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선물권고안’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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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선물권고안’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
  • 탁희업 기자
  • 승인 2021.07.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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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인끼리 주고받는 선물가액에 대한 윤리강령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져 농수축산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이해관계자 사이에까지 개입하고자 하는 과도한 정책이라며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수축산 관련 4개 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추석 명절기간 중 농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청렴 선물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농어업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이라며 내놓은 ‘청렴 선물권고안’은 한마디로 민간인끼리 주고받는 선물 등에 대해 권고적 성격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민간 부문의 건전한 소비활동과 선물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 참석한 농어업단체 대표들은 시행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수협중앙회는 민간에서 자율 적용할 수 있는 권고안이라 하더라도 당초 의도와 달리 수산물 소비를 크게 위축시켜 어업인을 비롯한 1차 생산자에게 막대한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도 사실상 전 국민들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행위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서를 통해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며 청렴사회를 지향하려다가 더 큰 규제, 제약이 될 것이라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권익위의 권고안 제시에 대해 농수축산업계가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청탁금지법의 민간인 버전으로서 규제의 강화이며 전 국민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렴사회 구현을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2017년 시행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농수축산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물, 경조사비, 화환 및 조화, 선물 상한선을 규정함으로써 농수산물과 화훼 생산자들은 소비 침체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화훼산업 규모는 10년 새 25%가 줄어들었고 설 기간에도 신선식품 매출이 22% 감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명절에 한해 농수축산물의 선물가액을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며 정부와 국회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명절 때마다 머리를 조아리고 다녔다.

효과는 확실히 나타났다. 2018년 선물가액을 상향하면서 추석 농수축산물 선물 판매량이 50% 이상 늘었고 지난해 추석에도 전년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추석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는 청렴 선물권고안을 권익위가 들고 나온 것은 농수축산업계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행위라는 게 농수축산업계의 주장이다.

권익위는 이번 권고안은 민간 부문의 건전한 소비활동과 선물 문화 정착을 위한 것이며, 민간 부문의 이해관계자 사이에 적용되는 합리적 선물 등의 가액 범위를 정한 권고 성격의 윤리 강령이므로 명절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선물 등의 가액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법 취지를 훼손하거나 청렴사회를 향한 의지를 약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국민들을 옥죄겠다는 것이다.

청렴 선물권고안에 대해 농수축산업계는 민간 부문에 대한 또다른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까지 선물가액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초법적 월권 행위라는 것이다. 오히려 명절기간 국산 농수축산물의 선물가액 상향 조치를 정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고안대로 따른다면 경제 사정이 비교적 넉넉한 사람이 친한 친척이나 친구, 이웃에게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고급 식품이나 음식을 선물하거나 대접한다면 법에 저촉될 수 있다. 친구 사이에서 고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범죄자로 오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정(情)을 나누거나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도 제한받게 된다. 국가가 국민의 행동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더 이상 법 개정으로 청렴사회를 향한 의지를 약화하거나 민간 소비 위축 문제를 연결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제도 추진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청렴사회 구현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또한 법 집행과 실천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사문화된 법이라면 현실에 맞게 개정작업부터 해야 한다.

특히 권고안을 농수축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라면 당장 철회해야 한다. 국민의 권익 향상과 보호가 존재 목적인 권익위가 국민의 권익과 권리를 제한하고 통제하는 데 앞장선다면 국민들의 저항은 자신들에게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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