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진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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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진도여라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9.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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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전남 진도에 가면 글씨, 그림, 노래는 자랑하지 마라고 했다. 조선시대 내로라하는 유학자들이 유배를 왔던 탓에 ‘작은 한양’으로 불릴 만큼 학문이 높았고, 수많은 화가를 탄생시킨 운림산방은 한국 남종화의 성지로 불린다. ‘진도아리랑’과 ‘강강술래’ 등 다수의 무형문화재를 보유한 진도에서 최근엔 ‘미스 트롯’ 송가인까지 배출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말이겠다. 여기에 한 폭의 동양화를 뚝 떼어다 걸어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풍광은 진도 여행을 자꾸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울돌목을 한눈에, 진도타워
진도와 해남 사이에 자리한 울돌목은 바닷길이 유리병의 목처럼 갑자기 좁아진다. 자연스레 간조와 만조 때면 물살이 벽에 부딪치며 웅장한 울음소리를 낸다. 이곳이 명량(鳴梁)해협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의 지형적 특징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영화로도 그려졌던 명량대첩이 그 결과다. 자동차로 진도대교를 건널 때만 해도 울돌목은 그저 평범한 바다였다. 그러나 망금산 정상에 우뚝 솟은 진도타워에 오르니 거센 물살이 뒤엉키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연 울돌목이구나 싶은 순간이다.
진도타워는 7층 전망대와 2층 전시관, 그리고 4·5·6층의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이뤄졌다. 전시관에선 진도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울돌목을 배경으로 한 명량대첩의 기록들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어 진도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기 좋다. 천자총통과 노 젓기 같은 조선 수군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체험존도 흥미롭다. 1층에서는 울금과 홍주 등 진도 특산품 판매장을 만날 수 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안내 데스크에서 휠체어를 빌릴 수 있고, 전망대까지는 엘리베이터로 한 번에 연결된다. 주차장에서 타워 입구까지는 경사로로 연결돼 휠체어와 유모차 모두 접근이 쉽다. 다만 광장에 설치된 명량대첩 조형물 뒤편 전망대는 계단으로만 연결된다. 야간에는 화려한 경관 조명이 볼 만하니, 진도대교의 야경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한 폭의 그림을 걸다, 운림산방·나절로미술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유배생활의 적막함과 고뇌, 굳건한 의리를 담담하게 그려낸 문인화로 손꼽힌다. 이처럼 전문 화가가 아닌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개성 있게 담아낸 화풍을 남종화라 일컫는데, 추사는 조선 남종화의 정점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제자인 소치 허련은 ‘방완당산수도’에 스승 김정희를 모방했다고 당당하게 적었다. 이전까지 중국의 화가를 따라 그리기 바빴다면 소치는 추사를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은 셈이다. 이처럼 담대한 배포는 그의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때론 스승보다 과감한 여백으로 정신적 자유를 추구했다. 추사가 “압록강 동쪽에서는 이만한 그림이 없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그러나 스승이 세상을 떠난 후 소치는 고향인 진도로 돌아와 운림산방에 머물며 남종화의 자존심을 이어갔다.
첨철산 깊은 골짜기에 구름처럼 내려앉은 운림산방은 허련 이후에도 굵직한 화가들을 배출했다. 허련의 셋째 아들 미산 허형과 손자 남농 허건이 남종화의 대를 이었고, 같은 양천 허씨인 의재 허백련도 이곳 운림산방에서 미산에게 그림을 배웠다고 전한다. 지금도 대를 이으며 화가를 배출하고 있어, 진도 사람들은 “양천 허씨는 빗자루만 들어도 명필이 나온다”며 존경과 부러움을 표한다. 
운림산방 내에 자리한 소치기념관에선 이들 허씨 5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기품이 넘치는 운림각과 계절마다 다른 빛깔을 품는 운림지도 한 폭의 그림을 걸어놓은 듯 아름답다. 5, 6월이면 생가 앞마당엔 모란이 활짝 핀다. 허련은 모란을 그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허모란’이란 별명까지 얻었었다. 드넓은 정원도 여유롭게 걷기 좋다. 대부분 완만한 평지로 진도역사관과 소치기념관 주출입구엔 경사로도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일부 흙길과 돌길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이동 시 도움이 필요하다.
함부로 그림 자랑 말라는 진도엔 무려 11개의 미술관이 운영 중이다. 그중 나절로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담박한 구조와 살뜰하게 꾸민 정원이 잘 어우러진다. 소박하지만 실험적인 화풍과 화가에게서 직접 듣는 친절한 설명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감상하기 좋다. 미술관 뒤편으로는 작은 찻집도 자리해 잠시 걸음을 쉬어갈 수 있다.

여기가 노을맛집, 세방낙조 전망대
진도 제일의 해넘이 명소로 꼽히는 세방낙조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 사이로 붉게 떨어지는 해가 절경이다. 허리가 잘록한 솔섬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손가락섬으로 불리는 주지도와 발가락섬으로 불리는 양덕도가, 아스라이 수평선 너머로는 새섬과 불도, 마도, 가사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세방낙조가 잘 보이는 지력산 동백사에 계시던 스님이 붉은 노을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학 떼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만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스님의 법의인 가사가 떨어져 가사도가 되었고, 장삼이 떨어진 곳은 장삼도, 발가락이 떨어진 곳은 발가락섬, 손가락이 떨어진 곳은 손가락섬, 심장이 떨어진 곳은 불도가 되었단다. 세방낙조의 황홀한 절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전설이다.
세방낙조 전망대는 널찍한 데크와 경사로를 갖추고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접근이 쉽다. 큰애기봉 자락에도 전망이 가능한 정자가 있지만 가파른 계단으로만 연결된다. 석양에 물드는 섬의 다양한 색깔을 감상하기에도 전망대 시야가 더 좋다. 주차장 뒤쪽엔 진도 특산품인 홍주로 만든 칵테일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세방낙조만큼이나 붉은 빛깔이 매력적이니 일몰의 여운을 맛으로 즐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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