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갯벌의 보전 관리, ‘역간척사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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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갯벌의 보전 관리, ‘역간척사업’이 답이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10.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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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최근 한국의 갯벌 통합관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등 4개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갯벌을 더욱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의 갯벌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가 인정한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적 우수성과 가치를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갯벌이 단순한 연안 생태의 일종에서 생태계 서비스, 육상과 바다 환경을 유지하는 조절 서비스, 여가, 관광, 치유, 연구 등 다양한 문화서비스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이 같은 종합계획은 환영받을 일이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갯벌의 연간 가치 평균은 ha당 3919만 원, 수산물 생산가치는 1199만 원으로 나타났다. 단위면적당으로 산정하면  ㎡당 3919원으로 우리나라 갯벌 총면적 2550㎢을 적용할 경우 갯벌 가치는 연간 9조993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탄소흡수 능력이 발표되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갯벌의 보존과 유지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20년 전에 갯벌의 가치가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추진계획에서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보전, 체계적인 세계유산 통합관리체계 구축, 세계유산 활용성 증진 및 가치 확산, 갯벌 유산지역 확대 및 협력 강화 등 4대 전략을 바탕으로 10대 주요 핵심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생물 생태계와 생태계 서비스 가치 등에 대한 모니터링·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물 다양성과 바닷새 서식지 보전, 세계유산 통합관리 이행 기반 마련을 위한 관련법 개정, 갯벌 세계유산 통합센터 및 지역방문자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 또한 국제 수준에 맞는 보호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앞서 갯벌 생태계 서비스를 증진함은 물론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종합대책으로 갯벌 복원사업을 마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추진계획과 복원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특히 연안 바다와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촌사회와 어업인들은 세계유산 지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지정으로 규제가 더 늘어났다. 인천 강화도의 경우 군사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규제만 4가지다. 어업인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매년 좁아진다. 이 때문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에 적극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이번 지정 신청에서도 제외됐다. 실제 이번 계획에도 세계유산 가치 보전과 통합 관리, 국제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현지 주민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미국, 일본에서는 해수 유통을 통한 갯벌 복원과 함께 인공갯벌까지 조성하고 있다. 3대 추진 전략, 9개 추진과제로 추진되는 갯벌 복원사업 역시 지역민과 국민들의 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경관 개선을 위한 조경사업이나 토목 공사 위주의 시설 복원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갯벌 복원사업은 형식적, 보여주기식 행위에 그치고 있다. 단순 복원보다는 생태관광, 생태 복원, 갯벌어업을 연계한 복합형을 추가해 추진한다고 하지만 폐염전이나 폐양식장의 갯벌 복원에 그치고 있다. 실질적인 갯벌 보존과 통합관리가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

가장 실효성이 높은 갯벌 복원사업은 역간척사업이다. 1987년 이후 26년간 약 716㎢인 22.4%의 갯벌이 상실됐다. 농지 확보와 개발 논리에 밀려 갯벌의 가치는 물론 어업인과 어촌사회가 갯벌과 함께 무참히 사라진 것이다.

서해안은 콘크리트 방조제에 가로막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육지와 바다 사이를 거대한 옹벽으로 막아놨다. 세계 최고의 갯벌인 새만금은 간척사업으로 숨통이 끊어진 상태다. 30년째 방조제에 막혀 갯벌의 존재조차 잊혀진 상태다. 신음하는 갯벌을 복원하고 세계유산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지름길은 방조제를 뚫어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네덜란드는 방조제를 제거해 갯벌을 복원하는 역간척사업을 진행중이며 독일과 덴마크도 방조제를 없애고 갯벌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갯벌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바다를 막는 간척사업도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바다와 육지를 잇는 숨통부터 틔워야 한다. 방조제 벽을 허물고 해수가 유통되도록 하는 역간척사업은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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