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원양 중견·강소기업 육성
상태바
경쟁력 있는 원양 중견·강소기업 육성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9.22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3대 원양 강국인 우리나라 원양업계가 해가 갈수록 위축되고 규모도 왜소해지고 있다. 원양어업에서 탈피해 원양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지난 2007년 원양산업 발전법까지 제정했으나 도약하기보다는 뒷걸음질치는 모습이다.

전체 수산물 수요 증가와 자원의 감소, 연안국들의 자원자국화 등 조업 환경이 변하고, 어선의 노후화와 어선원 수급난 등 원양어업의 성장을 정체시키는 요인이 국내외적으로 증가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원양산업 발전법이 제정된 지 15년 이상이 지났지만 발전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오히려 조업할 어장을 찾지 못하고, 노후화된 어선으로 말미암은 생산성 저하, 위험하고 힘든 일을 기피해 빚어지는 승선인력난, 원물 상태의 유통에 따른 낮은 수익성 등 발전 저해요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어업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원양어업은 최근 국내 연근해어업 생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중요성도 낮아졌다.

지난 1990년 92만 톤대를 기록하던 원양 생산량은 2020년 기준 44만 톤에 그치고 있으며 승선인원도 2011년 2053명에서 절반 수준인 1369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원양산을 취급하는 가공공장은 국내 수산가공업체 5400개의 0.4%에 불과한 20개소에 불과해 부가가치 창출에서도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해양수산부가 ‘원양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경쟁력 있는 중견·강소 원양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존의 ‘원양어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원양산업’, ‘원양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국내외 원양산업 여건 변화와 현황을 분석하고,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방안에는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원양 중견·강소기업 육성을 비전으로 2030년의 미래상을 담았다. 2020년 기준 214척인 원양어선의 자연 감소를 최소화해 2030년 195척을 유지하도록 하며, 원양 매출액을 중견기업 육성을 통해 현재 2조6000억 원 규모에서 4조3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가공 등 연관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등을 창출하고 승선인원도 국적선원 기준 1만5000여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에 마련된 방안대로 원양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원양어업이 활성화되려면 어장과 어선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방안에는 어장 확보방안이 여전히 부족하다. 서아프리카는 트롤 금지구역이며 북태평양은 유자망 조업이 금지돼 있다. 남태평양 연안국들은 조업구역을 축소하거나 입어료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 바다가 조업을 금지하거나 어획량을 감축해 원양어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은 현지 합작을 통해 신규 조업어장을 확보하고, 북태평양은 오징어 대체어장으로 진출한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어장 확보방안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어장은 이미 중국 어선들에 점령당했고, 현지 합작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재 시험조업 중인 북태평양 빨강오징어 어장 진출은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올해 1척의 채낚기가 시험조업 중이고 향후 20척으로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이지만 시험조업 결과와 수익성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의 연계 강화를 통한 해외어장 개발도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재 원양산업 분야 ODA 연간 예산은 수억 원에 불과하다. 남태평양 도서국 주민들의 필수 생활기반시설 설치사업을 우선 추진하겠다면서 예산은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안전펀드를 통한 원양어선 신조 확대도, 원양어업 조업 자동화와 기계화 추진도 업계의 수용 여부가 의문이다. 표준선형이 개발된 선박 위주로 정부 펀드를 지원하기 위해 2023년까지 1700억 원의 원양어선 안전펀드 조성 여부도 문제이지만 수요자들의 반응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동안 원양 어선 신조, 대체 사업은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 자금에 대한 높은 금리로 업계의 외면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한데 펀드를 이용할 수요자는 많지 않다. 특히 원양어업 생산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업계의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 수출 중심 고부가가치 원양 가공품 개발은 수익성만 보장된다면 업계 스스로 나선다.

원양산업 발전법이라는 실정법을 확보했음에도 지원, 육성은 고사하고 규제만을 강화해온 해양수산부가 중견·강소 원양기업 육성방안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원양어업’이 ‘원양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하며 현장의 환경과 여건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