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업 과세불평등 해소 위한 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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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업 과세불평등 해소 위한 제도 개선 시급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1.0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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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어업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양식업이 통계청이 고시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하나의 산업으로 구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세법상에는 주업이 아닌 부업으로 돼 있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정책이 변화된 지도 강산이 몇 번 변했지만 양식업이 부업으로 대접받고 있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국내 양식업은 지난 50년간 급성장해 생산량이 2020년 기준 어로어업의 2.5배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요 산업이라는 기대감이나 자부심은 현행 세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소득세법 개정으로 어로어업의 비과세 범위가 확대될 때도 양식업은 누락됐다. 어떤 품종이든지 초기 투자가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까지 소요되는 양식업이 연간 3000만 원까지 비과세되는 민박업이나 음식물판매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다.

농가보다 어로어업 소득이 17.6% 이상 높고 양식업이 어로어업보다 소득이 1.7배 높음에도 불구하고 양식업이 농어가 부업소득으로 간주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경영비와 부채 비율이 높고 생산량에 따른 가격변동성이 크며, 자연재해로 겪는 피해 규모가 심해 경영안정성이 취약해 소득률, 즉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양식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미래 산업은커녕 부업 수준의 초라한 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행 소득세법이 복합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불평등한 세제라는 것이 어업 현장의 가장 큰 불만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수산과 어촌, 어업을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의 대응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다. 양식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정부는 생산을 위한 지원이나 제도 마련에만 치중해왔다. 산업의 성장에 따른 지원 확대보다는 관리, 규제 강화에 열을 올렸다. 양식 현장의 끊임없는 요구를 불만으로 간주하기도 해 외면해온 것도 사실이다.

양식업 경영비가 어로어업의 5배에 이르고 축산 농가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며 리스크가 상존한다. 농업이나 어로어업인과 비교했을 때 소득세 부담도 높다. 이러한 평가 기준으로 양식업의 과세 기준이 설정됐다. 이 때문에 축산업의 비과세되는 수입 규모가 7억 원, 어로어업이 6억 원이지만 양식업은 수입액 기준이 3억 원 수준만 비과세된다. 이 바람에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건강보험료 등에서도 불평등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양식어업인과 농업인 간의 과세불평등 해소를 위해 세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국회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고 연구기관이나 양식업계의 세제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식업의 비과세 범위를 수입 금액을 기준으로 해 매출 10억 원 이하까지로 확대하거나 곡물, 식량, 소규모 축산업처럼 전액 비과세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식업의 규모에 따라 과세 대상을 정하고 소규모 어가에 대해서는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양식어업의 세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됐다. 현장의 애로사항이 제도권에서 논의되고 의견이 수렴됐다는 것은 상당한 진척이다.

지난해 9월 양식어업의 비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점식 의원도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적극적이다. 논의나 토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와 양식어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해양수산부가 그동안의 관전자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조세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에 접근하지 않거나 외면해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장의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거나, 그것도 아니면 골칫거리를 외면해왔다는 지적이다.

토론회를 거치면서 해양수산부가 양식업의 과세 문제와 현장의 목소리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정책의 목적에 따라 보호가 필요한 양식업의 비과세 규정 마련을 그동안 외면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조세평등주의에 따라 조세 지원도 형평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기본마저 외면해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양식어업인들도 불만 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에서 직접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 가능성이 훨씬 높다. 과세불평등 해소가 양식업의 지속적인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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