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설가 삶의 궤적이 담긴 ‘춘천 김유정문학촌’
상태바
천재 소설가 삶의 궤적이 담긴 ‘춘천 김유정문학촌’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10.08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제강점기 한국 단편소설의 축복’으로 평가되는 김유정(1908~1937). 서른 해를 채 살지 못하고, 가난과 폐결핵에 시달리다 떠난 그가 남긴 단편소설 30여 편은 살아 있는 우리말의 보물 창고다. 점순이와 머슴, 들병이처럼 어딘가 부족하고 못난 인생이 펼치는 이야기가 지금도 독자를 울리고 웃긴다. 김유정이 태어난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의 김유정문학촌 곳곳에서 그 이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전철 타고 떠나는 이야기 마을
김유정문학촌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너른 잔디밭에 자리 잡은 다양한 캐릭터가 손님을 맞는다.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에 나오는 주인공이 저마다 생생한 표정과 몸짓으로 소설 속 장면을 연출한다. 빙장어른(사실 빙장어른은 다른 사람의 장인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장인을 빙장어른이라 부른다)이 점순이와 혼례를 미끼(?)로 예비 데릴사위를 부려 먹는 장면, 점순이의 작은 키를 핑계 삼아 혼인을 차일피일 미루는 장면, 결국 못 참고 폭발한 예비 데릴사위가 빙장어른 ‘거시기’를 잡고 흔드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김유정이 태어난 집이다. 실레마을 제일가는 지주 집안이던 김유정의 생가는 웬만한 기와집보다 크고 번듯한 한옥인데, 지붕에 초가를 올렸다. 당시 초가 일색이던 마을에 위화감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한다. 중부지방에서 보기 힘든 ‘ㅁ 자형’으로 만든 것도 집 안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다. 네모난 하늘이 보이는 중정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가 하루 일곱 번(11~2월은 여섯 번)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생가 앞에는 아담한 연못과 그림 같은 정자가 있고, 닭싸움을 붙이는 소녀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유정의 조각상이 눈에 띈다. <동백꽃>의 한 장면은 이렇게 태어났으리라. 실제로 김유정의 많은 작품이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쓰였다. 덕분에 김유정문학촌 곳곳에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등 이름만 들어도 재미난 실레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이 펼쳐진다.
김유정 생가 길 건너편에 커다란 솥 모양 벤치가 보이고, 그 옆으로 단편 <솟>의 마지막 장면이 실물 크기 동상으로 재현된다. 들병이와 바람이 나서 집안 재산목록 1호인 솥단지를 훔친 근식이와 솥을 찾으러 달려온 아내, 아기 업은 들병이와 그 남편까지 어우러진다. 이들은 김유정의 다른 작품 속 주인공처럼 선악도, 미추도 구분하기 힘든 팍팍한 현실을 온몸으로 살아낸다. 김유정은 도덕적 잣대나 미학적 기교 없이 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슬프고 웃기고 답답하고 때론 즐겁게 그린다.
만석꾼 집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살다가 폐결핵과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한 김유정도 그렇다. 어려서 경성으로 간 김유정은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당대 명창이자 명기 박녹주를 쫓아다니느라 결석이 잦아 제적된다. 낙향해 야학을 열었다가 다시 상경, <산골 나그네>로 등단하면서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다. 이 과정에서 집안이 점점 기울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던 김유정은 “나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삼십 마리 고아 먹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 것이다”라는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스물아홉 한창 나이에 세상을 버린다. 김유정의 삶과 작품 이야기는 생가 옆 김유정기념전시관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길 하나 건너 김유정이야기집에 꼭 들르자. 여기서는 <봄·봄>과 <동백꽃>을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해학이 넘치는 재미난 장면에 아이들도 손뼉을 치며 즐거워한다. 소설 속 주인공과 사진을 찍는 포토 존, 김유정의 작품을 다양한 버전으로 갖춰놓은 유정책방도 재미있다. 김유정이야기집 옆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한지 공예, 도자기, 민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들어섰다.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춘천
김유정문학촌 인근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많다. 2010년 수도권 전철 김유정역이 생기면서 신남역이 이름을 바꾼 옛 김유정역은 여러 부대시설을 갖추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역사 안에는 옛 경춘선의 정취가 가득한 <추억의 소품전>이 열리고, 역사 주변에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 있어 연인이나 친구와 카메라를 들고 찾는 이가 많다.
소양강스카이워크는 춘천의 유명한 관광명소다. 강화유리 아래 소양강이 훤히 보여 글자 그대로 물 위를 걷는 기분이다. 입장료 2000원을 내면 춘천 시내 곳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춘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춘천역 앞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춘천자전거도로를 따라 10분쯤 가면 소양강스카이워크에 닿는다. 자전거를 빌린 김에 한두 시간 더 호수 주변을 달려보자. 자전거 대여료는 춘천사랑상품권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연인끼리 왔다면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가 어떨까. 독특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개성 넘치는 전망대를 갖춘 카페도 많다.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의 터줏대감인 ‘산토리니’, 독특한 전망대를 자랑하는 ‘투썸플레이스’, 야외 테라스가 멋진 ‘쿠폴라’ 등 입맛 따라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

<자료 제공=한국관광공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