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계단에 펼쳐진 대자연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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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에 펼쳐진 대자연의 향연
  • 장승범
  • 승인 2005.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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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천4백만여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해양 문화의 도시 인천. 푸른파도와 상쾌한 바닷내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인천 앞바다 섬들이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 등 영상문화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SBS TV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실미도’의 무의도, KBS TV 드라마 ‘풀 하우스’와 MBC TV의 드라마‘슬픈연가’의 세트장이 있는 장봉도 신도 시도 모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주무대가 된 자유공원과 월미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촬영지인 중구 신흥동 석탄부두 등이 그 대표격이다. 이중 최근 수도권에서 하루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무의도를 찾아 ‘천국의 계단’촬영의 배경이 됐던 하나개해수욕장과 영화 ‘실미도’의 주무대인 실미도에서 서해바다의 따뜻한 봄기운을 만끽하려는 도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영종대교를 지나면 공항 신도시가 오른쪽으로 펼쳐지고 용유도와 무의도 이정표가 얼굴을 내민다. 이정표를 따라 6km정도 달리면 잠진선착장이 나온다. 자동차와 사람을 한입에 삼킬 듯한 카페리호를 타고 5분 정도. 방문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위해 갈매기들이 떼지어 몰려드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지만 여행객들은 5분 안팎의 운항이 아쉽기만한 표정이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하면 천혜의 절경과 역사의 흔적이 배어있는 섬이 관광객을 반긴다. 이곳은 안개가 자욱한 날 어부들이 이 섬을 지나다 보니 장군복을 입은 무녀가 춤을 추며 말을 달리는 것처럼 보여 무의도(舞衣島)라고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무의도는 특히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와 울창한 송림 그리고 깨끗한 백사장 등 주변 경관이 수려해 손쉽게 바다를 찾는 이들로 항상 선착장은 사람들과 차로 붐빈다. 선착장에서 마을버스나 차로 10여분 거리에 하나개해수욕장이 있다. 마을버스를 타고가면 운전기사의 유머넘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도착지점까지 이 섬에 대한 소개와 관광객들의 일화를 재미있게 설명해 버스안은 웃음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이 역시 운행시간이 짧아 아쉽기만 하다. 입구에서 30여m를 걸으면 눈앞에 광활한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모래 언덕위의 집한채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2003년 12월3일부터 작년 2월5일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SBS TV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에 쓰인 별장과 피아노 세트장이다. 방영 당시 시청률 40%를 웃돌며 정서(최지우)의 죽음앞에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든 드라마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이집은 정서가 어렸을때 돌아간 어머니를 바다에 뿌리고 그 옆에 있고 싶다고 해 아버지가 만든 집이었다. 송주(권상우)와 정서가 자주 찾아 사랑을 속삭였고 이곳이 천국이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드라마 중간 중간에 등장하기도 했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1천명 이상 몰려드는 인기 코스로 드라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방문객들은 촬영세트장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도 이야기하며 이곳의 경치에 감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한 첫 방영때 송주가 피아노 치는 장면이 떠오르는 듯 모형 피아노에서 드라마속 모습을 그리며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카메라로 찍기에 여념이 없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도 이곳을 아는 소수의 사람들은 꾸준히 찾아왔지만 전파를 탄 뒤 더욱 유명해져 관광객이 2~3배 이상 늘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말이다. 이 세트장은 대지 2백평에 건평 60평 규모의 지상2층 목조건물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하나개해수욕장 상인번영회 상인 50여명이 십시일반 2억원의 돈을 모아 지난 2003년 만들었다고 한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 관광객들이 차츰차츰 늘어나자 조경공사 등 새로 단장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세트장 왼쪽으로 내려가면 파도, 비, 바람 등 자연의 도구로 만들어진 기암괴석이 펼쳐져있어 그 운치를 더하고 있다. 또한 소나무 군락지가 함께 어우러져 주위의 경관을 더한다.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의 하나개해수욕장은 길이 1km의 해변이 썰물때면 갯벌이 약1백 여m정도 드러난다. 물이 빠진 해수욕장 해변에서는 연인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 한가로이 거닐며 속삭이고, 다른 한켠에서는 단체로 소풍을 왔는지, 족구와 피구 등을 하는 모습 또한 해변가의 여유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

밀가루 입자처럼 고운 모래가 깔린 갯벌 앞으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맨발로 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름에 백사장에 있는 원두막식으로 지은 방갈로에서 하루를 묵는다면 저녁 즈음 온통 붉은 빛의 바다와 눈앞에까지 차온 바닷물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것 같은 기분이다. 김아영(23․서울시 돈암동)씨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 나오는 저렇게 멋진 해변이 어딘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인천쪽이어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 왔다”고 말했다. “직접 찾아와서 드라마 내용을 상기하며 봤던 장면과 똑같은 장소에서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바다를 바라보니 너무 상쾌하다“며 ”이번 여름에 꼭 다시오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고 있었다. 인천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캐나다 출신 Jeff Brown(31․인천시 부평동)씨는 “한국인 친구가 이곳을 꼭 가보라며 안내책자까지 줘서 와봤는데 넓고 깨끗한 백사장과 집(드라마세트)이 잘 어울려 아름답다”며 “오늘 하루 아름다운 자연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 하나개해수욕장 주민들은 큰 불만을 갖고 있다. 무의도가 1999년 10월 관광지 개발 예정지로 선정된 후 편의시설 등을 전혀 설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점차 늘어나는데 시설은 낙후돼있으니 한번 온 관광객이 다시 오고 싶겠냐”는 말이다. 이에 시는 용유도 무의도 일원(2백13만평)에 2조 1천2백억 원을 들여 해변 휴양지 개발과 자연 생태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자연체험형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실시계획을 용역 착수 중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현재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정책을 바라고 있다.

이밖에 선착장에서 내려 실미도로 향하는 좁은 길을 따라 자동차로 5분이면 소나무숲이 우거진 초승달 모양의 실미해수욕장이 나온다. 1968년 창설된 684부대에 관한 영화 ‘실미도’의 촬영지로 유명해져 비운의 섬으로 알려진 실미도는 무의도 왼편에 있는 사람이 살지않는 작은 섬이다.

영화를 찍었던 당시 해변가의 세트장은 철수돼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막사가 들어섰던 터, 부대원들이 사용하던 우물 등은 그대로 남아 있어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곳은 해발 평균 35m의 나지막한 야산으로, 바다갈라짐 현상에 의해 물길이 열려야 도보로 건널 수 있다. 1백여년 동안 자란 소나무들이 해변의 운치를 더해주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서 조개 소라 등을 캐는 갯벌체험을 할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실미도 해수욕장은 물때를 잘 맞춰야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저 멀리 실미도를 그냥 바라만 보고 올 수밖에 없다.

무의도를 관광하고 나오는 길에 쭉 늘어서 있는 조개구이 집을 그냥 지나치자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붉은 저녁놀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조개구이와 함께할 수 있는 연인과 함께 한다면 천국의 계단이 바로 이곳이 아닌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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