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합장 또 있을까요?”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관할 지역 해녀 실종 소식에 바로 현장 달려가 구조작업 지시 주말 조합 직원과 해경 합동으로 수색작업 벌여… 해녀 안전 위해 스쿠버시계 지원 추진

2021-02-01     장승범 기자

지난달 23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소라를 채취하던 70대 해녀가 실종돼 다음 날 24일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사고가 발생하자 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사진)은 열일 제쳐두고 실종 해녀 찾기에 나서 ‘진정 어업인을 위하는 조합장’이라고 지역에서 화제다.

서귀포수협의 한 조합원은 “김 조합장이 열성적으로 실종된 해녀를 찾는 모습에 이런 조합장이 또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업인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조합장의 모습을 몸소 보여준 모범 사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조합장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토요일 저녁 약속이 있어 외출하던 차에 오후 5시 47분 어촌계장으로부터 “해녀 한 분이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 조합장은 실종된 해녀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바로 약속을 취소하고 부둣가로 달려가면서 조합 책임자 직원들을 비상소집시켰다.

저녁시간 어둑한 부두에는 비와 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해경보다 일찍 도착한 김 조합장은 해경에 조속한 수색뿐 아니라 조명탄을 쏘아 바다를 비춰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동원할 수 있는 민간구조대원들에게도 연락하면서 구조에 안간힘을 썼다.

기상 악화로 해경 헬리콥터는 움직일 수 없었다. 조합에서 가능한 어선을 동원해 수색하려 했지만 파도가 높아 소형어선은 바다로 나갈 수 없어 9.77톤 어선 3척을 띄어 사고 발생 지점에 불을 비춰가며 수색에 나섰다. 초조한 마음으로 실종자를 찾기를 바랐지만 구조 소식은 없었다.

밤 9시, 급박했던 수색작업은 깜깜한 시야와 기상 악화로 중단됐다. 일요일 아침 7시 서귀포수협 직원 100여 명이 나와 해경,  민간구조대원들과 실종된 해녀 찾기에 나섰다.

지역 지리를 잘 아는 직원들에겐 꼼꼼한 수색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30여 분 뒤 김 조합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실종된 해녀를 직원이 찾았다고. 

실종된 해녀를 찾아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해녀가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고 김 조합장은 전했다.

김 조합장은 “조합에서 해녀사고가 근래 없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서 안타깝다”며 “해녀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해녀에게 스쿠버시계를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바닷속에서 작업시간을 확인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조합장은 “조합장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고, 조합원의 안전을 위해 앞으로도 더욱 신경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서귀포수협은 494명의 해녀에게 해녀안전보험, 유색해녀복, 오리발 수경, 태왁보호망, 허리밴드 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