매대상으로 인정한 경우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제16조에는 어업권과 이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의 설정과 보존 이전 변경 소멸 처분에 대한 제한, 그리고 입어에 관한 상항은 어업권 원부에 등록하고 등록은 등기에 갈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민법 제186조의 물권의 득실변경에 관한 사항은 등기해야 한다는 규정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업권이 이용권 개념으로 바뀔 경우 굴양식어업과 정치망어업 해상어류양식어업 등은 금융자본을 조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그럼에도 불구, 민법상 저당권 규정을 준용토록 했기 때문에 금융조달에는 어떤 하자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권 개념의 어업권은 교환가치의 폭락을 초래하고 금융기관이 담보설정을 기피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따러서 제2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부가 과연 이번 수산법제 정비방안을 전면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시기적으로 연기할 것인지는 오로지 해양수산부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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