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 등장한 ‘어촌진흥청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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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 등장한 ‘어촌진흥청 신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0.2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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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끝난 국회 해양수산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어촌진흥청 신설’이 제기됐다. 어업과 어촌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업과 어촌을 전담하는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2명의 여· 야당 국회의원이 직접 언급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현재 조직과 운영에 상당한 위기가 닥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윤재갑(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소멸 위기에 처한 어업과 어촌의 부흥을 위해서는 어촌진흥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이양수(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도 “해양수산부가 어촌을 관리하지 않고, 예산을 줄이고, 수산전문가를 양성하지 않으며, 수산전문인을 고위직에 앉히지 않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산림청이나 농촌진흥청 등과 같은 어촌진흥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양수산부의 조직 개편에 관한 화두가 등장한 것은 의미 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당과 야당 의원 모두가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현재의 해양수산부 위상에 관한 문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책 수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존폐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해양수산부를 쪼개 현재의 조직을 분야별로 분산하는 방안까지 나오면서 해양수산부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괴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어촌과 어업의 소멸 방지를 위해 청 신설이 제시됐다는 것은 소문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해양수산부는 해운항만 분야와 수산 분야가 합쳐 출범했지만 폐지와 재출범이라는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통합 행정의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게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의 폐지 또는 새로운 조직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히 수산 분야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산 분야 정책이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행정의 지시나 정책 담당자들의 호불호에 따라 좌지우지돼온 탓이 가장 크다.

수산 분야 최대의 혁신 정책이었던 수산혁신 2030은 발표 당시부터 해양수산부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으며, 현재는 존재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책 전면에서 물러난 상태다. 스마트양식 사업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불만 정책 가운데 하나다.

개소당 수백여억 원이 투입되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사업은 5개소가 선정됐지만 현재까지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3개소가 국내에서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연어를 주력 품종으로 선정해 정책 목표를 의심케 하고 있다.

수산자원의 보호와 유지를 핵심으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바다목장화 사업은 일몰사업으로 중단된 상태며, 어촌뉴딜 2030사업도 일몰에 해당돼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장과 소통 없이 실현 가능성조차 희박한 정책들을 쏟아냈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산 분야 고위공직자의 비전문성은 해양수산부 내부에서조차 불만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장·차관은 물론 1급 실장 중 수산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 수산정책실내 수산정책관, 어업자원관, 어촌양식정책관 등 3명의 국장 중 수산 분야 전문가는 어업자원관 1명에 불과하다. 해운 항만출신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양수 의원은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질의에서 “어촌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어촌을 지원하는 예산은 줄어들고, 수산전문가를 양성하지 않고, 수산전문인을 고위직에 앉히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수산업계에서는 해양수산부가 존속하더라도 어업과 어촌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어촌진흥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재갑 의원은 어촌진흥청 신설이 힘들다면 공공기관의 업무를 일원화한 어업어촌정책 총괄 기관인 어촌진흥추진단이라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수산진흥원에 기존의 연구기능에 행정과 어촌지도 업무를 겸하는 총괄 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어업·어촌 전담 조직 신설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위기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해양수산부 공직자들은 통합 행정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존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면서 자성하고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차기 정부 출범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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