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면 태안을 선택하라. 태안 해변은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다. 갈음이 해수욕장에서는 고 이은주와 이병헌이 소나무 숲에서 춤을 췄고, 구례포해수욕장 역시 000 TV 가 방영한 드라마 ‘용의 눈물’에 나오는 대규모 해안 전투장면의 겨울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해변에 엄청난 양의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또한 000 TV의 드라마 ‘장길산’의 의적들이 해변을 질주했고, 안면도 남단 바람아래 해수욕장은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의 배경으로 이름 나 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서 안면도 방면으로 내려가다 몽산포 못 미쳐 진산리 부락에 조성된 1만5천 평 규모의 '장길산' 오픈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 구월산 활빈당 산채, 수상전을 벌이는 부둣가로 구분돼 있으며, 생각보다 넓고 건물도 건실하다. 입구의 고개 앞 빈민촌을 시작으로 사대부와 양반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중간에 짚더미를 올린 초가와 대장간, 주막 등을 통해 조선시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이 생활하지 않는 터라 온기를 느낄 수 없음이 못내 아쉽지만 이만하면 눈요깃감으로는 훌륭한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촬영장 앞은 너른 바다가 펼쳐지고, 바로 앞에는 짠내 물씬한 염전이 있다. 이 둘 사이에 해송이 늘어서 있으니 주변 경치도 한 몫 거든다. 학암포에서 2㎞ 정도 떨어진 구례포 해수욕장에선 의적들의 해변질주 장면이 촬영됐다.

태안군은 최근 문경시 '태조 왕건'과 부천시 '야인시대' 등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에 착안, 이번 드라마 세트장의 유치를 계기로 이 곳을 중심으로 체류형 테마파크를 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트장 1만5천 평 외에도 부속시설 2만1천5백 평, 주차장 3천5백 평 등 모두 4만평(13만2천㎡) 규모로세워졌다. 태안군 관계자는 "이번 사업의 유치 타결로 관광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지역경제 파급효과까지 볼 것으로 예상된다"며 "드라마 '장길산'과 관련된 각종 관광 상품을 개발해 지역 주민의 소득과 연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 30억여 원을 쏟아 초가와 기와집 등 97채가 들어서 있는 이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철거되는 기존 드라마세트장과는 달리 반영구적으로 보존, 지역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와집 1채당 1억4천여만 원, 초가집 5천여만 원을 들여 실감나게 지었다. 구조도 조선시대 전통 기와집과 비슷하게 설계했다. 특히 다른 시 군 세트장의 경우 자치단체가 설치비 등을 직접 투자 및 유치한 데 비해 이 세트장은 지원사업비 없이 행정절차만 협조하는 조건으로 유리하게 협약을 성사시켰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또한 근흥면의 갈음이 해수욕장에서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과 이은주가 소나무 숲에서 춤을 췄고, ‘여인천하’를 촬영했다. 갈음이 남단 신진항에서는 드라마 ‘남자의 향기’의 마지막 포구 장면이 카메라에 담겼다. 사연으로 따지면 연포 해수욕장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바보선언’에서 백수건달 똥칠과 택시 운전사 윤덕, 창녀 혜영이 함께 창녀촌을 탈출해 여행을 떠난 곳이 연포해수욕장이었다. 모래사장 한 가운데 영화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서는 드라마 ‘저 푸른 초원위에’의 마지막 장면을 찍기도 했다.

634번 지방도로 끝에 매달린 태안 구례포 해수욕장은 드라마 ‘먼동’의 촬영무대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리 소홀로 철거됐지만 이곳에서 ‘용의 눈물’ ‘무인시대’ 등의 사극이 촬영됐다. 특히 극중 대형 전투장면을 찍을 당시 겨울 분위기를 내기 위해 해변에 엄청난 양의 소금을 뿌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반도가 이들 드라마의 주 촬영지가 된 이후 관광객이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드라마가 관내에서 촬영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꾸지나무골, 사목, 구름포, 방주골, 통개, 밧개, 바람아래 등 32개의 개성 넘치는 해수욕장을 품에 안은 태안반도는 1천3백리에 리아스식 해안과 무공해 포구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송림, 갯벌, 낚시터가 어우러져 여름철 가족단위 피서지로 터를 닦았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로를 따라 만대포구로 달리면 가작 북쪽에 위치한 곳이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이다. 꾸지나무골 남쪽으로 사목, 구름포, 의항, 통개 , 마검포 해수욕장 등이 인적 뜸한 대표적인 해변이다.

안면도로 진입해 바람아래, 장삼 해수욕장에서도 한적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은 송림을 병풍삼아 자그마한 모래사장이 활처럼 휘어져 있다. 사목 해수욕장은 소들이 해변에서 풀을 뜯을 정도로 고즈넉하다. 통개 해수욕장은 여름이면 붕장어구이를 먹기 위해 미식가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꽃지해수욕장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중 찾아들곤 한다. 깨끗하고 고운 모래와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백사장을 에워싸고 있는 해송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빛나게 한다.

꽃화(花) 못지(池)를 써서 화지로도 불리는 꽃지는 3.2km의 긴 해변을 따라 해당화와 매화가 많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한가로이 마지막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안면읍 승언리에 위치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국내 유일의 소나무 단순림으로 수령 1백년 내외의 안면 소나무 천연림이 4백30ha에 걸쳐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고려때부터 궁재와 배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휴양림에 들어서는 순간 시원스레 뻗어 오른 소나무들에서 나오는 솔향기에 이내 찌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특히 한 시간 정도의 수목원 산책코스는 조팝나무, 동백 등 1천여 종의 식물들을 예쁘게 조경해 친구, 연인, 가족끼리 사진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흥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시간 반 정도면 아름다운 태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자바위, 거북바위, 여자바위 등 곳곳에 재미있는 사연을 소개하는 안내자의 말이 귀에 쏙쏙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