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2막 어촌 이야기] 석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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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2막 어촌 이야기] 석균식
  • 한국수산경제
  • 승인 2021.07.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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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청정지역에서 키우는 미꾸리·민물새우 맛보세요!

경남 창녕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내륙습지인 ‘우포늪’으로 유명한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524호이자 국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우포늪은 인위적인 훼손이 거의 없는 광활한 습지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각종 야생 동물과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한다. 이처럼 깨끗한 환경을 자랑하는 경남 창녕은 토종 미꾸리를 많이 양식하는 곳으로도 이름이 높다. 이곳에서 항생제와 농약 없이 토종 미꾸리와 민물새우를 키우는 석균식 씨를 찾았다.

창녕군의 제안으로 미꾸리 양식업 시작
구마고속도로에서 창녕 나들목을 빠져나와 24번국도로 우회전해서 7km쯤 가면 우포늪 생태전시관 사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2km쯤 떨어진 곳에 석균식 씨의 미꾸리, 민물새우 양식장이 있다.
“창녕에서 우포늪과 미꾸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창녕군 지자체 차원에서 멸종 위기 조류인 따오기를 우포늪에 되살리려고 애를 참 많이 썼는데, 거기에 큰 도움이 됐던 게 바로 친환경 미꾸리예요. 따오기가 미꾸리를 아주 잘 먹었거든요. 고급스러운 입맛을 지닌 따오기 덕분에 값비싼 토종 미꾸리의 판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창녕군에서는 2013년 즈음부터 창녕군을 우리나라 최대의 토종 미꾸리 생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양식수산물 수입 개방 대응책의 일환인 동시에 천연기념물인 따오기 먹이로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에 귀어한 석균식 씨도 그 정책의 혜택으로 미꾸리 양식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미꾸리 양식을 하는 이곳은 사실 버섯을 키우려고 들어온 곳이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2010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송이버섯 인공 재배에 성공을 했어요. 저는 2015년부터 그 사업에 뛰어들었죠. 하지만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송이버섯 양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종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거든요.”
송이버섯 양식사업이 생각처럼 잘 안 풀리던 차에 토종 미꾸리를 키워보면 어떻겠냐는 창녕군의 제안은 균식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부담 30%에 지자체 70% 지원 조건이었다. 송이버섯 재배를 위해 지어두었던 창고 근처에 마침 지인의 땅이 있어 합리적인 비용에 양식장 터를 임대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귀어를 결정하고 양식장 시설을 지으면서 진해에 있는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갔는데 하루 교육을 받고 돌아올 때도 있고, 2박 3일 이상 현장 교육을 갈 때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부터 강원도까지 전국 방방곡곡 미꾸리 양식 잘하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석균식 씨는 미꾸리 양식 교육을 받으면서 민물새우에도 관심이 생겨났다. 출하 시기와 판로가 제한적인 한 가지 어종을 하는 것보다는 두 가지 어종을 양식하는 것이 수입 면이나 양식장 활용 면에서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미꾸리에서 큰징거미새우까지 어종 다변화
균식 씨는 귀어 2년 차에 다시 한 번 진해 국립수산과학원 내수면양식연구센터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민물새우 양식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새우는 징거미새우, 줄새우, 새뱅이새우, 생이새우 등 20여 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2012년에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인 ‘큰징거미새우’라는 종이 새롭게 도입됐어요. 파란색의 기다란 집게발이 독특하고 바다 새우인 대하만큼이나 덩치가 커서 ‘민물왕새우’라고도 하죠. 자연 상태에서는 무려 30cm 넘게도 자란다고 합니다. 저희 양식장에서는 바로 이 큰징거미새우와 토종 민물새우인 줄새우를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큰징거미새우는 우리나라의 내수면 양식 대상 품종 다변화를 통한 어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 2012년 대만으로부터 도입됐다. 197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양식을 시작하면서 거의 모든 대륙으로 퍼져 나갔다. 대형 민물새우인 큰징거미새우는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열대 및 아열대 수역에 분포한다. 잡식성으로 사료비가 적게 들며 성장이 빠르고 육질이 쫄깃해 세계 각국에서 고급 식재료로 판매된다. 더불어 질병에 강해 내수면어업의 새로운 양식품종으로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현재 균식 씨가 운영하는 양식장은 노지와 실내를 합해 1만8150㎡에 이른다. 이 가운데 미꾸리 양식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20% 정도다. 미꾸리보다는 새우에 더 집중하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꾸리는 밀식 양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면적당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어요. 하지만 새우는 다릅니다. 새우는 면적당 개체 수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먹이 경쟁을 하다가 서로 잡아먹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그래서 새우 양식장이 더 넓은 거예요.”
양식장을 관리하는 균식 씨의 하루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날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집에서 10분 거리의 양식장으로 출근해 밤늦도록 미꾸리와 새우를 돌본다. 


완벽하고 생산성 높은 친환경 양식을 위해
균식 씨의 양식장은 미꾸리와 새우 두 가지 종을 양식하기 때문에 한 해 내내 치어 넣기, 선별, 출하가 반복된다. 미꾸리는 겨울을 빼고는 연중 출하하며, 줄새우의 경우는 씨알에 따라 출하 시기가 달라진다.
“낚시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끼가 바로 민물새우입니다. 미끼 중에서 가장 비싼 것도 바로 민물새우예요. 그래서 씨알 좋게 자란 줄새우는 주로 낚시 전문점에 팔려나가죠. 겨울을 앞두고 김장철이 되면 씨알이 고만고만한 녀석들을 선별해 젓갈용으로 판매합니다. 알아주는 김치 명인들은 민물새우로 만든 젓갈을 쓰죠. 그만큼 새우 자체가 맛있습니다. 김장철이 되면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큰 규모의 양식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귀어 초창기 양식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물을 짓다 보니, 어종 특성에 맞는 바닥을 만들어주지 못해 아직까지도 시설물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저는 처음에 업자들의 말을 듣고 새우 양식장 수조를 시멘트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치어를 넣어보니 시멘트 수조에서는 잘 안 크는 거예요. 노지 양식장의 경우는 천적 방지시설을 처음부터 제대로 갖추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균식 씨는 미꾸리든 새우든 친환경 방식으로 양식을 하려면 천적 방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꾸리는 개구리나 잠자리 유충을 막아야 하고, 새우는 ‘물땡땡이’라는 딱정벌레목 곤충이 큰 해를 끼친다고 한다.
“미꾸리를 키우는 노지가 원래는 새우를 하던 곳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손톱만 한 물땡땡이 한 마리가 보이더니 점점 더 숫자가 많아지지 뭡니까? 이 녀석이 크기는 작아도 수륙양용으로 전투력이 엄청납니다. 물땡땡이 한 마리가 새우 서너 마리 먹어 치우는 건 일도 아니에요.”
균식 씨는 귀어 초창기 시멘트 수조로 만들었던 양식장 일부를 흙바닥으로 바꾸고, 그물로 천적 방지시설을 해둔 노지 양식장을 비닐하우스로 바꿔 좀 더 완벽하고 생산성 높은 친환경 양식으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18℃ 이하 수온에서 잘 자라는 새우의 특성상 현재 활용하고 있는 암반 지하수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냉각기까지 도입해 규모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토종 미꾸리가 몸에 좋고 새우가 맛있는 것은 저도 알지만 맘대로 못 먹습니다. 아깝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게 보약입니다. 죽는 날까지 이 보약을 먹고 싶어요.”

<자료 제공=한국어촌어항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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