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수산업의 새로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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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수산업의 새로운 기회다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10.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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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이슈는 코로나19와 탄소중립이다. 지난 8월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6차 평가보고서(AR6)의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고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화와 경제활동에 의한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기후 위기로 표현될 정도로 심화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증가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배출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대기 온실가스 제거로 상쇄해 순배출량 0으로 달성된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규제 강화에 따라 글로벌 경영·경제 질서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 환경 규제도 강화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중점 의제로 다룸에 따라 세계 경제·사회 질서의 대전환과 함께 우리나라의 참여 이행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고 탄소중립 관련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2050년에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2017년 대비 약 37%의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산업 분야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는 어선어업이다. 어선어업에서 어선의 기관으로 사용하는 디젤 엔진이 가장 큰 탄소 배출원이다. 수산·어촌 분야의 탄소배출량은 조사시기와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간 250만~290만 톤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해양환경공단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2016년 어업 부문 탄소 배출량은 약 290만 톤으로 나타났다. 2020년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의 어업 분야 탄소 배출량은 250만 톤으로 나타났다.

어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어선의 연료이며, 대부분은 경유를 사용하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가 배출되며, 이산화탄소가 91.4%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어업 분야의 총 에너지 사용량 709만 배럴 중 연근해어업에서 99%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경유의 비중이 88.8%이다. 수산업에서 탄소중립의 성공 여부는 어선어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소중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수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며, 현재와 같은 고에너지, 고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수산업은 지속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탄소중립이 수산업의 위기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으나, 탄소중립은 우리나라 수산업의 근본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의 핵심은 어선어업과 양식업이다. 탄소중립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어선의 엔진을 전기와 수소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화력발전으로 생산하기 어렵게 되어 전력 가격의 상승이 예상된다.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시설과 장비도 전기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효율 제품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동안 수산업의 구조개선을 위해 많은 예산과 노력을 진행했다. 그러나 한번 고착화된 수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어선어업과 양식업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인 엔진과 시설을 탄소중립에 맞춰 전환하는 과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단순히 엔진과 시설의 교체가 아니라 어선어업과 양식업의 생산구조를 바꾸어나가는 기회로 삼는다면 탄소중립 이후 우리나라 수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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