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수급안정을 위한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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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수급안정을 위한 전제조건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8.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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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입식관리 이뤄져야만 수급 안정화 가능

지난해 실뱀장어 입식 상한량 초과한 결과 수급에 적신호
최고가와 최저가 동시에 기록하며 가격 등락폭 가장 심해
국내산과 수입산 모두를 포함하는 상한 입식량 설정 필요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백은영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2020년은 가격 등락폭이 가장 컸던 해
뱀장어는 예로부터 특유의 맛과 향을 지녀 여름철 보양식으로 전혀 손색이 없으며, 다른 수산물에 비해 고가인 데다 국민들 선호도까지 높아 ‘귀한 몸’으로 대접받아오고 있다. 그런데 ‘금장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뱀장어가 2020년 최고가와 최저가를 동시에 기록하면서 여느 때보다 가격 등락폭이 컸다. 가격은 해당 산업의 건강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 만큼 이러한 가격 변화는 언론에서 다뤄지기 쉬운 이슈다.
특히 양식수산물은 대부분 활(活) 형태로 소비되며 대면으로 이뤄지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달리 뱀장어는 2019년산 실뱀장어 입식량이 평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작년 상반기 내내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여기에 정부의 전방위적인 수산물 소비 촉진행사와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더해져 2020년 6월에는 kg당 4만 원(3마리 기준)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해 코로나 팬데믹과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도 잠시 7월부터 하락세를 보여 12월에는 kg당 1만7500원까지 급락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됐고,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등 강력한 방역조치까지 시행되면서 연말 특수를 겨냥했던 양식어가들이 가격 하락을 저지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뱀장어 수급 결정짓는 실뱀장어 채포량 
뱀장어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웃고 울었던 한 해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가격 급등락은 재현될 소지가 컸다고 생각된다. 
그 답은 실뱀장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뱀장어는 다른 양식수산물과 달리 실뱀장어의 인공종자 생산기술이 산업화되지 못해 아직까지 자연산 채포에만 의존해 공급된다. 이에 해당 연도의 실뱀장어 채포량은 다음 연도의 뱀장어 수급을 결정짓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작년부터 현재까지 뱀장어 가격이 세간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국내외 극동산 실뱀장어 채포량이 최근 10년 내 가장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국내산과 수입산 실뱀장어 모두 입식되는데, 국내산은 극동산뿐이다. 그런데 극동산 뱀장어는 2014년 6월 IUCN(국제자연보호연맹)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급(CR)’보다 낮은 멸종위험군에 게재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자원 보호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대만 각국에서 실뱀장어 입식 상한량을 공동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상한 입식량을 초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극동산 입식 상한량(1만1100kg)을 2400kg 초과해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입식은 순간의 선택이었을지라도 가격 하락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수급 조절 실패의 피해는 그 이상이다.

지속 가능한 뱀장어 양식을 위해선
이처럼 종자는 양식업 성패의 절반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나, 뱀장어는 특수한 종자 수급체계를 갖추고 있어 여느 양식수산물보다 계획생산이 어렵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작년에 실뱀장어 입식을 충분히 더할 수 있었음에도 상한 입식량(2만1700kg)을 철저히 고수했다. 그 덕분에 한국, 대만과 중국의 뱀장어 가격이 40~50% 하락하는 동안 일본은 20% 하락에 그쳤다. 이는 입식 조절이 수급 안정에 좋은 수단임을 증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광어 다음으로 높은 위상을 갖춘 뱀장어 양식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입식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다. 뱀장어 양식은 실뱀장어 입식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철저한 입식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제도권 내에서 입식관리가 통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규 어가 이외에도 기존 어가를 포함해 전면 허가제 전환과 동시에 계획 입식량도 설정돼야 한다. 수입산은 양식 방법별로 이식 승인량이 결정돼 있지만, 국내산은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업계에서는 입식 과다를 줄이기 위해 수입산에 한해 이식 승인량을 조정했지만, 실제 입식량보다 10배가량 많아 현실성이 적다. 이제까지의 실뱀장어 채포량을 감안하더라도 수입산 이식 승인량만 줄여서는 수급 안정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산과 수입산 모두를 어울러 이행 가능한 상한 입식량 설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동시에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들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둘째, 기초통계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수급통계는 정책 수립 시 나침반 역할을 하지만, 국내산 실뱀장어 채포량에 대한 기초자료가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자연재해 발생 시 재난 지원금 지원은 입식량을 근거로 하나, 뱀장어는 입식 신고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매년 실뱀장어 특별채포허가제 부여와 채포량 신고 의무화까지 추진함으로써 투명한 유통질서 유지는 물론 통계의 신뢰성 향상으로 정책 실효성 제고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현장과 정책이 유기적인 상호 작용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통계가 전제돼야 한다. 실뱀장어 채포량과 입식량은 수급 진단에 중요한 단서인 만큼 제대로 신고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위판 의무화의 안착이다. 2016년 ‘수산물 유통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년간 유예 기한을 두고 뱀장어 위판 의무화가 2018년 7월에 시행됐다. 이 제도 도입 이후 계통출하 비율은 1%에서 85%까지 높아졌고 가격 안정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렵게 시행된 위판 의무화는 이번 수급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존 수의매매 거래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난달부터 위판 의무화의 정상 탈환과 우려 불식을 위해 샘플경매가 실시됐는데, 앞으로 가격 보장과 신유통질서로 정착된다면 1997년 임의상장제 전환 이후 첫 도입 사례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수급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뱀장어는 종자 수급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적절한 규제와 통제 없이는 양식이 불가능하다. 특히 올해 실뱀장어 입식량이 작년 대비 약 40% 적게 들어가면서 하반기부터 가격 상승세가 예견된다. 이에 지난해 힘들었던 기억들이 곧 잊혀지고, 상황 호전으로 제로섬이 될 시간이 임박해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뱀장어 양식업계는 거듭된 시행착오를 통해 이미 수급 안정의 답을 알고 있다.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며, 발전의 시간을 더디게 할 뿐이다. 따라서 작년의 수급 불안은 뱀장어의 옛 명성을 되찾는 데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국민 식탁에 양질의 단백질을 꾸준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이행해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중지를 모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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