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급식 조달체계 전환, 어업인과 장병 모두 피해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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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급식 조달체계 전환, 어업인과 장병 모두 피해자 될 것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1.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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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자 농·수·축산업계가 결사 반대를 외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 50년 이상 지속돼온 군 급식 조달 문제를 최근 불거진 부실 급식 원인을 조달체계 탓으로 돌리기 위해 국방부가 답을 정해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기만행위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방부의 종합대책 발표 이후 농·수·축협은 물론 농어촌 지역 농·어업인들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군 급식 종합대책의 주요 골자는 그동안 수의계약에 의해 이뤄지던 농·수·축산물 납품을 경쟁입찰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수의계약 물량을 점진적으로 줄여 2025년부터는 경쟁조달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군 급식에서 수입농산물 비중이 10%일 경우 국내 농업 피해액이 5000억 원이 넘고, 20%일 경우 1조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산물도 경쟁입찰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경우 연간 피해액이 15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쟁입찰이 본격화되면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기업 위주의 공급과 저가 농수산물 수입 확대, 가격 급등 시 공급 부족 사태 발생 등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 농·수·축산업계의 주장이다. 강원도 내 한 수협은 올해 매출 77%가 군납에 의존하고 있지만 공개 경쟁입찰에서 대기업이나 외국산 수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아주 낮다. 군납 사업을 포기하거나 수협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공개 경쟁입찰 방식 도입에 대해 전국어업인들은 수산물 수입상과 해외어업인들의 배만 불리는 조치라고 반대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 급식 경쟁입찰 전환계획에 대해 기존 조달체계 유지를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진 데 이어, 개편안 절대 반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의문을 국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 등에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국 어업인과 관련단체들이 국방부 앞에서 집단 시위도 계획 중이다. 군납 농가와 군납에 의존해왔던 접경지역 농가 등을 중심으로 피해 확산대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방부의 군 급식 조달체계 전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실 급식을 초래할 식재료의 부실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수산물은 경쟁입찰로 전환할 경우 75%가 수입산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이럴 경우 저가의 수입산이 식재료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은 이번 계획을 통해 국내산 원칙, 지역산 우선 구매를 밝히고 있지만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세부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경쟁입찰한 대부분이 수입산 또는 수입산 가공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번 계획에서 비선호 고단가 품목은 기본급식품목에서 제외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군납 의존도가 높은 수협이나 농협, 농수산물 생산자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국방부의 조달 방식 전환은 어업인들과 어촌사회는 물론 장병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시설한 산지 및 소비지 가공·물류센터가 가동 중단이라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특화된 생산시설이 멈출 경우 안정적인 재료 수급 및 관리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군 장병들에게 공급되는 재료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으며, 장병들의 체계적인 영양 관리에도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쟁 등 위급상황 시 장병들의 안정적인 급식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개 경쟁입찰은 우수한 품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 급식 재료의 경우 장병들이 선호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재료 수급을 위해서는 이러한 체계도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개편안이 부실 급식에 대한 면피용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보완사항이 있다면 의견도 적극 수렴해야 한다. 보완점이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농·수·축산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집단 반발하고 있는 농·수·축산업계도 적극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이 저급 수입산에 잠식되고 장병들의 영양 관리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알려야 한다.

당사자들의 피해 규모만 주장한다면 억울함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된 관행을 내세우고, 현행 체계 유지를 희망한다는 반대 목소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업인과 장병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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