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수산물 이력제, 제도 개선 필요하다
상태바
유명무실 수산물 이력제, 제도 개선 필요하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9.27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이 오는 2023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이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중단했지만 연간 3만 톤 이상의 일본산 수산물이 여전히 수입돼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다. 특히 올해 일본산 수산물을 다른 국가가 원산지인 것처럼 속여 팔다가 적발된 건수가 139건에 달했으며, 국적을 세탁하거나 일본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표시한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확산되는데도 불구하고 불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현행 제도의 허점이나 운영 부실 때문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원산지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산물 이력제라고 볼 수 있다. 생산과 소비 전 과정의 이력 추적이 가능하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수산물 이력제는 어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기록,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원인 규명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난 2008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해 말 기준 45개 품목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만 12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는커녕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수산물 안전성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졌던 수산물 이력제도 방패막이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산물 먹거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여전히 겉돌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밝힌 수산물 이력제 참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산물 이력제 참여품목은 갈치, 고등어, 멸치, 오징어 등 45개 품목이며 물량은 6099톤에 이른다. 참여업체 수는 2014년 3229개, 2016년 7066개였으나 2017년 6917개소, 지난해 6018개소로 줄었다. 전체 이력제 출하물량 비중은 지난 2014년 11%에서 지난해 8%로 줄었다. 또한 이력 표시물량도 2014년 4714톤, 2015년 5932톤으로 증가했다가 2016년 4842톤, 2018년 5017톤, 2019년 4778톤, 지난해 6099톤으로 들쭉날쭉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수산물 구매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구매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장소, 시간의 제약이 큰 수산물 구매는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비대면 시대에 수산물의 선택과 소비를 결정하는 방패막이가 역할을 못 한다면 수산물 소비 증가는커녕 위축도 막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수산물 이력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참여업체를 독려할 수 있는 유인책이 도입돼야 한다. 현재 수산물 이력제는 강제의무 사항이 아닌 자율참여제다. 생산자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가격이나 판매 특전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지켜야 하는 의무 사항만 늘어나고 원가도 높아진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많아지면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지만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특히 안전성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타격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굴의 경우 노로바이러스 문제로 참여업체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범사업 참여업체라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특전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지만 인건비와 생산원가는 높아진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인식한다면 예산 대폭 확대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산물 이력제 예산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64억 원이 투입됐지만 실제 생산자들을 위한 예산은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들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예산도 수억 원에 불과하다. 상품 구매자인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제도에 스스로 참여할 업체는 많지 않다.

수산물 이력제 활성화 대안으로 생산 이력제가 고려되고 있지만 시행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현행 제도하에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특정 품목에 한해서만이라도 강제적 시행을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수입수산물의 경우 시장 교란 행위와 안전성 우려가 있다면 유통이력 의무신고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일본산 수산물 8개 품목이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임의상장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뱀장어의 경우 의무상장제를 법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수산물 이력제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벌써 수산물 이력제의 부실 운영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수산물 이력제 활성화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