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소비 확대와 생산자 수익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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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소비 확대와 생산자 수익 보장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9.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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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산업계 곳곳에서 ‘근심 반, 기대 반’의 상반된 분위기가 돌고 있다.

정부가 수산물 소비 최대 성수기를 맞아 각종 할인행사를 개최하고 각종 단체와 지자체들도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 수산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생산업계와 어업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부터 ‘추석 성수품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개최해 오징어, 고등어 등 성수품 할인행사에 나섰다. 소비자가 느끼는 실질적 물가 체감도를 낮추기 위해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지난 8월 말부터는 정부 비축 수산물 6종(명태, 고등어, 오징어, 갈치, 참조기, 마른멸치) 9227톤도 시장에 집중 공급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 할인점 등에서 대규모로 판매행사가 진행된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수협중앙회 등 수산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는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선을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해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건의해 소비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까지 추석 명절 이전에 지급될 예정이어서 수산물 소비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생산자들과 현장에서는 소비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까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대보다는 근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정부나 단체, 업계가 각종 대안을 쏟아내는 것도 소비 여하에 따라 생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1년 6개월 이상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대량 소비처가 사라지고, 음식점이나 전문점에서의 소비도 격감했다. 4차 대유행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소비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 감소가 이어지고 회복이 지체되면서 생산자들은 가격 하락이라는 암초에 직면하게 된다. 상품 구매자가 없으니 가격이 떨어지고, 여기에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면 가격하락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소비 감소에 따른 피해와 함께 가격 하락에 따라 수익성이 낮아지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명절 최고의 선물로 각광받고 있는 전복은 가격이 예년의 70% 수준이다. 생산량이 증가한 반면 소비 증가의 영향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명절을 앞두고 전복 소비 확대를 위해 할인행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완도군 역시 전복 판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최대 성수기를 맞아 오히려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8월부터 어획이 늘어나고 있는 멸치 역시 8월 중순 이후 가격이 예년보다 못한 수준이다.

포클랜드 원양 오징어는 올해 어장 형성이 잘돼 어획량이 늘어났으나 예년보다 낮아진 가격으로 생산업계의 만족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멸치 생산업계도 예년과 비슷한 생산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가격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 생산어업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어 바닥까지 떨어진 소비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소비를 되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고, 생산자들의 경영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소비자들과 국민들을 위한 가격 및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이다.

생산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소비 확대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생산 현장의 애로상황을 감안한 소비대책이 시행돼야 한다. 특히 생산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전통시장의 온누리 상품권이나 제로페이, 모바일 상품권에 적용되는 할인 금액이 생산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면 생산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주도의 소비 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소비자들을 위한 물가 안정대책에만 그쳐서도 안 된다. 생산자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유인정책도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거나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업종과 품목을 우선 행사 대상으로 결정하고, 대표 단체 등을 통해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참여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업종과 품목의 참여가 가능하고 전체 수산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 확대와 소비자 물가 안정 등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보다 확대돼야 한다. 하지만 현장 생산자들의 안정적인 소득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지원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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