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규제 없어 병들어가는 바다...사육수 밸러스트수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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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규제 없어 병들어가는 바다...사육수 밸러스트수 문제 심각
  • 남달성
  • 승인 2005.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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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UN(국제연합) 해양법 협약 발효로 세계 연안국들이 EEZ(배타적 경제수역)를 앞 다투어 선포함으로써 해외어장 상실과 연안 수산자원 고갈 등으로 어선어업이 위축되는 반면 어류 양식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연안어장의 환경오염을 비롯, 어장 노후화 과밀사육에 따른 양식생물의 질병 발생 등으로 갈수록 어류 양식산업이 곤경에 놓여있다. 이 가운데 국내 양식어업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외래 질병과 바이러스 균의 잠입이다. 이들 외래종은 외국산 수입활어를 들여오는 활어전용운반선과 대형 상선 및 유조선 밸러스트 수를 통해 우리연안으로 퍼지고 있다.

그 실태를 살펴보자. 국내 활어 수입량의 70%를 차지하는 경남 통영 삼덕항의 경우 중국에서 하루 4~5척의 활어운반선이 입항, 농어와 홍 민어, 일본에선 참돔과 농어 등을 양륙한 다음 활어조에 있던 사육수를 인근 해안에 쏟아 버리고 있다. 사육 수 배출량은 보통 400~500t 크기의 중국 활어운반선의 경우 15t, 200~300 짜리 일본 운반선은 7~10t 이나 된다. 또 인천항에도 중국 대련과 청도 위해 등지를 오가는 정기화객선 편으로 활어를 들여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하루 2~3척의 활어운반선을 이용, 각종 활어를 실어나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어류양식장에는 신종 바이러스 균과 각종 어병이 번져 대량폐사를 유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73년 5월 농어촌개발공사가 일본에서 난소에 바시아호렌귤라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백합종패를 들여와 전북 부안일대 양식백합이 전량 폐사한 이후 3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양생태계가 복원되지 않고 있다. 또 같은 시기에 경남 통영일대 양식 굴 역시 형체를 알 수 없는 외래종 MXY라는 병원체가 번져 전체 양식 굴의 70% 이상이 떼죽음 한 적도 있다. 또 있다. 지난 3월 국내 양식업자가 미국에서 흰 다리새우 이식승인을 신청했으나 검역결과 타우라 바이러스 균이 발견돼 부적합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외래종 침입경로는 이 뿐 만이 아니다. 대양을 오가는 대형상선과 유조선 등의 밸러스트 수를 통해 많은 외래전염성 병원체가 들어와 토착화하고 있다. 얼마전 인천항에 정박하고 있던 외항선 밸러스트 탱크에서 지중해 담치유생을 비롯, 포르티누스 속(屬) 게와 세뱅이과 아티드 속의 새우 등 여러 외래종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 밸러스트 물에는 패류의 독화현상을 유발, 인간이 섭취할 경우 기억상실증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플랑크톤의 일종인 슈드 니츠시아가 형체를 드러냈다. 선박은 무게중심이 아래로 향하고 스크류가 충분히 물에 잠겨야 안전운항이 가능하다.

때문에 안전운항을 위해서는 대형선박의 경우 밸러스트 탱크에 물을 채워야 한다. 지중해 담치 유생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자리를 잡은 이후 맛있고 쫄깃한 토종 홍합이 맥을 추지못하고 점점 서식지를 빼앗기고 있다. 우점종(優占種)이기 때문이다. 홍합이 자라던 얕은 바닷가에는 지중해 담치가 왕성한 번식력으로 해양생태계를 파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중해 담치는 양식장 관로나 발전소 취수구를 막아 산업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부산 복합화력발전소는 1년에 50일정도 가동을 중단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같은 외래종 잠입과는 달리 우리나라산이 외국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않다.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만에 출현한 국내산 피뿔고둥은 포식성이 강해 해양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을뿐 아니라 보스톤만과 플로리다주 등 미국 동부 전 해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호주 가리비 양식장에도 아무르 불가사리가 대량으로 퍼져 최근 몇 년사이에 가리비가 멸종되다 시피하고 있다는 것. 이것 또한 밸러스트 물을 타고 이동한 것이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작년 2월 밸러스트 수가 외래전염성 병원체의 이동경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밸러스트 수에 관한 국제협약을 체결, 오는 2009년부터 발효토록 했다.

주요내용은 △신조선박은 밸러스트수 처리장치 설치 △기존 선박은 깨끗한 해수로 채워 입항 △육지에서 50마일, 수심 2백m이상 해역에서 교환하도록 돼있다. 또 국가적으로는 △주요 항만 및 연안구역의 해양환경 조사 △해양환경이 유사한 인접국가의 항구에 면제증서 발급 △기존 선박에 필요한 밸러스트 수 교환가능 지역 지정 △총t수 400t이상의 선박에 밸러스트수 처리장치 등에 대한 검사 및 증서 발급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오는 2006년까지 밸러스트 수 배출규제 대응기술 개발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있을뿐 여지껏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선박들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운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밸러스트 물을 배출하지 않고 우리연안을 항해하거나 입항할 경우 아무 곳에서나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입활어 전용운반선 사육 수에 대한 규제는 어떤 법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실어온 활어를 양륙한 뒤 사육 수를 연안부근에 내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외래 전염성 병원체 통로역할을 하는 밸러스트 워터 관리에 관한 국제협약에는 이 같은 규제가 포함돼 있지않기 때문에 국내법을 제정할 경우 활어전용 운반선의 사육수에 대해서도 강한 규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활어를 들여오는 현실을 외면한 해양수산부 처사가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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